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수난시대…도의회 도넘은 견제에 "힘들다"
스크롤 이동 상태바
원희룡 수난시대…도의회 도넘은 견제에 "힘들다"
  • 홍세미 기자
  • 승인 2014.12.24 12: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도-도의회 '갈등 폭발'…원희룡, ˝선심성 예산 있을 수 없어˝
'협치' 내세운 원희룡, 잇따른 인사참사에 위축되나?…'견제 극심'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홍세미 기자)

▲ 원희룡 제주도지사 ⓒ 뉴시스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수난시대다. 압도적 지지로 제주지사에 당선됐지만 매끄러운 도정을 펼치기는 첩첩산중이다.

원 지사가 펼치려했던 '개혁', '협치'가 흔들리는 모습이다. 도의회가 원 지사에 대해 도넘은 견제를 하고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예산편성과 인사 문제를 놓고 원 지사와 도의회와 충돌했다. 구태 관행을 뿌리뽑겠다는 원 지사 행보가 벽에 부딪혔다.

최근 2015년 제주도 예산 편성을 두고서 도의회와의 갈등을 빚었다.

제주도의회의 '관행'이라고 불리는 '선심성 예산'을 원 지사는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른 도의회 반발이 거세다.

지난 15일엔 원 지사가 의회 본회의장에서 의회를 향해 예산 관련 항의 발언을 하는 도중 구성지 의장은 마이크를 끄고 정회를 선언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구성지 도의장은 연간 일정 금액 예산이 돼야 의원들이 가장 기초적인 지역민원들을 해결해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원 지사의 입장은 의원 한 명당 일정액을 배정해 의원이 마음대로 쓰던 '재량사업비'는 과감히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 지사는 "감정적 대립을 멈추고 도민의 혈세인 예산이 도민이 요구하는 곳에 법과 원칙을 지켜가면서 예산이 쓰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도민의 혈세를 의원의 재량사업비로 넣을 수 없다는 '원칙'을 고수한 것.

제주경실련도 지난 9일 성명을 통해 “제주도의회가 새해 예산안 심사에서도 ‘나눠먹기’와 ‘선심성 예산 증액’의 구태를 되풀이하고 있다”며 “도의원들이 지역구 챙기기 예산 확보에 혈안이 되면서 도의회 상임위원회 심사에서 대규모 예산 증액이 이뤄지는 등 개선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제주경실련은 제주 상임위의 민간위탁금 등 선심성 증액 주요 사례 10건을 발표하기도 했다.

▲ 제주 경실련이 발표한 제주도의회 상임위별 선심성 증액 주요 사례 ⓒ 제주 경실련

제주도의회 소속 의원들 41명이 배정비 20억 원 요구를 두고 '흥정'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부터 사태가 급격하게 악화됐다.

원 지사는 지난 19일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 "일부 도의원들이 사심 내지는 욕심이 껴서 1인당 20억 원씩 보장해달라는 조건을 내걸었다"고 밝혔다.

이에 제주도의회는 "공식적으로 20억 원을 통으로 요구한 바는 없다"고 주장했지만, 박정하 제주도 정무부지사는 23일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지난 9월 중순쯤 의장 집무실에서 구성지 도의회 의장이 (의원 공약사업비 등의 명목으로) 20억 원을 요구했다"고 직격탄을 날리면서 진실공방을 이어갔다.

이에 구 의장은 "법적 처리를 하겠다"면서 강하게 반응했다.

원 지사는 결국 24일 오전 제325회 도의회 임시회 제2차본회의에서 '2014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의결에 즈음한 인사말'을 통해 "최근 라디오 방송 대담 중에 저의 일부 지나친 표현으로 말미암아 본의 아니게 도의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된 점에 대해 사과한다"고 언급했다.

원 지사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의회를 존중하면서 건강한 견제와 협력관계를 책임져야 할 도지사로서 표현이 잘못됐음을 인정하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이며 '협치'를 강조했다.

원희룡이 내정한 인사, 줄줄이 '낙마'…'협치'도 흔들

이처럼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인사를 단행할 때도 '협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 그런 '협치 인사'가 줄줄이 낙마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제주도는 특별자치도기 때문에 도지사가 시장을 발탁한다. 원 지사는 시민사회 출신 이지훈 전 제주시장을 발탁했다. 새누리당원인 원 지사가 제주시민운동 1세대 대표주자인 이지훈씨를 발탁한 것은 '신선한 정치 실험'이었다.

하지만 주변에서의 극심한 '견제' 때문에 이 전 시장은 취임 한 달 만에 자진사퇴했다.

이 전 시장은 지난 8월 자진사퇴하면서 "자리에 계속 지키고 있다간, 내가 원 지사의 도정 운영에 발목을 잡을 것 같아 사퇴한다"고 심경을 밝혔다.

또 두번째 제주시장 후보였던 이기승 전 제주시장 예정자가 도의회 인사청문회의 도중 자진사퇴했다. 원 지사의 '협치 인사'는 큰 위기에 직면했다.

원 지사의 핵심 기구였던 '협치정책실'은 5개월만에 '정책보좌관실'로 명칭을 변경했다. 또 도지사 직속이 아닌 총무과 소속으로 사실상 격을 낮췄다.  원 지사의 '정치 실험'이 과도기를 겪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24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이제껏 제주의 구태 관행을 원 지사가 해결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이를 바꾸려면 도의회의 협조가 필수다. 지금은 도의회가 무리하게 원 지사를 견제하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도지사 임기 말미 쯤엔 많은 것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새누리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행복하기로 마음먹은 만큼 행복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