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이 '박세일 카드' 접을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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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이 '박세일 카드' 접을 수 없는 이유
  • 홍세미 기자
  • 승인 2015.01.13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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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연구원, 새누리당 공천 여론조사 담당
김무성, '박세일 형님' 두 번 배신할까?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홍세미 기자)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 뉴시스

새누리당 친박계와 비박계의 갈등은 박세일로부터 시작됐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박세일을 여의도 연구원장으로 내정했다. 친박계 의원들은 이를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김 대표를 흔들었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탈당'까지 언급하면서 박세일의 임명을 반대했다. 김 대표가 이렇게 거센 비판을 받으면서도 쉽게 여의도 연구원 자리에 '박세일 카드'를 놓지 못하는 숨은 이유는 무엇일까.

'박세일 카드' 접을 수 없는 이유 1. 100% 여론조사의 숨은 뜻

새누리당의 '싱크탱크'라 불리는 여의도 연구원은 각종 선거를 앞두고 어떤 후보를 내세우는 것이 승산이 높은지를 분석한다. 자체적으로 전화 여론조사 할 수 있는 ARS 인력도 갖추고 있다. 총선 공천 여론조사도 여의도 연구원에서 맡는다.

이를 총괄적으로 담당하는 사람이 여의도 연구원장이다. 새누리당의 한 초선 의원은 13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사실 여론조사라고 하는 것은 말장난과 같다. 어떻게 질문을 내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질문 순서나 방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100% 여론조사'로 공천을 실시한다고 했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공천 시 여의도 연구원의 여론조사를 활용한다. 여론조사를 총괄 지휘하는 여의도 연구원장이 차기 총선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자리에 김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과 '악연'이 있다고 알려진 박세일을 내정했다. 박세일을 앉힌다면 20대 공천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앞세워 친박계 의원들이 대거 탈락하더라도 김 대표는 어느정도 책임을 피할 수 있다.

이에 친박계 의원들은 '차기 총선 공천을 좌지우지하기 위해 박세일을 내정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박세일 카드' 접을 수 없는 이유 2. 인사권 박탈 증거

지도자가 레임덕에 걸렸다는 증거는 무엇일까. 바로 '인사권'을 마음대로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서서히 레임덕이 진행되고 있는 과정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인사권을 마음대로 행사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정치평론가 박상병 박사는 최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지난 안대희·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들의 연이은 낙마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은 시작됐다고 본다"며 "대통령이 내정한 국무총리 후보자들이 연이어 낙마했다는 것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 대표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내정한 인사가 불발된다면 실질적으로 당내 입지가 약해졌다는 증거다.

이를두고 일각에선 김 대표가 '딜레마'에 빠졌다고 언급한다. 박세일 카드를 접는다면 인사권이 박탈됐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라 '리더십'에 타격을 입는 것이고, 접지 않으면 계파갈등을 초래할 것이라는 의미에서다.

김무성은 당대표로 취임한 지 6개월이 갓 넘었다. 앞으로 당대표 임기는 1년 6개월이 남았다. 1/4이 넘은 시점이다. 벌써부터 인사권이 박탈된다면 '식물 대표'나 마찬가지다. 두 손 두 발 묶인 것과 다름 없다. 앞으로 당내 현안 문제들을 비롯해 큰 선거인 20대 총선에서도 자신의 영향력을 보일 수 없다.

'박세일 카드' 접을 수 없는 이유 3. 두 번 '형님' 배신할까?

친박계가 박세일 내정에 대해 반기를 든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과 껄끄럽기 때문이다. 박세일은 2005년 세종시 수도 이전을 내세웠던 박근혜와 각을 세우며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이후 2012년 총선을 앞두고 박세일은 '국민생각'을 창당, 한나라당을 이끌던 박근혜 비대위원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박세일이 국민생각을 창당할 당시, 여론의 관심을 모았던 인물은 이재오와 김무성이었다. 특히 김무성이 국민생각에 입당한다면, 새누리당 내 대규모 '탈당 러쉬'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하는 시선이 많았다. 만일 보수로 분류되는 정당이 둘로 나뉘게 된다면 총선을 비롯해서 대선까지 새누리당은 쉽지 않다. 특히 지난 대선은 '박빙'이라 불렸던 만큼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웠던 선거였다. '한 표'가 중요했던 상황.

하지만 김무성은 탈당을 접었다. 김무성은 2012년 3월 12일 "우파분열의 핵이 될 수 없다"면서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김무성이 떠나지 않자 새누리당에서도 '잔류 분위기'가 확산됐다. 새누리당은 안정을 곧 찾았다.

이후 김무성은 박근혜 후보캠프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을 역임했다. '박세일 대 박근혜' 구도에서 김무성은 박근혜를 택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13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사실상 2012년 김무성이 박세일을 배신한 것과 다름 없다"면서 "이번 여의도 연구원장 자리에 내정했는데, 친박계의 반발로 무산된다면 두 번 배신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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