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신(新)바람①> ‘무늬만 상생?’ 전통시장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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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신(新)바람①> ‘무늬만 상생?’ 전통시장의 현주소
  • 김하은 기자
  • 승인 2015.02.13 15: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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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만 반짝 매출, 평소엔 한산…일부 재래시장 먹거리 쇼핑지로 둔갑
대형마트 의무휴업 수혜자 온라인몰?…온누리상품권 사용처 확대 절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하은 기자)

▲ 서울 종로구 효자동 '통인시장'을 방문한 국내외 소비자들이 먹거리 상품들을 둘러보고 있다. ⓒ시사오늘

소비자의 접근성과 편의성이 용이한 대형마트가 우후죽순으로 늘어남에 따라 동네 상권과 전통시장(재래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전통시장 내 영세상인들의 입지는 점차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전통시장의 경우 설이나 추석 등 명절 시즌을 제외하고는 소비자들이 좀처럼 드나들지 않아 시장 상인들은 깊은 한숨만 내쉬고 있다. 

정부 당국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규제하는 한편, 먹거리 쇼핑 관광지로 지정하는 등 소상공인의 골목 상권 확보와 전통시장의 활성화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종로5가에 위치한 ‘광장시장’과 효자동 ‘통인시장’은 식품이나 의류보다 먹거리 장터 이미지를 부각시켜 글로벌 관광명소로 탈바꿈했다. 특히 통인시장은 현금을 엽전화해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 고유의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관광 상품을 만들었다. 

당국의 이 같은 노력에도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는 되레 온라인(모바일 포함)몰만 성장시키는 역효과를 낳았고 재래시장은 명절 특수를 제외하고는 미미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시사오늘>은 전통시장의 현주소를 조명하고,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전통시장과 온라인몰 성장에 미친 영향과 대기업·소상공인 간 상생 발전의 해답을 찾아봤다.

명절 특수 방해하는 대기업, 울부짖는 영세상인…대안 시급

설 연휴를 이틀여 앞두고 주부 소비자들의 손발이 분주해지고 있다. 차례상 위에 놓일 제수용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으로 몰리는 움직임이다.

몇 해 전만해도 선물세트 구매는 백화점 및 대형마트에서, 제수용품 구매는 주로 재래시장에서 이뤄진 게 사실이지만, 현재는 온라인몰과 대형마트에서도 손쉽고 저렴한 가격에 제수용품을 구매할 수 있어 전통시장 상인들은 허리를 펴지 못하는 실정이다.

가뜩이나 명절 한철 장사인데 대형마트와 온라인몰 등 대기업들이 제수용품 할인 행사를 펼쳐 가며 영세상인 주머니까지 넘본다. 

실제로 대형마트 롯데마트는 설을 보름여 앞둔 지난달 23일부터 1주일 간 전 점포에서 ‘설 제수용품 기획전’을 진행하고, 제수용 과일·한우·해물 경단 등 상차림 재료 등을 최대 40% 가량 할인 판매했다. 제수용 사과(3入/1팩)를 8900원, 배(3入/1팩)는 1만900원에, 곶감(7入/1팩)은 5900원에 판매한다. 또한 탕국용 1등급 한우 국거리(100g)는 3200원, 국산 참조기(中/1마리)는 900원에 내놨다.

같은 기간 이마트와 홈플러스도 설 선물세트 할인과 동시에 제수용 과일 및 한우 국거리, 계란, 간편가정식, 모듬전 등 300 여개 품목을 최대 40% 저렴한 가격에 내놨다. 

이들 3사는 “제수용품 할인에 나선 것은 명절 전 치솟는 물가를 안정시키고 소비자들의 가계 부담을 줄이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 서대문구 영천시장에 제수용 과일이 진열돼 있다. ⓒ시사오늘

전통시장 내 제수용 과일인 신고배(4入/1팩)가 1만 원, 꿀사과(4入/1팩)는 5000원, 곶감(5入/1팩)은 3000원에 각각 판매되고 있다.

이처럼 전통시장의 설 제수용품이 대형마트보다 훨씬 저렴함에도 시장 상인들은 명절 특수까지 방해하는 대형마트가 야속하다는 입장을 거듭 내세웠다.

실제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제수용품이 전통시장보다 비싸지만, 할인 마케팅을 내세워 소비자들을 현혹시킨다는 주장이다.

서울 강북구 수유 재래시장의 50대 상인 이모 씨는 “평소에 사람들 발길이 뜸해 명절 연휴에 부지런히 벌고 돈 세어보는 게 낙이었는데 대형마트가 곳곳에 들어서면서 이젠 그마저도 힘들어졌다”며 “(대형마트에)명절 제수용품을 제외시키거나 명절 때만 아니라 평소에도 온누리상품권을 많이 풀어서 영세상인을 살리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당국은 언론 매체를 통해 대형마트보다 저렴한 전통시장 활성화와 관련된 보도를 연일 쏟아내고 있다.

