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으로 치닫는 우경화…보수 정점에는 극우가 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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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으로 치닫는 우경화…보수 정점에는 극우가 발호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5.01.07 0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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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우경화①>우경화는 현재진행형
'일본의 우경화'와 닮은 '대한민국의 우경화'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근홍 기자)

"일본의 아류, 친일 주구(走狗)로부터 성장해 온 한국의 극우주의는 이미 일본 극우의 '모범'이 될 정도로 '발전'되어 우리의 미래를 버젓이 가로막고 있다."   - 노르웨이 오슬로대학교 박노자 교수

▲ 시민과 충돌하는 '어버이연합' 등 일부 보수단체 회원 ⓒ 뉴시스

대한민국이 우경화(右傾化)되고 있다. 우경화란 사회적 기류가 보수적으로 변화하는 것, 즉 사회 전반의 '우향우'를 의미한다. 아울러 '극우'성향을 띤 국민들이 증가하는 현상을 뜻한다. 극우란 보수 성향에 깊이 치우친 것을 말하는데, 쉽게 말해 '극단주의+우파'라고 볼 수 있다. 때론 그 정도가 지나쳐 민주주의 원리 중 하나인 '다원성'을 부정하기도 한다.

한국은 2004년부터 우경화가 점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이념의 보수화와 생애주기효과>(이준한 인천대 교수, 국제정치연구, Vol.17, 2014)에 따르면, 제17·18·19대 총선을 치르는 동안 한국 유권자의 이념성향이 '더 보수화됐고, 더 분극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선거를 거듭할수록 극좌적인 이념성향이 줄어드는 동시에 이 공간을 극우적인 이념성향이 채움으로써 한국 사회 전체적 이념성향이 우경화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실제 2004년 제17대 총선을 포함, 총 9차례 치러진 대선·총선·지방선거에서 민주당(現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이 한나라당·새누리당을 누른 일은 세 번(2004년 총선, 2010년 지방선거, 2014 지방선거) 밖에 없었다. 지방선거의 경우 정치성향보다는 인물 중심으로 표가 갈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야당이 실질적으로 승리한 것은 단 한 차례에 불과하다. 심지어 2014년 7·30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은 총 15석 중 11석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며 '재보궐선거는 야당이 유리하다'는 정가의 통설을 깨부수기도 했다.

이 같은 우경화 징후는 비단 '선거판'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포착된다. 그중에서도 이명박 정권 이후, 극우성향 단체들의 폭력적인 언행이 증가한 점이 단연 눈에 띈다. 2009~2010년에는 일부 극우단체가 故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주변을 파헤치거나 불을 지르고, 오물을 투척하는 등 '묘역 훼손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돼 논란이 됐다.

박근혜 정권 하에서도 극우단체들의 폭행과 위협 사건이 이어졌다. 지난 2013년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촛불시위에서 당시 민주당(現 새정치민주연합) 전순옥 의원과 그의 보좌관이 일부 극우단체 회원들에게 폭행을 당했다. 이들은 통합진보당 당사에 난입해 여성 당직자를 폭행하고 기물을 파손하기도 했다. 부산에서는 촛불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을 총기로 협박하는 일도 있었다.

온라인상에서 우경화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1999년 개설된 인터넷 사이트 '디시인사이드(DC inside)'는 보수적 성향을 띤 네티즌들의 '놀이터'가 됐다. 이곳에서 세를 결집하던 보수 네티즌들은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자신들만의 공간을 따로 만들기에 이른다. 흔히 '일베'라 불리는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는 디시인사이드에서 활동하던 보수 네티즌들이 2010년 개설한 사이트다.

이후 일베는 한국 여성들을 싸잡아 조롱하거나, 민주화 운동과 특정 지역을 비하하고, 특히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부정하는 등 수많은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며 대표적인 극우성향 사이트로 분류되기에 이른다. 광화문에서 단식 운동을 벌이는 세월호 유가족 곁에서 '폭식 투쟁'을 벌인 광경은 그야말로 극우의 극치였다.

일베의 등장은 곧 '젊은 보수의 등장'을 의미한다. 50대 이상 연령층이 주를 이루던 한국의 보수우파는 이로 인해 전환기를 맞았다. 실제로 2010년 이후 대학생의 우경화는 큰 폭으로 늘었고, '미래를 여는 청년 포럼', '바른 사회 대학생 연합', '청년 자유 연합'. '한국대학생포럼' 등 수많은 보수 대학생 단체들이 나타났다.

