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콘업계 발전위해 밀알 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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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콘업계 발전위해 밀알 될 터”
  • 차완용 기자
  • 승인 2009.01.22 1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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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아스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김동규 회장

오후 3시의 메마른 겨울햇살이 널브러져 있다. 1월 7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한국아스콘공업협동조합 본사에서 만난 김동규(61·㈜한창산업 대표) 회장은 짙은 감색의 정장 차림이었다. 안에 받쳐입은 스트라이프 와이셔츠와 검은색의 니트 그리고 붉은색의 타이는 점잖으면서도 따뜻한 인상을 줬다.

김 회장은 제주지역 중소기업협동조합 대표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전국단위 연합회장에 당선돼, 한국아스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아스콘협동조합)의 제5대 회장을 맡고 있다.
이와 함께 김 회장은 중소기업중앙회 제주지역회장 겸 지역회장단 부회장도 같이 역임하고 있으며, 자신의 사업인 ㈜한창산업도 운영하고 있다.

사실 김 회장과의 인터뷰는 지난해 12월 말부터 추진돼 왔다. 하지만 제주와 서울을 오가며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김 회장과의 인터뷰 만남은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인터뷰 당일도 김 회장은 새벽에 제주도에서 올라와 조찬모임을 갖고 오후에는 신년 모임에 참석해야 하는 등 바쁜 일정 속에 시간을 내 인터뷰를 시작할 수 있었다.

▲     © 시사오늘
-(주)한창산업에 대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이러한 인터뷰 첫 질문에 김동규 회장은 “동네구멍가게인데 뭘…”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기자가 계속해서 답변을 요구하자 김 회장은 쑥스러운 듯 조심스레 입을 열기 시작했다.

“(주)한창산업은 골재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업체입니다. 일반 골재 보다는 모래를 직접 생산하고 있습니다. 저의 업체에서 생산되는 모래는 레드믹스 콘크리트(레미콘), 아스팔트 콘크리트(아스콘) 등을 만드는 업체로 납품되고 있습니다. 또한 한창산업에서는 아스콘을 직접 생산하고 있습니다.

아스콘은 아스팔트와 굵은 골재(자갈), 잔골재(모래) 또는 포장용 채움재(필러, 석분)를 가열 또는 상온으로 혼합한 것으로 도로포장에 주로 사용됩니다.
한창산업은 골재사업부, 중기사업부, 아스팔트생산부 등 다양한 사업군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개인 회사로 레미콘 회사를 두 곳((주)한송, (주)한송산업)과 (주)한송아스콘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5대 아스콘협동조합의 회장직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007년 9월에 제주도 아스콘협동조합 이사장으로 있을 당시 4대 연합회장이 임기가 끝나 새로운 회장을 선출하게 됐습니다. 연합회장이 되는 자격요건에는 현 조합이사장이나 대의원의 자격이 충족돼야만 합니다. 당시 나는 이러한 자격요건이 갖춰져 있었고 회장을 선출하는 임시총회에서 전국 아스콘협동조합 이사장 및 대의원들이 나를 지지해줘 단일 후보로 출마, 당선됨에 따라 회장직을 맡게 됐습니다.”

당시 김동규 회장은 제주지역 중소기업협동조합 대표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전국단위 연합회장에 당선돼 화제를 모았으며, 임시총회에서 전국 아스콘협동조합 이사장 및 대의원으로 구성된 선거인단 선거에서 만장일치로 당선되는 영예를 안았다.

-사업을 하면서 어려운 점과 기억에 남는 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습니까.

이번 질문에 대해 김 회장은 자신의 사업에 대한것 보다는 국내 아스콘업계 전체에 대한 문제점과 이로 인한 어려운 점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내 개인 사업이야 구멍가게 수준인데 어떻게 운영을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구멍가게야 망해도 그만이지만 국가의 사회간접자본(Social Overhead Capital)을 담당하고 있는 아스콘업계에 대해서는 중요한 부분이 많으니 전반적인 이야기를 아스콘협동조합 차원에서 하겠습니다.

