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은 '김영란법'을 보고 웃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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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은 '김영란법'을 보고 웃을까?
  • 홍세미 기자
  • 승인 2015.01.24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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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필담>김영란법vs'수정된'김영란법…실효성 '의문'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홍세미 기자)

부산에서 건설업을 하는 A씨는 자신의 회사가 57명의 전현직 검사에게 금전을 비롯한 접대, 심지어 성상납 등 ‘스폰서’ 행위를 해왔다는 문서를 MBC PD수첩에 제보했다. 이후 전국은 ‘스폰서 검사’논란으로 떠들썩했다. 국민들은 이들의 단죄를 원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여러 차례 술접대를 받은 검사 5~6명을 포함, 20여 명의 검사는 징계에 그쳤다.

범죄를 수사해야 할 검사가 범죄를 저지른다면 사회는 어떻게 될까. 다른 직업보다 검사에게 주어지는 청렴도 잣대는 높다. 우리 사회의 범죄를 척결하는 ‘백신’같은 존재기 때문이다.

이런 검사에게 붙여지는 별명이 있다. ‘스폰서’, ‘룸사롱’, ‘그랜저’ 등이다. 위의 사례는 검찰의 비리를 단면으로 보여준다. 수사기관인 검찰은 ‘범죄 사각지대’라는 말이 있다. 문제가 발생한다면 수사하는 것도 검사이기 때문에 ‘봐주기 논란’이 일어나기도 한다. 

‘논란 검사’들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다. 뇌물죄 여부의 판단 근거인 ‘직무연관성’이 없다는 이유다. ‘대가성’으로 보지 않았다는 의미다. 

현재 공직자가 일정 금액을 받거나 금품을 수수했다면, ‘대가성’이 있었느냐, 없었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가성’ 유무로 형사처벌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대가성으로 건넸다는 것을 입증할 증거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비리를 저질러도 증거가 없어 무혐의로 그친 것이 대부분이다.

공직사회의 부패와 비리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이 추진됐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의 이름을 딴 이른바 ‘김영란법’이다.

김영란법은 대가성이나 직무 관련성과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00만 원을 초과하는 현금 또는 금품을 수수한 공직자에 대해 대가성과 직무 관련성을 따지지 않고 형사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민들은 김영란법을 두고 ‘정의의 법’이라고 부른다. 비리 척결은 쉽지 않은 공직사회에서 비리가 줄어들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들이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 국회앞에서 안전사회와 공직부패방지를 위한 김영란법 제정을 촉구하는 공동서한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시스

김영란법 vs ‘수정된’ 김영란법

국민적 지지를 받았던 김영란법이 최근 논란이 됐다. 지난 12일 정무위원회로 통과된 김영란법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로 바뀌었다. 원안에 있었던 △이해충돌 방지법이 제외됐고 △공직자를 비롯한 사립학교 및 언론사 종사자가 추가됐다.

이해충돌 방지법은 직무연관성과 관계있다. 쉽게말해 공직자의 직무에 관련된 직업을 가족이나 친척은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공직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직업의 선택을 제한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이해충돌 방지법은 제외됐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공직자를 비롯한 사립학교 및 언론사 종사자가 추가된 것이다. 김영란법의 공직자 인원은 166만 명으로 추산됐는데, 사립학교 및 언론사 종사자까지 추가한다면 200만 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들의 가족‧친척까지 늘린다면 최대 2000만 명이라는 것. 적용 범위가 과대하고 검경의 수사권 확대로 과잉 수사가 이어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7월 10일 제326회 6차 정무위원회 속기록을 보면 ‘수정된 김영란법’이 올해 통과되기 전, 적용 범위가 넓어진 것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즉 예상됐던 문제라는 것.

-제326회 제6차 정무위원회 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안 제정에 관한 공청회 속기록(2014년 7월 1일)-

노동일 경희대학교 법학과 교수

“저는 원안, 정부안, 의원발의안 등 모든 관련 법안의 입법 취지가 공직자의 청렴성 증진,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 증진, 공직자의 공정한 직무 수행 보장 등 이런 것임을 고려할 때 ‘공직자’와 ‘공공기관’ 이런 것과 직접 관련이 없는 기관을 포함시키는 것은 당초 입법 취지와 다르다고 생각이 됩니다.”

