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투쟁에 앞장선 사람은 노병구 한 사람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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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투쟁에 앞장선 사람은 노병구 한 사람뿐”
  • 노병구 자유기고가
  • 승인 2010.05.31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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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본격화된 13대 국회의원 선거전

선거벽보는 후보자가 제출한 원고대로 선거관리위원회가 일괄제작해서 선거구 관내 요소에 붙이도록 규정돼 있고, 현수막도 후보자가 제작해서 선거관리위원회의 검인을 받아 일정한 수만 관내 요소에 내걸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도 먼저 여당인 민정당의 윤향열 후보가 벽보를 붙일만한 자리만 있으면 열장이고 스무 장이고 잇대어 붙여 벽보로 도배를 하기 시작했고, 현수막도 규정된 크기를 넘어 자기 마음대로 제작해서 제한된 수보다 월등히 많이 붙이기 시작했다.

단속해야 할 선거관리위원회나 경찰도 여당인 윤항열 후보가 솔선해서 위법을 하자 단속을 하는 둥 마는 둥 했다. 그렇게 되자 신민주공화당의 김병용 후보도 이에 질세라 따라 붙어서 광명시 천지가 윤향열, 김병용의 포스터로 도배가 되었다.
 
또 김병용은 현수막도 두 폭으로 넓고 긴 현수막을 만들어 윤향열의 현수막 수보다 훨씬 많이 내걸어 이 때문에 광명시 전체가 두 사람의 현수막으로 뒤덮였다. 평민당의 최정택 후보도 그런대로 흉내를 내고 있었다.

내 경우는 2천만 원으로 후보등록금 1천만 원을 내고 창당대회 경비로 1천만 원을 썼으며, 김영삼 총재가 4천만 원을 지원해주었고, 친척친지들이 조금씩 도와주어 총6천 기백만원으로 선거를 끝내야했다.
 
그런데 실제로 선거운동에 쓸 수 있는 돈은 4천만 원 정도밖에 없어서 각 투표구 참관인의 식대와 일당을 제하면 남은 돈으로 운동원들 자장면 값과 사랑방좌담회 때 2만원씩 내줄 경비와 유권자들에게 나눠 줄 명함과 선거홍보물을 제작할 돈도 빠듯한 형편이었다.

처음부터 가진 돈이 없었던 우리는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 규정대로 만든 현수막 중 자연 파손되는 것만 보충하고 그들처럼 수많은 벽보를 만들어 붙이지도 못했다. 나의 당선을 기원하여 열심히 운동원들이 손에 들고 다니며 나눠주는 홍보물을 여러 개씩 덧대서 다른 후보들이 도배하듯 붙여놓은 사이사이에 붙여주었다.
 
그리고 광주사태의 처절한 투쟁에 대한 포스터를 여러 군데 붙여놓았다. 그것을 보고 뜻있는 유권자들은 나에게 더 큰 격려를 보내주기도 했다.

합동연설회가 시작되었다. 윤항열, 김병용은 서로 자기가 광명시의 토박이임을 내세워 광명의 발전을 위해서는 광명의 토박이가 대변자가 되어야 한다고 토박이론을 장황하게 늘여놓았다. 윤항열은 힘 있는 여당이 되어야 광명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역설했다.
 
김병용은 김종필을 내세워 지금까지 조국 근대화에 몸 바쳤고 집권경험이 풍부한 신민주공화당이 되어야 한다고 소리쳤다. 광주사태가 났을 때 민주화투쟁 대열에 있지도 않았던 최정택은 호남표만을 얻기 위한 전략으로 “위대한 지도자 김대중 선생을 모시고 광주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평민당이 당선돼야 노태우정권을 견제할 수 있다”고 호남인의 단결을 역설했다.