아스콘을 생산하는데 있어 국내 아스콘업체들이 자체적으로 만들어 내는 자재는 아주 미미합니다. 이는 자갈, 모래 등 골재 밖에 생산을 못하기 때문입니다. 아스콘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정유사에서 독과점하는 아스팔트입니다.

420개 영세 아스콘 제조업체들은 국내에 4개뿐인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대기업 정유사의 부당한 아스팔트 가격 인상 횡포와 제한 공급 등 독과점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또한 지식경제부 및 조달청 등 정부의 무관심도 큰 문제입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국제유가가 120% 이상 인상되는 등 우리(아스콘업계)에게는 정말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국내 아스콘업체가 생산하는 90%를 전부 국가에 납품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실제 사회물가 보다 낮은 가격에 측정됩니다. 하지만 지난해의 경우 주원료인 아스팔트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상태에서 우리는 납품을 해 봤자 손해를 보게 되는 구조가 형성됐던 것입니다.

더욱이 유가 폭등의 시기가 지나고 유가가 하락하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유사들은 아스팔트 가격을 올려서 받았습니다.
이러한 부당한 현실에 대해 아스콘협동조합에서는 아스팔트 값 인상을 자행한 대기업 정유사와 이를 수수방관한 정부를 규탄하기 위해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임직원 등 3000여명이 참여하는 등의 대규모 궐기대회를 여러 차례 개최했습니다.

당시 우리 아스콘협동조합에서는 지식경제부, 기획재정부, 조달청, 공정거래위원회에 아스팔트의 합리적인 가격과 불합리한 인상행위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납품단가 연동제 시행, 신뢰할 수 있는 구매가격 정책 시행, 아스팔트 값 부당인상 조사 등을 요구했습니다.
이를 통해 계약금액 조정 등 미력하지만 우리의 뜻이 받아들여 졌습니다.”
▲     © 시사오늘

-아스콘은 기름 찌꺼기로 만드는 것인데 유가변동에 원인이 됩니까.

“외국의 사례를 보면 러시아의 경우 기름 찌꺼기를 폐기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단가가 매우 낮게 형성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원자재로 분류 되고 있어 가격이 높게 책정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정유사의 횡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유독 사전 예시 또는 고시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품목이 아스팔트입니다.

정유사가 원유를 도입해서 1차~2차로 뽑고 난 후 얼마만큼 남는 것을 아스팔트 비중을 주는 지, 이로 인해 원가가 어떻게 계산되는 지 우리로선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 비해서 우리나라의 아스팔트 가격이 높은 것은 확실합니다.”

-아스콘협동조합에서 아스팔트 가격을 체계화 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석유협회, 지식경제부, 정유사에 등에 토로도 했지만, 아직은 그 효과는 미미한 상황입니다. 그러나 좀 더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을 구상 중에 있습니다.”

-약력 중 제4대 제주도의회 의원 등을 역임했던 이력이 있는데, 정치를 할 계획은 없습니까.

“1991년부터 1995년까지 제4대 제주도의회 의원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정치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습니다.
나는 자격도 없고 지금같이 싸우는 국회라면 싸움도 할 줄 몰라서 더더욱 국회의원을 못 합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자기가 한 사업에서 돈을 벌었으면 사업의 발전을 위해 연구를 하고 개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스콘업계를 위해 정치권에 들어가서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면 더욱 큰 일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돈 좀 벌었다고 이를 가지고 강남에 가서 사우나 하면서 펀드하면 다 망하는 것입니다. 노동을 하는 사람은 노동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내가 아스콘사업을 통해 돈을 벌었으면 아스콘에 다시 투자를 해서 이를 개발시켜야 하는 것이 진정 국가를 위해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스콘은 선진국에서 개발된 것을 국내에 도입한 것입니다.