신선식품·배송 서비스 확대…농수산몰(mall) 약진에 전통시장 밀려나

지난 9일 한 매체에 따르면 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전국주부교실중앙회를 통해 전통시장과 인근 대형마트 각각 36곳을 대상으로 설 제수용품 27개 품목에 대한 가격조사를 실시한 결과, 올해 설 차례상을 차리는데 소요되는 비용(4인 기준)은 전통시장이 평균 20만8943원, 대형마트는 평균 26만3159원으로 전통시장이 대형마트에 비해 약 5만 원 가량 저렴한 것으로 조사됐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관계자는 “저렴한 가격과 넉넉한 인심, 향상된 고객서비스로 준비된 전통시장에서 설 제수용품을 준비한다면 가계 부담을 크게 덜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온누리상품권으로 30만 원 미만의 상품을 구입할 경우 5%의 할인 혜택을 적용받기 때문에 더 저렴하게 제수용품을 구입할 수 있다”고 추천했다.

다만, 전통시장이 성황을 이룰 때는 명절 시즌에만 해당된다. 비수기에는 먹거리 장터에 들르는 손님들 뿐, 여타 상점 앞은 한산하기 그지없다. 이 때문에 시장 상인들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동대문구에 위치한 경동시장 상인 양모 씨는 “대형마트 휴일도 없으면 우리는 길에 나앉아야 한다”며 “최근 의무휴업이 위법이라는 판결이 났다는데 규제가 풀어질까봐 우리(상인)들도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당국이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만든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가 전통시장보다 온라인몰 매출 성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을 나타났다. 정부 규제에 따른 수혜는 정작 온라인몰이 받고 있는 것.

통계청에 따르면 명절 연휴를 앞둔 지난달 말께 온라인쇼핑몰의 거래액은 2010년 25조 원에서 지난해 38조 원으로 50% 가까이 늘었고 온라인쇼핑몰을 통한 신선식품 거래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전국 각 지역에서 농수산물 전문 쇼핑몰이 각광받고 있다. 배송서비스는 물론, 상품의 신선도도 보장해준다는 장점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을 통해 확대된 구매 경로가 확대됨과 동시에 건강한 식품을 찾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농수산물 전문 쇼핑몰 이용객도 점점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기업과 영세상인이 상생을 위해 손을 맞잡은 전통시장 살리기 정책이 무색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전통시장은 의무휴업 수혜도 받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먹거리 관광 쇼핑지로 탈바꿈된 점도 정부 규제에 따른 결과가 아닌 영세상인들끼리 서로 상생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는 것이다.

당국의 허술한 규제는 온라인몰만 이득을 보는 결과를 낳았고, 시장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2009년 도입된 온누리상품권 역시 공기업과 공무원에 한정되면서 대기업과 공공부문 의존도를 낮추고 개인과 중소상인의 활용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 상인들은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현재 전국 1200여 전통시장에서 사용 가능한 온누리상품권 사용을 확대 시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온누리상품권 5천 원 권, 1만 원 권, 온누리카드 5만 원, 10만 원 ⓒ중소기업청

전통시장 인근 주차장·공공시설 확장…온누리상품권 사용처 확대해야

이에 정부는 중소기업의 자금난 완화와 매출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통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온누리상품권 구매를 통한 확대 시행에 나섰다. 온누리상품권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가맹점 위치 확인 서비스 및 개인 고객 할인 폭을 확대하는 등 구체적인 전통시장 활성화 대책을 마련했다.

지역 경제계 관계자는 “중기청과 소상공인시장공단이 관련법에 근거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만 온누리상품권을 사용토록 강조하고 있지만, 상품권은 사용 회전율이 높아야 일반인이 쉽게 접근하는 게 특성”이라며 “이 때문에 보편적으로 일반인이 상품권을 활용할 수 있도록 사용처를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전통시장 이용 저조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 11일 설을 앞두고 세종전통시장을 방문해 설 성수품 물가를 직접 점검했다.

주 차관은 “도심에 위치한 시장의 주차 문제를 해소하겠다”며 “올해부터는 주변 공공·사설 주차장을 활용해 확대, 지원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통시장은 지역경제의 중심이자 서민의 생활공간인 만큼 시장 활성화에 정부 정책의 역점을 둬 추진해왔다”며 “설 민생안정대책을 통해 설 성수품에 대한 물가안정 노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담당업무 : 식음료 및 유통 전반을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생하게 꿈꾸면 실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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