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해산, "이미 2012년에 예고된 결과"?
통합진보당 해산, "이미 2012년에 예고된 결과"?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4.12.19 1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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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대선, 박근혜 저격한 이정희…"朴 떨어뜨리려 나왔다"
운명의 장난인가, 치밀한 복수극인가…직접 비난 피한 박근혜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근홍 기자)

▲ 2012년 대선 당시 TV토론회에 출연한 박근혜 대통령(왼쪽)과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 뉴시스

"헌법재판소는 피청구인 통합진보당을 해산하고 그 소속 국회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2014년 12월 19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굳은 표정의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청구에 대해 '해산' 선고를 내렸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쓴웃음만을 지었다. 수많은 당원과 지지자들이 눈물을 흘리며 고성을 질렀지만, 이 대표는 차분하게 그들을 위로했다. 마치 이러한 결과를 미리 알고 온 것 같은 모습이었다.

재판소를 나온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정권이 대한민국을 독재국가로 전락시켰다. 진보정치 15년의 결실인 진보당을 독재정권에 빼앗겼다. 오늘 나는 패배했다.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을 남겼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통합진보당의 해산과 이 대표의 '패배'는 이미 2년 전부터 예고됐던 결과라는 말이 나온다. 2012년 대선 당시 TV토론회에 출연한 그는 새누리당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박근혜 후보 떨어뜨리려 나왔다"며 선전포고를 던졌다. 이 대표는 박 대통령의 '저격수'였다.

"충성혈서 써서 일본국 장교가 된 다카키 마사오, 한국 이름은 박정희"
"여성대통령이 필요하다. 그러나 여왕은 안 되지 않겠나"

2012년 제18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토론회의 주인공은 51.6%의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도, 48.4%의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도 아니었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였다.

당시 이 후보는 "여성대통령이 필요하다. 그러나 여왕은 안 되지 않겠나. 불통과 오만, 독선의 여왕은 대한민국에 필요 없다"며 박 후보에게 각을 세우는가 하면, "외교의 기본은 주권을 지키는 것이다. 충성혈서를 써서 일본군 장교가 된 다카키 마사오, 누군지 알거다. 한국이름 박정희. 군사쿠데타하고 굴욕적인 한일협정 밀어붙인 장본인"이라고 박 후보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을 대놓고 깎아내렸다.

박 후보를 향해 '몸 쪽으로 꽉 붙은 돌(石)직구'를 뿌리며 코너로 몰던 이 후보의 언변은 연일 장안의 화제였다. 젊은 층과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보수·진보 가릴 것 없이 '이정희 어록'에 열광했다. 국민들은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TV토론회가 열렸던 2012년 12월 4일 23시경 국내 주요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1, 2위는 '이정희'와 '다카키 마사오'였다.

운명의 장난인가, 치밀한 복수극인가…직접 비난 피한 박근혜

2012년 박근혜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듬해 11월 5일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고, 정부는 헌정 사상 초유의 정당해산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했다. 이날 국무회의는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열렸다. 박 대통령은 해외순방 중이었다.

그리고 1년 뒤 2014년 12월 19일, 통합진보당은 해산됐다. '운명의 장난'일까, 이날은 박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날이었다.

진보시민단체는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에 치명상을 입혔다며 즉각 정부와 헌재를 비난하고 나섰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한국의 민주주의는 독재와 권위주의 세력에 맞섰던 국민들의 지난한 저항을 통해 그나마 발전해왔지만, 이제 헌법재판소와 정부가 이를 부정해버렸다 그들의 폭력으로부터도 한국 민주주의를 지켜야하는 작금의 현실에 절망감을 느낀다"고 지적했다.

한국진보연대는 "이번 선고는 일종의 민주주의 파괴"라면서 "헌재가 민주주의의 핵심인 정치적 다원주의를 부정한 것"이라며 "헌재가 자신들의 존재 가치를 부정하고 스스로 발등을 찍었다"고 꼬집었다.

박 대통령은 직접적 비난을 피할 수 있게 됐다. 통진당 해산심판 청구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을 당시 그는 유럽에 있었기 때문.

일각에서는 통진당의 해산과 이 대표의 '패배'는 이미 2년 전부터 예고된 결과라는 말도 나온다

시사평론가 유창선 박사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지난 2012년 12월 이정희 당시 대선 후보가 TV토론에서 '다카키 마사오'를 말하고, '박근혜 후보 떨어뜨리러 나왔다'고 했을 때 예고됐던 결과"라며 "진보당 해산 청구에 대한 '인용' 사유를 듣다보니 과거 공안검찰의 공소장 낭독을 듣는 느낌이었다. 이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쿠데타다. 오늘은 대한민국 헌재의 사망선고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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