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파문, "충(忠)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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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파문, "충(忠)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5.02.13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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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새누리당은 청와대가 아닌 '국민만 보고 가라'
국민 41%, '부적합하다'…29%, '적합하다'
이재오, "朴, '이 사람 총리해라'…與,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근홍 기자)

▲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 뉴시스

이완구는 정말 '자판기'였다. 병역 비리와 부동산 투기 의혹, 왜곡된 언론관이 담긴 녹취록은 그야말로 화룡점정(畵龍點睛), 툭 건드리기만 해도 각종 논란거리가 쏟아져 나왔다.

정치권에서는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한껏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지만, 의미 없는 다툼에 불과하다. 이미 국민들이 바라보는 이 후보자는 '이완구'가 아닌 '불량 완구'가 됐다. "이완구에 비하면 안대희·문창극은 조족지혈(鳥足之血)", "이완구 청문회를 보고 안대희·문창극이 무척 억울해 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국갤럽>이 13일 공개한, 지난 10∼12일 전국 성인 1010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전화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 따르면, 이 후보자에 대해 총리로서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41%로 나왔고, '적합'하다는 답변은 29%에 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은 의원총회를 열고 이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단독으로라도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3차례나 총리 후보자 검증을 실패한 청와대를 위해, 여당이 무리를 해서 이 후보자를 국무총리직에 앉히려하고 있다는 분석이 정계의 중론이다.

당내 반발도 극심하다. 친이(친이명박)계 좌장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지난 12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총리를 단독처리하면 뒷감당을 어떻게 하나. 인사 문제는 단독으로 처리하는 예가 거의 없다"며 "야당하고 계속 정치를 해야 하는데 그건 무리"라고 말했다.

또 이 의원은 같은 날 오후 동반성장연구소(소장 정운찬)가 주최한 제18회 동반성장포럼에 참석해, "내가 좀 세게 말하겠다. 대통령이 '이 사람 총리해라' 말 한마디 딱 하면, 이렇고 저렇고 관계없이 여당은 무조건 해야 되는 줄 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하고 알아서 단독으로라도 하려 하고 있다"며 이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단독 처리하려는 새누리당을 강력히 질타했다.

새누리당은 '국민만 보고 가겠다'는 슬로건을 외치며 수권정당이 됐지만, 지금 이들의 모습을 보면 민심이 아닌 박근혜 대통령의 눈치만 보고 있다. 과거 슬로건이 무색할 정도로 '청와대만 보고 가고 있는 꼴'이다.

정치인이 머리를 조아려야 할 방향은 '제왕'이 아닌 '백성'이다. 지난해 개봉해 역대 흥행 1위를 기록하며 국민적인 '이순신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최민식 역)은 그의 아들 회에게 이 같은 말을 한다.

"무릇 장수된 자의 의리는 충(忠)을 좇아야 하고,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고, 나라가 있어야 임금이 있는 법이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이미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누가 자신들을 뽑아줬는지 망각한 모양이다. 정치인은 반드시 국민이 선택해야만 '금배지'도 달고, 'VIP'도 될 수 있는 게 아닌가.

이완구 총리 후보자를 둘러싼 이번 파문에 대해, 최근 기자와 만난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사안이 민감해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의미심장한 말 한마디를 남겼다.

"국민들은 다 알고 있어요. 후폭풍이 엄청날 겁니다. 누군가는 책임져야 겠죠."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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