새해부터 법제화되는 국선세무대리인 제도, 맹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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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부터 법제화되는 국선세무대리인 제도, 맹점은?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4.12.09 1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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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선세무사 제도 무보수 운영, 전문성은?
"인맥 확보 위해 국선세무사 지원해"
홍보 부족, "납세자들은 제도 있는지도 몰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근홍 기자)

국세청 내부규정으로만 시행돼왔던 국선세무대리인 제도가 2015년부터 법제화 될 전망이다. 국선세무대리인 제도란 따로 세무대리인을 선임할 여력이 부족한 영세납세자의 권리구제를 위한 것으로, 국세청은 지난 3월부터 세무대리인 없이 이의신청이나 심사청구를 제기한 영세납세자에게 대리인을 선임해 무료로 지원해왔다.

<시사오늘>은 내년부터 법제화될 예정인 국선세무대리인 제도를 소개하고, 올 한 해 동안 국세청 내규를 통해 시행된 동 제도의 실적은 어땠는지, 또 맹점으로는 무엇이 있는지 밝히고자 한다.

▲ 국세청 ⓒ 국세청 홈페이지 캡처

'국세기본법 개정안'이 지난 12월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됐다. 개정안을 살펴보면 국선세무대리인에 대한 내용이 신설된 제59조의2에 담겨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후에 대통령령으로 정한 바에 따라 시행될 예정이다.

국세청이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국선세무대리인 제도란 억울하게 세금을 부과 받았는데 경제적 여건이 안 돼 세무대리인을 선임할 수도 없고, 혼자 해결하자니 법적 지식이 부족한 영세납세자들을 위해 국선세무대리인을 무료로 지원하는 것으로, 지난 3월부터 국세청 내규를 통해 국세청, 각 지방 세무서 등에서 실시돼왔다.

지원 대상으로는 세무대리인 선임 없이 청구세액 1천만 원 미만의 이의신청 또는 심사청구를 제기한 개인으로 보유재산 5억 원 미만의 납세자가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법인은 해당이 안 되며, 상속세·증여세·종합부동산세는 제외된다.

국선세무대리인은 무보수(지식기부)로 영세납세자에게 도움을 주며, 세무사·공인회계사·변호사 등을 각급 세무관서 별로 위촉한다. 국세청과 각급 세무관서는 지난 2월 국선세무대리인을 공개 모집했으며, 전국적으로 총 237명의 국선세무대리인이 임명됐다. 경쟁률이 3:1에 육박했을 정도로 많은 지원자가 몰렸다는 후문이다.

내규로만 실시돼왔던 영세납세자들을 위한 동 제도가 지난 2일 본회의를 통과해 법제화가 됐으니 서민들에게 좋은 일이지만, 올 한해 실적과 맹점을 짚어보면 아직 개선돼야 할 부분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선변호사는 월급 받는데, 국선세무사는 무보수
도움 받은 납세자 318건, 실제 구제에 이른 납세자 134건

본지의 취재 결과, 올 한 해 동안 국세청이 실시한 국선세무대리인 제도 실적은 지난달 11월말까지 총 318건, 그중 실제 구제에까지 이른 납세자는 134건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세청은 지난 3월 국선세무대리인 제도를 시행하면서 연간 2~4건의 업무를 각 대리인에게 수행토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전국에서 영세납세자를 대리해주고 있는 국선세무대리인은 총 237명임을 감안하면, 올 한 해 동안 대리인 한 사람이 수행한 대리업무는 채 2건이 안 되고 있다.

서민들을 위해 국가가 서비스를 무료로 지원해준다는 점에서 국선변호사와 국선세무대리인은 닮은꼴이다. 그런데 국선변호사는 600~800만 원 정도의 월급을 받고 일하지만, 국선세무대리인은 무보수(지식기부)로 운영되고 있다. 서비스의 질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선세무대리인 제도의 무보수 운영은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개정된 국세기본법에 보수에 관한 규정이 없는데다가, 이미 내년도 예산안이 편성돼 정부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할 가능성도 매우 낮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9일 <시사오늘>과 한 통화에서 "소정의 교통비라도 지급해야 한다는 말이 국세청 내부에서도 있었지만, 예산 문제로 시행되지 않았다"며 "예산안이 이미 나왔기 때문에 내년에도 국선세무대리인에 대한 보수 지급은 어렵다"고 밝혔다.

뚜렷한 임명 요건 없어 "지인 확보하기 위해 이용하는 세무사들 많아"
홍보 부족, "납세자들은 국선세무대리인 제도 있는지도 몰라"

국선세무대리인 임명에 있어 뚜렷한 요건이 없다는 점도 지적된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인물이 대리 업무를 맡을 수 있다는 것. 몇몇 국선세무대리인은 활동 실적이 '0'에 수렴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본지의 취재 결과, 자기 사무실의 영리사업을 위해 국선세무대리인 이름표를 이용해 온 자들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세무사는 지난주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지인 확보를 목적으로 국선세무대리인에 지원한 사람들이 상당한 것으로 안다"며 "세무공무원들과 친해져야 남들보다 더 수월하게 영업할 수 있다. 2~3년 정도 국선으로 있으면 지방 세무서에 근무하는 공무원들과 최소한 안면은 틀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정부의 홍보 부족으로 인해 국선세무대리인 제도가 있는지도 모르는 납세자들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선 세무사는 "홍보가 거의 안 되고 있다고 봐도 된다. 납세자들은 국선세무대리인 제도 자체를 모른다"며 "국세청이 공단이나 협회 등 단체를 통해서면 제도를 알리고 있는데, 그게 아니라 국선세무대리인 제도에 충족하는 모든 영세납세자들에게 전화나 SMS 등을 이용해 직접 홍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기획재정부는 국선세무대리인의 자격요건을 구체화시켜 국세기본법 시행령에 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된 국세기본법 제59조의2 제4항에는 '국선대리인의 자격, 관리 등 국선대리인 제도의 운영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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