지난 5일 <내일신문>과 <한국리서치>는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한 20대의 찬반 여부' 여론조사결과를 공개했다. '국보법 폐지 반대' 62.1%, '국보법 폐지 찬성' 37.9%로 나타난 이번 결과에 대해 이지호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상임연구위원은 "촛불세대(25~29세)가 젊은 세대 중에서 가장 보수적으로 나타났다. 20대 후반인 촛불세대의 보수화가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의 우경화'와 닮은 '대한민국의 우경화', 현재진행형
"보수화의 정점에서 극우가 발호, 우리가 바로 그런 위기에 처해있어"

▲ 특정 지역을 비하하는 인터넷커뮤티니 '일간베스트' 캡처 ⓒ 시사오늘

일본은 아베 총리를 필두로 우경화 행보를 걷고 있다. 더욱이 최근 들어 일본 극우세력은 점차 정치 전면에 나서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1993년 '고노담화'를 부정하고, 한국인들을 '바퀴벌레'라고 부르며 '혐한 시위'를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대동아시대'를 꿈꿨던 과거의 군국주의 시절을 찬양하고, 일본의 재무장을 지향한다.

도쿄 소피아 대학 미우라 마리 교수는 "(극우세력이) 소수지만 평범한 일본인들과도 어느 정도 정서가 통하는 것 같다"며 "이들의 영향력은 체감 상 느껴지는 크기보다 더 클지도 모른다"고 로이터 통신을 통해 전했다.

대한민국의 우경화는 단순 '우향우'가 아닌 '극우'로 치닫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의 우경화'와 닮은꼴이다. 경제 성장이 둔화하면서 우경화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그 과정도 매우 흡사하다.

일본의 우경화 현상은 경제 성장의 하락과 함께 발생했다. 1980년대 경제적으로 절정을 찍었던 일본은 그 이후 부동산거품·주식거품 등 이른바 '경제 버블'이 연쇄 붕괴되면서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 1990~2000년까지를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표현할 정도. 이윽고 2011년 중국 GDP가 일본을 뛰어넘게 됐고, 마침 동일본 대지진도 터진다. 학계에서는 이 바로 시점부터 일본 우경화가 시작됐다고 말한다.

일본 와세다대학교 이종원 교수는 올해 초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안 그래도 잃어버린 10년, 20년 등으로 경제가 어렵고 정치개혁이 좌절되는 등 불만이 많았는데, 이제 일본이 아시아의 일인자가 아니라는 상실감, 대지진의 충격, '일본은 이제 약하다'는 자각 등으로 신경질적인 반응이 나오게 된다. 이를 일본 우파들이 자신들이 어젠다 실현을 위해 활용하며 지금의 상황(우경화)이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수많은 월급쟁이와 자영업자들이 거리로 나앉게 됐다. 6·25전쟁 이후 눈부신 성장의 길만을 걸어왔던 우리 국민들로서는 그야말로 '대충격'이었다. 대기업은 몰락했고 소비심리는 둔화됐다. 내수시장은 침체됐고 경제성장률을 바닥을 기었다. 그리고 늙은이들은 하루 종일 폐지를 모아도 입에 풀칠하기 버겁고, 젊은이들은 4년 내내 스펙 쌓기에 전념해도 번듯한 직장을 찾기 어려운 시대가 찾아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1960~70년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정권 당시 '배부르고 등 따습던' 때를 '향수(鄕愁)'하기 마련. '그 때 그 시절'을 직접 경험한 노년 세대의 '우경화'가 급격하게 빨라졌고, '어버이연합'을 대표로 하는 '극우단체'들이 결집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일베'가 등장하면서 '젊은 극우'도 사회 전면에 등장하게 된다.

일부 학자들은 이처럼 대한민국의 우경화가 '극우'로 치닫는 것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극우는 자신과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 다른 정치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고, 나아가 다른 이해관계가 공존해야 한다는 민주주의 원리를 무시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극우는 피해자가 특정 지역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물리적, 정신적 폭력을 행사하기도 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실정.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보수의 또 다른 적은 극우"라고 말한다. 그는 "보수와 극우의 차이는, 극우는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정상적인 목소리가 나올 수 없다"고 밝혔다.

박홍규 영남대 교수는 지난달 <경향신문>와 한 인터뷰에서 "보수화의 정점에서 극우가 발호하는 것은 어느 나라, 어느 시대에서도 볼 수 있는 가장 위험한 현상인데, 지금 우리가 바로 그런 위기에 처해있다"고 주장했다.<계속>
 

'대한민국 우경화②'에서는 '다문화에 대한 폭력'과 '젊은 보수의 등장', 그리고 '통합진보당 해산 사태로 바라보는 헌법기관의 우경화'에 대해 논하고, 대한민국 우경화에 대해 진단한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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