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진, "MB, 대북문제 인식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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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진, "MB, 대북문제 인식 바꿔야 한다"
  • 정세운 기자
  • 승인 2008.12.18 12: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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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한 정치인 문학진 민주당 의원

민주당 문학진 의원은 거침이 없다. 어떠한 질문을 하더라도 술술 나온다. 답변에서는 자신감이 넘쳐난다. 목소리와 말투가 다른 사람과는 사뭇 다르다.

때문에 거만함까지도 언뜻언뜻 보인다. 만나는 사람들은 필시 오해를 하고 등을 돌릴 수도 있다. 이 때문일까. 당내에서는 그를 ‘독불장군’이라고 부를 정도다.

하지만 그와 오랫동안 친분을 쌓아온 사람들은 그의 매력을 ‘솔직함’이라고 말한다.
요즘 정치권은 대북문제가 주요한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북한은 최근 남북 육로통행 차단, 핵시료 채취 거부, 남북 당국간 연락창구 폐쇄 등의 조치를 취했다.

뿐만 아니라 민간교류의 차단, 개성공단 사업 중단이라는 남북관계의 전면 차단으로까지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정치인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자기의 주장보다는 오히려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한마디로 곡학아세(曲學阿世)다.

풀리지 않는 남북문제들에 대해 시원스레 답해줄 정치인을 찾던 중 ‘문학진이면 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고 ‘시사오늘’에 나와 줄 것을 청했고 지난 11월 29일 하남시 지역사무실에서 인터뷰가 이뤄졌다.

문 의원의 솔직함을 듣고 싶어서 일까? 다소 진부하지만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부터 물었다.
 

▲문학진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대북문제에 대해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사오늘 권희정

“국민회의는 DJ 1인 정당”
 
-정치에 입문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통합 민주당이 아닌 국민회의를 선택했습니다.
“통합민주당 때 입문했고, 들어와서 분당이 된 것입니다. 통합민주당에 남지 않고 국민회의를 선택한 이유는 솔직히 당선 가능성이 그쪽이 높다고 생각해서 입니다.”

87년과 92년 대선에서 패한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정계를 은퇴했다. 하지만 95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등권론’으로 무장한 채 유세장에 모습을 드러내며 정계복귀를 선언했다. 이후 DJ는 지방선거에서 선전한 통합민주당을 아무런 명분도 없이 둘로 쪼개 ‘국민회의’를 창당했다.

당시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였던 노무현도 이와 관련해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는 반역사적 행위”라며 맹비난했다.

-당시 국민회의는 ‘김대중 1인 정당’ 이였다는 시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인정합니다. 당시 정치문화가 지금과 달라 김영삼과 김대중 등 두 거두들이 당을 ‘좌지우지’ 했습니다.”

-민주당 내부에서 ‘김대중 노무현을 뛰어넘자’, 혹은 ‘계승하자’란 말들이 나돕니다. 어떻게 돼야 한다고 보십니까.
“‘김대중’과 ‘노무현’에게 계승할 것은 하고 버릴 것은 버려야 합니다. 그래야 당의 정체성도 생기고 추구해야 할 ‘가치’도 생기는 겁니다.”

-현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들의 곱지 않은 시각에도 불구하고 제1야당인 민주당의 지지율이 정체상태입니다.
“이유야 많겠지만, 민주당이 한나라당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는 국민들의 시선이 있기 때문에 지지율 정체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봅니다.

둘째 국민들은 두드러진 인물중심으로 당을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나라당은 차기후보군들(박근혜, 정몽준 등)이 보이는데 반해 민주당은 이렇다 할 인물이 보이지 않는 것도 한몫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당을 대표하고 이끌만한 ‘인재의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은데, 당을 추스르고 이끌고 갈 만한 대표적 인물로 당내에서 누가 적합하다고 생각합니까.
“차기 대권주자를 말하는 겁니까? 지금상황에서 솔직히 부각 될 만한 인물을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자기 자신이 차기 대권주자가 되겠다고 해서, 생각처럼 되는 것도 아닙니다. 차기 대권주자가 되려면 시대정신과 국민 여론 등도 맞아 떨어져야 할 것입니다.”

