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선 위의 비선?…박근혜, 비선의혹 불거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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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선 위의 비선?…박근혜, 비선의혹 불거지는 이유
  • 홍세미 기자
  • 승인 2014.12.18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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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후에도 끊이지 않는 ‘비선 의혹’…정윤회 문건, 점화
계선vs비선, 비선vs비선…"청와대 타격 피하지 못할 것"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홍세미 기자) 

▲ 박근혜 대통령 ⓒ 뉴시스

계선보고: 비서실장, 수석, 장관, 국정원장, 여당 대표 등을 통해서 공식적인 보고.

비선보고: 공식적인 절차를 통하지 않고 친인척 등이 직속으로 대통령에게 올리는 보고.

대통령 비선라인 논란은 순식간에 정국을 강타했다. 이른바 ‘정윤회 문건 파문’은 박근혜 대통령이 가장 두려워하던 ‘블랙홀’로 작용했다. 청와대는 개헌을 블랙홀로 비유하면서 경제를 살리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더 큰 핵폭탄급 이슈가 터져버렸다. 비선라인 논란이 증폭되면서 다른 이슈와 정책들은 묻혔다. 

비선(秘線)의 반대말은 계선(系線)이다. 대통령제에선 계선보고가 공식적인 보고 체계다. 비선보고는 공식 라인을 통하지 않고 대통령에게 직통으로 보고하는 체계다. 공식적이지 않기 때문에 비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문제로 거론되곤 한다.

역대 정부를 보면 비선라인은 늘 있었다.YS와 DJ 땐 아들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MB 땐 형들이 비선라인으로 지목됐다.

박근혜 정부에선 고 최태민 목사의 사위인 정윤회씨가 비선라인으로 지목된다. 박근혜 정부 비선라인 의혹은 레임덕을 불러올 정도로 크게 논란이 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비선라인이 특히 논란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벌어지는 상황들을 두고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박근혜 의원실의 확장판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의원이던 시절에도 보좌관, 비서관 등 공식 측근 이외에도 항상 비선라인을 두고 있었다는 의미다. 특히 문제로 지목되는 점은 박 대통령의 '실세' 보좌관이나 비서관 위에 군림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바로 정윤회씨라는 것. 

이른바 '정윤회 라인'은 권력을 휘두르는 '실세'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 대통령도 공식 라인보다 비선 라인을 더욱 신뢰한다는 말이 돌았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 출마, 기자회견 등 중대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비선라인과 상의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정윤회 라인'이 아닌 실무진들은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곪아있던 응어리는 지난 19대 대선 기간에 극에 달했다. 지난 2012년 10월 이상돈, 이준석 등 전직 비상대책위원들은 긴급 회동 후 성명을 내고 박 대통령 비서진 사퇴를 촉구했다.

당시 비대위원들은 대선 후보였던 박 대통령 불통 리더십의 근원지로 ‘보좌진 4인방’(故 이춘상 보좌관은 박 대통령 강원도 유세 도중 사망해 보좌진 3인방이 됐다)을 지목했다.

이준석 비대위원은 “박 후보가 라디오에 출연해 말한 역사인식 발언이 문제가 됐었다. 박 후보의 일정과 메시지를 담당했던 분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선 당시 ‘보좌진 4인방’ 중 정책은 이재만이, 메시지는 정호성이, 일정은 안봉근이 맡으면서 핵심 역할을 했다. 이준석 비대위원이 언급한 ‘일정’과 ‘메시지’를 담당한 사람은 즉, 안봉근과 정호성 보좌관을 뜻한다. 이들에 대한 공격은 비선이던 정윤회를 겨냥한 것이라는 게 당시 돌던 얘기.

비선의혹은 집권한 이후로도 박 대통령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집권 후에도 끊이지 않는 ‘비선 의혹’…왜?

박 대통령의 주변 권력 다툼은 취임한 이후에도 계속되는 듯싶다. 비선라인 핵심인 정윤회 씨가 김기춘 비서실장을 견제한다는 소문이 확산됐다. '비선'이 '계선'을 견제하는 것이다. 유출된 문건에 따르면 올해 초 김 비서실장의 사퇴설을 흘린 쪽도 정 씨라고 나와있다. 또 정 씨는 이정현 홍보수석비서관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으니 비리나 문제점을 파헤쳐서 쫓아내라고 지시한 문건도 유출됐다.

청와대와 정씨는 이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문건에 담긴 지시대로 이정현 홍보수석과 김덕중 국세청장은 올들어 교체됐다. ‘찌라시’대로 흘러가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들은 단순한 찌라시가 아닌 신빙성 있다고 보는 시각도 많다.

계선이 박 대통령에게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박 대통령은 대면보고보다 서면보고를 선호하는 편이기 때문이라는 것. 계선라인은 직접 박 대통령을 만날 기회가 적다. 청와대 참모진이라고 하더라도 국무회의나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같은 공식 회의를 제외하면 대통령을 직접 만나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박 대통령의 이런 리더십은 세월호 참사 때 크게 터졌다. 박 대통령은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날 당시 국가안보실 10회와 비서실 11회, 총 21회 서면 보고만 받았다고 알려졌다. 대면보고는 없었다.

박 대통령이 수석 비서관이나 장관과 상의를 거치지 않고 ‘깜짝 인사’를 단행한 것도 이같은 예다. 이도 비선라인 의혹과 무관하지 않다. 전문가인 수석 비서관이나 장관이 아닌 비선라인 쪽을 더 신뢰한다는 것도 인사 대목에서 짐작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비선라인을 예외로 두고 수시로 대면을 한다는 의혹도 높아지고 있다. '비선라인 의혹'이 더욱 불거질 수밖에 없다.

계선vs비선 싸움, 비선vs비선으로 번지나?

이번 파문에서 주목해야 될 점은 비선끼리도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정윤회 씨는 지난 10일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하면서 "엄청난 불장난을 누가했는지 했는지, 또 불장난에 춤춘 사람들이 누군지 다 밝혀지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씨가 '불장난'이라는 자극적인 용어를 써가면서 비판한 대상은 박지만 회장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지만 회장이 정윤회씨를 견제하기 위해 일부러 문건을 흘렸다는 의혹이 나왔기 때문이다. 비선끼리 물밑에서 '권력 암투'가 벌어졌다고 추측하는 시각이 많다.

이들의 파워게임에 피해를 보는 것은 청와대다. 검찰조사가 끝난다 하더라도 박 대통령의 주변의 의혹들은 쉽게 사그라들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박 대통령의 주변이 깔끔하지 않다는 이미지와, 주변 관리를 못했다는 평가가 남게 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18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대대적인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비선의혹을 불식시킬 수 없다. 이제라도 진정성 담긴 소통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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