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이주영, '친박 핵심' 홍문종에게 손 내민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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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이주영, '친박 핵심' 홍문종에게 손 내민 이유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5.01.29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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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당시 당·청 분위기 읽으면 이유 알 수 있다?
친박(親朴), 신박(新朴)·구박(舊朴)으로 분열 조짐?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근홍 기자)

▲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오른쪽), 홍문종 의원 ⓒ 뉴시스

2013년 5월,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주영은 최경환에 패배했다. 정치권에서는 이주영의 패배요인으로 친이명박(親李)계 의원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 점을 꼽았다. 경선 결과의 키를 친이계가 쥐고 있었기 때문. 당시 최경환은 자신의 경선 러닝메이트 정책위의장으로 '친이의 대변인'이라 불리는 김기현을, 이주영은 같은 친박근혜(親朴)계로 분류되는 장윤석을 각각 내세웠다.

2015년 1월, 새누리당 차기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유승민은 함께 경선을 치를 정책위의장에 범친이계로 분류되는 원유철을 내세웠다. 친이계에 포석을 놔 승리를 거두겠다는 것. 반면, '다시 한 번' 출사표를 던진 이주영은 '다시 한 번' 같은 친박으로 분류되는 '친박 핵심' 홍문종과 손잡았다. 이주영으로선 잊고 싶은 2년 전 기억이 되살아나는 대목이다.

일찍이 정치권에서는 새누리당 원내대표 후보 이주영·유승민 의원이 '수도권 3선의 비박(非朴)계 의원'을 정책위의장 후보 물망에 올려놓고 고심하고 있다는 풍문이 돌았다. 정확히 말하면 '서울 지역 3선의 비박계 의원'이었다. 여권의 한 핵심 당직자는 28일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두 원내대표 후보가 서울 지역 3선 의원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서울 지역의 새누리당 소속 3선 이상 비박계 의원은 이재오(은평구을)·진영(용산구)·나경원(동작구을)·정두언(서대문구을) 이렇게 네 의원 밖에 없다. 이들 중 이재오 의원과 진영 의원은 각각 원내대표와 장관직을 지낸바 있어 정책위의장 급(級)으로 볼 수 없다. 남은 것은 나경원·정두언 의원, 이들은 모두 한때 친이계의 대표 주자였다.

하지만 나 의원은 서울시장에 낙선한 이후 겨우 원내에 진입했고, 정 의원은 한동안 비리 의혹으로 곤혹을 겪다 이제야 정치 행보에 시동을 걸고 있는 형편이다. 두 사람 모두 확실한 카드가 아니라면 나서기 부담스러운 상황. 실제로 나경원·정두언 의원은 원내대표 후보들에게 정책위의장 자리를 제안 받았으나 모두 거절했다는 후문이다. 그 후 이주영 의원은 친박 홍문종 의원에게, 유승민 의원은 친이 원유철 의원에게 손을 내밀었다.

▲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 ⓒ 뉴시스

비박계 인사를 찾던 이주영 의원이 '친박 핵심'이라 불리는 홍 의원과 손을 잡은 이유가 무엇일까. 다시 2013년으로 시간을 되돌려 볼 필요가 있다.

이주영 의원의 경쟁자인 유승민 의원은 지금은 비박으로 인식되지만 2년 전만 하더라도 친박으로 분류됐던 '원조 친박' 인사다. 유 의원과 청와대 사이가 소원해지기 시작한 건 지난 2013년 3월 30일 첫 당·정·청회의에서 유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 보좌진들에게 "회의가 왜 이 모양이냐. 박근혜 정부가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을지 전략을 찾아야 하는 시간인데, 지금 뭐하자는 거냐"고 쓴 소리를 내뱉을 때부터였다.

그해 4월 9일 유 의원과 청와대는 완전 갈라선다.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그리고 당 소속 상임위원장간 만찬이 있었던 그날, 국방위원장이었던 유 의원은 몸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불참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최근 본지와 만난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가 만찬 당일에서야 의원들에게 연락을 했다. 그런데 유 의원은 달랑 문자메시지 하나를 받았다. 속이 상해서 안 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친박은 '신박(新朴)'과 '구박(舊朴)'으로 갈렸다. 황우여·최경환·이주영 의원 등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지도부는 신박, 유승민·김재원·한선교 의원 등은 '구박'으로 분류된다.

그리고 2015년, 신박 대표 이주영 의원과 구박 대표 유승민 의원이 원내대표직을 두고 외나무다리에 섰다. 외부에서 보면 친박 대 비박간 계파 대결 양상이지만, 따져보면 신박 대 구박의 승부인 것.

최근 구박의 움직임은 당 안팎으로 예사롭지 않다. 정치권에는 現 청와대 비서관 A씨가 유승민 의원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는 풍문이 돈다. A씨는 한나라당 대선 경선 박근혜 캠프에서 일하며 유 의원과 인연을 맺은 바 있는 '원조 친박', 구박 인사다.

이주영 의원은 이러한 기류를 포착하고 일부 친박계 인사들이 구박 유승민 의원에게 표를 던질 것을 염려해 '원조 친박'이자 '친박 핵심'이라 불리는 홍문종 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영입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29일 <시사오늘>과 한 통화에서 "A씨가 유 의원을 밀고 있는 게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원내대표 경선 구도를 단순 친박 대 비박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주영 의원이든 유승민 의원이든 지게 되는 쪽은 큰 정치적 상처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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