만약 이러한 아스콘을 국내 기술로 더욱 개발해 발전시키고 더 나아가 해외로 역수출을 할 수 있는 기술력이 생긴다면 이보다 더 국익에 앞장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스콘이 정치하는 사람이 잘못해서 잘못된 것은 없습니다.
나라가 잘되려면 공무원이 잘해야 하는데 공무원만 바로해주면 아스콘업계는 잘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스콘업계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어떠한 것이 있을까요.

“현재 우리나라의 사회간접자본 중 하나인 도로는 이미 다 설치된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전체를 아스팔트로 다 덮을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이렇듯 갈수록 수요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아스콘업계가 살 수 있고 나아가야 할 길은 기술 개발 밖에 없습니다. 이를 통해 아스콘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 시키고 발전시켜 해외에도 수출하고 국내에도 좀 더 효율적이고 안전한 도로를 설치하게 된다면 아스콘업계에는 분명 호황이 찾아 올 것입니다.

이를 위해 아스콘협동조합에서는 지난 2002년부터 경기도 하남시에 아스콘시험연구소를 설치하고 신기술과 신제품 개발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또한 21세기를 맞이해 더욱 환경에 신경 쓰고자 친환경적인 입장에서 걷어낸 아스팔트를 다시 재생해 사용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     © 시사오늘
-한창산업 대표이사와 아스콘연합회 회장으로서의 올해 계획은 무엇입니까.

“누차 이야기 하지만 한창산업은 말 그대로 내 개인 사업입니다. 동네 구멍가게 사업계획을 말해 무엇을 하겠습니까. 구멍가게의 이익보다는 국가 사회간접자본 사업의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하는 아스콘협동조합의 계획에 대해 말하겠습니다.

우리 아스콘협동조합의 2009년 추진계획으로는 우선, 품질 향상을 위한 품질 관리 노력을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 아스콘협동조합에서는 전국 420개 회원사들의 정기적인 품질 시험 검사 및 교육 실시 등을 통해 아스콘의 품질 향상을 추진할 것입니다. 또한 세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아스콘 생산국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시험연구소 기능 및 역할을 강화 시켜 기술과 제품에 대한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입니다.

이 외에도 정부와의 꾸준한 대화와 타협을 통해 아스콘업계가 조금 더 성장할 수 있고, 일 할 맛 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아스콘협동조합에서는 조합의 입찰 참여 제한 등 제도 변화에 대항하기 위한 조치를 강구할 것이며, 납품단가 현실화를 위한 정부 시책을 이끌어 낼 것입니다. 또한 공사용자재 직접구매(분리발주)이행력 강화의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부탁드립니다.

“다들 어렵다고 합니다. 이런 때 일수록 아스콘업계의 420개 회원사들은 서로 협력하고 화합해야 할 것입니다. 자신의 이익이 약간은 모자라더라도 서로 양보하고 룰을 지켜서 사회간접자본으로 쓰이는 아스콘이 하자가 없도록 품질 관리의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를 통해 세금이 한푼도 헛되게 쓰이지 않고 국가 사회간접자본 사업에 기여하는 업체로 남기를 바랍니다. 물가도 안정이 되면 좋겠고, 국가 예산도 절약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나는 아스콘업계가 발전할 수 있는 밀알 될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아스콘협동조합이 구심점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인터뷰를 마친 후 기자는 김 회장에게서 받았던 명함을 다시 보니 국회의원과 대한주택공사 사장 등을 역임했던 김동규 사장과 한자까지 똑같은 동명이인이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에게 ‘이름이 같다’고 물었더니 그는 한바탕 호탕하게 웃으며 “그렇다. 그뿐 아니라 부시도 떠는 조선인민공화국 북한 서열 4위였던 김동규 하고도 이름과 한자가 같다”고 답했다.

김 회장은 “이번 인터뷰가 우리 회사에 대한 내용 보다는 우리 아스콘업계가 발전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되도록 해달라”며 인터뷰 내내 이야기 했던 아스콘업계에 대한 내리사랑을 전했다.
자기 사업까지도 ‘구멍가게’로 치부하며 아스콘업계 전체의 입장을 전하기 위해 신경 쓰는 김 회장의 모습에서 그가 ‘아스콘의 아버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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