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재편, 기로에 선 정의당?…노동당or국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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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재편, 기로에 선 정의당?…노동당or국민모임?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5.02.03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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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선(先)통합, 후(後)재편', 노동당과 합치고 국민모임과 재편 논의?
노동당, "국민모임 발(發) 진보재편? 우리는 '파트너' 아닌 '들러리' 될 것"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근홍 기자)

▲ (왼쪽부터) 나경채 노동당 대표, 천호선 정의당 대표, 국민모임에 합류한 정동영 전 의원 ⓒ 노동당(나경채 대표 사진), 뉴시스(천호선 대표, 정동영 전 의원 사진)

정의당이 기로에 섰다. 진보재편에 대한 논의가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통합 얘기가 꾸준히 나왔던 노동당과 함께 할지, 아니면 제1야당 교체를 선언한 국민모임과 손을 잡을지 정의당의 선택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지난 1일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주에 노동당과 국민모임 신당추진위원회와 만날 생각"이라며 "(진보재편에 대한) 서로의 생각과 의지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당과의 통합도, 국민모임과의 재편도 놓치고 싶지 않다는 것.

정의당과 노동당은 모두 진보신당이 전신이다. 하지만 지난 2011년 있었던 '진보대통합(민주노동당+진보신당)' 논의가 불발되면서 현 정의당(노회찬·심상정·조승수 등)은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을 창당했고, 남은 현 노동당(홍세화 전 진보신당 대표 등)은 사회당 등과 합당 끝에 노동당을 창당했다. 후에 현 정의당은 통진당에서 분열돼 나왔다. 이 과정에서 정의당과 노동당 세력 간에 많은 알력과 갈등이 쌓였다는 후문.

지난해 7·30재보선 서울 동작구을에서 정의당 노회찬 후보와 노동당 김종철 후보가 단일화에 실패한 이유는 그 알력과 갈등이 실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정의당 조승수 정책위의장은 지난해 <시사오늘>과 한 인터뷰에서 "노회찬 후보가 김종철 후보에게 단일화를 먼저 제안했지만, 노동당 지도부측에서 거부했다"고 밝힌 바 있다(관련기사: http://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26876).

노동당 지도부가 단일화를 거부한 기저에는 지난 2001년 있었던 '용산지구당 사태'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용산지구당 사태'란 당시 민주노동당 소속 NL(자주)계로 분류되는 인천연합이 PD(평등)계가 실권을 잡고 있었던 서울 용산 지역에 대거 '난입'해 민주노동당 용산지구당을 장악한 일을 말한다. 그때 인천연합에게 밀려난 용산 지역 PD계 인사 중 하나가 김종철 후보였고, 정치적 터전을 잃은 그는 서울 동작으로 이동해 자리를 잡았다. 인천연합은 이후 정의당에 합류하게 된다.

그간 정의당과 노동당의 통합 논의는 꾸준하게 제기돼 왔지만 NL로 분류되는 인천연합 세력과의 통합을 반대하는 노동당내 일부 당원들로 인해 실제 통합으로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하지만 최근 정의당과 노동당 사이에 흐르던 기류가 급변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노동당이 얼마 전 있었던 당대표 경선에서 '정의당과의 통합'을 공약으로 내세운 나경채 후보를 당대표로 선출했기 때문. 통합 논의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거대한 장애물이 생긴다. '국민모임'이 진보재편과 제1야당 교체라는 슬로건을 걸고 세력화에 나선 것.

국민모임 측은 "새로운 정치세력 건설에 참여할 주체 세력을 모아 제3의 소수정당이 아닌 대안적 야당, 제1야당으로 우뚝 설수 있도록 활동을 전개할 것"이라며 정의당·노동당 등 진보정당의 재편을 주장하고 있다. 국민모임은 정동영 전 의원(前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을 영입하고 최근 서울 용산 남영동에 신당추진위원회를 꾸렸다.

이어 국민모임 신당추진위는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설 전에 신당추진위를 해소하고 창당 주비위를 출범시켜 신당창당 일정을 앞당길 것"이라며 "새정치민주연합 개혁· 진보파 등 정치권과 노동계, 여성, 청년 등과 함께 창당을 준비할 것"이라고 내세웠다.

정의당은 국민모임과의 진보재편 논의를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반면, 노동당은 국민모임과의 진보재편 논의를 꺼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당의 이 같은 반응이 향후 정의당과의 통합 논의에도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보는 게 정치권의 중론.

지난 2일 <시사오늘>과 만난 노동당의 핵심 관계자는 "정의당과 1대1 통합도 쉽지 않은 길이 될 거 같은데 국민모임과 재편 논의라니, 노동당 입장에서는 어렵다"며 "세 정당이 하나로 모이면 노동당의 의견이 과연 얼마나 받아들여질지 의문이다. 노선 추구가 안 되는 정당 활동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말했다.

그는 "지금 노동당은 사실상 당이 와해된 상황이다. 생활고 등을 이유로 당원들이 제대로 된 활동을 못하고 있다. 일부 지역위원회는 문을 닫고 있는 실정이다. 정의당과 통합을 공약으로 내세운 나경채 대표가 선출된 배경에는 노동당의 절박함이 묻어있다"며 "하지만 만약 국민모임 중심의 진보재편 논의가 진행된다면 우리 역할은 '파트너'가 아닌 구색 맞추기 '들러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당은 국민모임과 손잡기에 앞서 노동당과 어떻게든 통합 논의를 매듭지으려는 눈치다. 이른바 '선(先)통합, 후(後)재편'이다.

천호선 정의당 대표는 2일 상무위원회의에서 "앞으로 (노동당과) 조속히 만나 진보정치 재편의 방향과 원칙에 대해 얘기를 나눌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며 "신임 노동당 대표 나경채 대표뿐만 아니라 진보정치 재편을 바라는 모든 분들을 만나며, 나의 역할과 정의당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노동당에 특별히 주목하고 있다"며 "선통합 후재편을 할지에 대해서는 조만간 만나 (노동당과 국민모임의) 상황과 의사를 파악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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