-문 의원의 직설화법이 세간에 화재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말에 대해 일부에서는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이도 있습니다.
“내가 얼마나 직설화법을 썼기에?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그들의 생각입니다.”
문 의원은 대부분의 386 정치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가 흔히 말하는 ‘운동권’ 출신이다.

문 의원은 74년 고려대에 입학해서 반유신투쟁을 벌여 긴급조치 7호 위반으로 1년여 만에 제적을 당했다. 이후 기자생활을 거쳐 1995년 정계에 입문했다.

통합민주당에서 정치를 시작해 국민회의 창당 참여, 96년 총선출마와 패배, 97년 대통령선거 승리, 98년 지방선거 압승, 그리고 하남?광주지구당 위원장 양도에서 2004년과 2008년 총선출마와 당선에 이르기까지 그는 결코 순탄한 길만 걷지 않았다.

그는 늘 자신의 정치역정과 관련해 “역사 앞에 당당히 맞서왔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지난 총선에서 대부분의 민주당 후보들이 낙선하는 가운데서도 그가 ‘당선’을 낚아챈 이유는 이 때문이었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헌이 정치권의 화두로 등장했습니다. 개헌에 찬성합니까.
“개헌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권력구조가 좋으냐고 묻는다면 ‘4년 중임제’가 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유는 4년 임기 후 국민에게 재평가를 받을 수 있어서 입니다. 이렇게 되면 대통령이 책임을 지고 소신껏 정치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이번 18대 총선에서 ‘하남에 화장장을 들어오지 못하게 하겠다’는 공약을 하남 시민들에게 했습니다. 어떻게 됐나요.
“화장장 문제는 총선당시 하남시민의 최대 관심사였다. 하남시민들의 열의로 화장장이 들어오지 못하게 됐습니다. 하남시민들의 승리라고 봅니다.”

▲문 의원은 인터뷰 내내 대북문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며 대북전문가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남북관계 전면차단 가능성 있어”

 
문 의원은 이 대목에서 ‘정치’보다 ‘대북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이에 필자는 ‘문 의원이 대북전문가인 만큼 남북경색에 따른 해법을 듣고 싶다’고 했더니 그는 탁자위에 놓여 있던 담배 한 개비를 피워 물며 “묻고 싶은 게 있으면 뭐든 물어보라”고 답했다.

-북한은 최근 남북 육로통행 차단, 핵시료 채취 거부, 남북 당국간 연락창구 폐쇄 등의 조치를 취했습니다. 이러한 북한의 의도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먼저 북한의 이번 조치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표면적으로 북한의 이번 조치가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지 살포와 우리 정부의 6.15와 10.4 정상선언 불이행에 따른 불만의 표출과 강경대응이지만, 북한이 11월 12일과 24일 발표에서 12월 1일 실행까지 시간을 둔 것은 북한도 전면적인 남북관계 단절보다는 대화를 선호하고 있고 따라서 이명박 정부에게 대화에 나올 수 있는 조치를 취해달라는 시그널을 보낸 것으로 생각합니다.”

-최근 북한의 강경자세가 민간교류의 차단, 개성공단 사업 중단이라는 남북관계의 전면 차단으로까지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북한의 이번 조치가 다행히 개성공단 폐쇄까지 가지 않았지만, 이미 올해 4월부터 계속된 대북 자극 발언 등으로 인해 남북 신뢰가 현저히 무너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무작정 기다리기만 해서는 북한이 개성공단의 완전 폐쇄는 물론 남북관계 전면 차단을 실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북한의 강경조치에 대해 ‘때로는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라는 이 대통령의 반응이 있었고 통일부도 현재 남북관계는 조정기에 있다는 표현을 썼는데요. 하지만 현재 남북관계가 위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심각한 상황까지 가는데 이에 대해 정부의 인식이 안이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러한 견해와 인식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정부의 대응이 너무 안이하다는 지적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북한은 이미 지난 10월부터 남북관계 전면 차단 경고를 보냈지 않습니까? 그런데 정부는 어떻게 대응했습니까? 대북 전단 살포에 소극적으로 대응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라고 하는가 하면 시기적으로 부적절하게 흡수통일론을 거론하며 북한을 오히려 자극하였습니다. 북한이 이번 조치를 발표한 후에도, 한나라당 대표라는 분은 개성공단 없다고 우리 경제에 무슨 악영향이 있냐고 하고 있습니다.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남북관계에 대한 인식이 이런데, 남북관계가 제대로 되겠습니까? 그래서 앞으로가 더 걱정입니다.”