장유식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소장

“사실 김영란법에 대해서 입법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매우 높기는 하지만 사실 언론이나(언론인 종사자를 포함한 수정안) 이 논의 과정에서 이게 너무 지나치게 확대되지 않느냐라고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저희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이렇게 하다 보면(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사를 공적종사자로 포함하면) 불명확성이 더 증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성기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

“제가 우려하는 것은 이렇게 범위를 확대했을 때 너무 경우의 수가 많아져서 오히려 이 법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저는 이 범위 확대 문제는 좀 신중하게 접근해야 된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날 김영란법 공청회에선 범위 대상을 사립학교 교사와 언론 종사자 등으로 넓힌 것에 대한 문제가 지적됐다. 당초 입법 취지는 공직자의 청렴성을 증진하기 위한 것으로, 과도하게 범위 대상을 넓힌다면 법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12일 통과된 ‘수정된 김영란법’엔 사립학교 교사와 언론인 종사자까지 포함됐다. 어떤 논리로 통과됐을까?

제19대국회 제330회 제1차 정무위원회 속기록 (2015년01월12일)

이성보 국민권익위원장

"사립학교의 경우 공립학교 못지않게 여러 가지 정부의 예산이 투입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학교 선생님의 어떤 역할은 국공립학교 선생님하고 똑같기 때문에 그분들에 똑같이 어떤 법을 적용한다라고 하는 입법 정책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보여집니다.

또 언론기관의 경우는 지금 KBS하고 EBS가 당초 정부안에 대상기관으로 포함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거의 똑같은 기능을 하는 'MBC나 그밖의 주요 언론기관들은 또 어떠느냐?' 이런 논란이 있을 수가 있어서 그런 논란 끝에 아마 포함이 된 것으로 보여집니다."

사립학교 교사가 하는 일은 국공립 교사와 같기 때문에 동일하다는 의견이다. 언론인도 마찬가지다. KBS나 EBS 등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국가 기관 소속이다. 그렇다면 MBC나 SBS등 다른 방송국과 언론인들도 하는 일이 다르지 않기 때문에 같은 범위 안에 들어 가야 한다는 것이 맞다는 의견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은 애초에 ‘김영란법’의 대상은 공무원뿐만 아니라 비슷한 업종에 종사하는 민간인까지 포함해서 1000개가 넘는 기관을 적용한 것이라는 주장했다. 국회차원에서 확대한 것이 아닌 원안대로 수정안을 만들었다는 것.

엎어지기 위해 만들어진 '수정된' 김영란법?…의혹도

거대해진 김영란법, 발의가 점점 늦어진다. 2012년 입법을 예고했지만, 약 3년간 진전되지 않고 있다. 현재 상임위에 계류된 상태다. 지난 12일 여야 원내대표는 회동을 갖고 오는 김영란법 처리를 2월로 미뤘다. 커져버린 몸둥이만큼 통과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수정된 김영란법이 엎어지기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제기되고 있다. 지난 15일 JTBC <썰전>출연자인 강용석 변호사와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입을 모아 "김영란법에 사립 교원과 언론인을 추가시킨 것은 법안을 엎어지게 하기 위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들은 언론을 적용 범위 대상에 넣은 것을 주목했다. 언론이 적용 범위 대상에 들어간다면 김영란법에 대한 좋지 않은 기사들을 내보내 여론이 바뀔 것이고, 여론이 바뀐다면 김영란법은 자연스럽게 통과가 되지 않거나 폐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

일각에선 '수정된 김영란법'보다 본래의 취지에 맞게 공직자를 기준으로 하는 '김영란법'이 우선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단 공직 사회의 부정부패를 근절할 실효성 있는 법안을 만든 후 적용 대상을 넓혀가자는 주장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24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수정된 법안이 통과된다면 2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첫째는 실효성의 문제고 둘째는 검찰과 경찰의 권력이 너무 높아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는 뇌물 의혹을 받는 사람 계좌만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만일 수정된 김영란법이 통과되고 나면 최대 2000만명이 잠재적 범죄자 대상이기 때문에 그 가족, 친척까지 계좌를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긴다. 자칫 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 뉴시스

'김영란법'의 김영란은 누구?

김영란(59, 부산출생)전 국민권익위원장은 대한민국의 법조인이다. 2004년 8월 25일,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법관으로 임용됐다.

당시 김영란 전 위원장의 나이는 만 48세였다. 사법연수원 2, 3기 출신들이 거론되던 대법관 자리에 60여 명의 선배들을 제치고 11기 출신인 김 전 위원장이 임명돼 '파격적 인사'라는 평을 들었다.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시절 공직사회의 비리가 끊임없이 논란이 되자 2012년 8월 '김영란법'을 입법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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