나는 말했다.
“사랑하는 광명시민 여러분, 제가 광명에 이사 온 지 8년이 됐습니다. 그동안 여러분과 어울려 정도 나누고 광명의 대소사에 관한 일도 의논하고 했어야 했는데, 저는 우리나라가 민주주의 국가가 되기를 원하는 여러분을 대신해 그동안 군사독재정권에 맞서 싸우느라 정보부와 경찰의 철저한 감시 속에서 툭하면 가택연금을 당하고 데모에 나가서 최루탄을 맞아 고통도 당하고, 또 그들에게 잡혀 닭장차에 실려 강제로 끌려가기도 하고, 남산 정보부 지하 3층에 갇혀 심한 고통을 당하면서 사느라고 여러분과 만날 기회를 갖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런 자리에서 비로소 인사드리게 된 것을 이해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여기 출마한 몇 분이 조상대대로 살아왔다고 자기가 토박이라고 토박이를 당선시켜야 광명이 발전한다고 욕설하고 있는데, 노병구는 벌써 광명에 이사 온지 8년입니다.
 
그중 한분은 정부고위직을 두루 거친 뒤 좋은 집에 살고 좋은 자가용을 타며 경제적으로 넉넉한 생활을 하는 분이고, 또 한 분은 수십 년 동안 군사정부에 붙어 권력의 도움을 받으며 땅 짚고 헤엄치는 사업으로 많은 돈을 벌어 아주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는 분입니다.
 
이 사람들이 정말 광명시민 여러분을 위해 헌신적인 봉사를 할 사람이라고 확실하게 믿습니까? 과연 누가 여러분의 이웃입니까? 조상대대로 오래 산 사람입니까? 광명에 살면서 출세하고 돈 벌고 누리고 산 사람이 진정 여러분의 이웃이라고 보십니까? 요새 보니까 얼마나 돈을 벌어놨는지 이 사람들에게는 선거법도 최소한의 양심도 없습니다.
 
나나 여러분이 갖지 못한 돈만 있습니다. 표만 보이면 돈을 마구잡이로 뿌립니다. 돈을 주고 불갈비를 먹이고 목걸이를 준답니다. 이 사람들이 진짜 광명의 토박이이고 정말 여러분의 이웃입니까? 속지 마십시오. 정말 옷깃을 여미고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깊이 생각하십시오.

나는 광명의 토박이라는 말은 하지 않습니다. 또 광명발전만을 위하여 당선시켜달라는 말은 더욱 안합니다. 나는 지금까지 헌법을 유린하고 국방을 잘 지키라고 국민의 혈세로 사다준 총칼로 적이 아니라 국민을 협박하고 언론을 탄압하며 자신들의 권력욕 충족과 풍요한 생활만을 위해 온갖 불법·부정·부패를 일삼는 세력과의 힘겨운 싸움으로 광명에서의 8년을 살았습니다.

나라가 제대로 서야 광명이 있습니다. 이번 선거는 광명의 발전만을 위하여 일하는 광명시장이나 시의원을 뽑는 선거가 아니라 나라의 근본을 바로잡는 국회의원 선거입니다. 이번 선거가 끝나면 바로 시장이나 시의원 선거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그때 생각해주십시오.

목에 칼이 들어와도 바로 보고 바른말을 하고 어떠한 희생이 따르더라도 나라를 사랑하고 국민의 뜻을 하늘처럼 알고 받드는 사람이 당선돼야 합니다. 지금까지 이렇게 살아온 사람이 진정한 광명의 이웃이고 토박이입니다.

추운 겨울날 집에도 못가고 나를 불법으로 가택감금하기 위해 파견된 광명경찰서 정보과 형사들이 ‘광명경찰서 관내에서 이렇게 가택연금을 하는 사람은 의원님(그들은 나를 의원님이라고 불렀다)한 분뿐입니다.
 
의원님도 불편하시겠지만 우리도 죽겠습니다. 우리도 이 짓을 좋아서 하겠습니까? 처자식 먹어 살리기 위하여 할 수 없이 이 짓을 하는 겁니다. 용서하십시오.’ 이렇게 나에게 미안해하면서 내 집 앞에 차를 대놓고 차 안에서 밤을 지냈습니다.

나는 김영삼, 김대중 두 분과 함께 군부독재에 반대하고 이 나라의 민주화투쟁을 멀리는 신민당에서부터 그 두 분의 이름으로 임명한 민주화추진협의회 상임운영위원을 거쳐 신한민주당 전당대회 부의장과 통일민주당 전당대회 부의장까지 고락을 함께한 사람입니다.
 
여기 온 사람 중에 진정 국민의 편에서 일한 사람도 없을 뿐 아니라 민주화투쟁도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항변도 앞장서서 한 사람은 노병구 한 사람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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