-북한이 개성공단 사업 중단이라는 조치 외에, 제한적인 무력도발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봐야 할까요?
“만약 남북관계가 냉전시대의 긴장관계로 돌아간다면 그럴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는 남북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며, 특히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에 정말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남북대결구도로의 회귀는 막아야 할 것입니다.”
 
“오바마 당선으로 북핵문제 해결가능성 커”
 
-최근의 상황을 보면 이례적으로 북한 군부가 전면에 나서고 있는 모습입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상설과 맞물려서 북한 내부 권력구도의 변화와도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분석도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이번 북한의 조치도 군부가 전면에 나서 이루어진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군부의 입김이 강화된 측면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김정일 위원장이 현재 북한의 군부를 전혀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오히려 김정일 위원장을 정점으로 한 북한 지도부가 북미관계 개선에 앞서 우리 정부의 대북강경기조의 전환을 촉구하기 위한 전술적 판단으로 봐야 할 것입니다.”

-미국의 새로운 대통령으로 오바마가 선출되었습니다. 미국의 대북정책이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보시는지요? 또한 한국 새정부와 미국의 새정부 사이에 대북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있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오바마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지속적이고, 직접적이며, 공격적인 외교를, 오바마-바이든 플랜에서는 터프하고 직접적인 외교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북미간의 직접대화가 강조될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에 북핵 문제는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입니다. 그래서 북미관계의 급진전이 더욱 예상되는 것입니다.

문제는 북미관계의 급진전에도 불구하고 대북강경책으로 일관하다 미국과 갈등을 빚다가 말 한마디 못하고 경수로 비용을 떠안았던 김영삼 정부의 오류를 이명박 정부가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역사적 교훈을 되새기고 시대적 흐름에 뒤쳐지지 않게 지금이라도 대북정책을 전면 수정해야 할 것입니다.”

-오바마는 대선 기간 김정일과의 회담도 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습니다. 오바마 당선자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 가능성을 어떻게 보십니까.
“직접적인 관계를 통한 북미간 신뢰의 회복으로 북핵폐기, 평화협정이라는 포괄적 해결이 오바마 임기 내에 이루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또한 이 과정에서 북미정상회담도 개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봅니다.”

-북한은 대남 압박의 이유로 줄곧 ‘6.15와 10.4 선언에 대한 남측 정부의 불이행’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도 이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되었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6.15와 10.4 합의를 이명박 정부가 이행할 생각이 없다고 이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양측의 인식 차이를 좁히기 위해 어떠한 해법이 있을까요.
“정부가 말로는 6.15와 10.4를 존중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대통령과 한나라당 대표는 물론 정부 인사들까지도 6.15와 10.4를 폄훼하는 발언을 스스럼없이 일삼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북한이 우리의 진정성을 믿겠습니까.

정부가 진정으로 6.15와 10.4를 존중한다면 그 이행의지를 확실하게 밝혀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내고 이를 통해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논의하면 됩니다.”

-북한의 남북한 직통전화 단절과 북핵검증 시료채취 거부 등 잇단 위협조치를 발표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북한의 통미봉남이 본격화되는 것은 아닌가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정부가 북한의 통미봉남을 비판하기에만 급급하고 말로만 대화제의를 했지 북한을 통미통남이나 대화로 이끌어 내기 위한 어떠한 조치나 행동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북한의 통미봉남을 정부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크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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