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신(新)바람②>"명절에만 전통시장 찾으면 무슨소용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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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신(新)바람②>"명절에만 전통시장 찾으면 무슨소용이여~"
  • 방글 기자
  • 승인 2015.02.14 0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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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색 없으면 발길 끊겨…명절 특수만 '반짝'
'체험 삶의 현장' 시장의 관광지화…어린이 학습+이색 먹거리 '인기'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방글 기자)

‘전통시장 활성화’는 설·추석 등 명절마다 언급되는 이야기가 됐다. 정부는 매 명절마다 ‘전통시장 살리기’를 강조하고 있고, 언론들은 ‘대형마트와 비교했을 때 전통시장의 가격 경쟁력’에 대해 보도하고 있다. 올해 설 명절에는 변화가 있는지 현장을 살피기 위해 나섰다.

“몇 해 전부터 재래시장을 이용하고 있어요. 온누리 상품권이 있어서 일부러 오는 것도 있지만, ‘덤’이 넉넉하다는 게 장점이죠. 특히 명절음식은 남더라도 푸짐하게 하는 게 한국인들 특성이잖아요. 장보다가 허기지면 시장 음식 먹는 것도 재래시장 이용하는 재미죠.” (이모 씨, 54세)

공무원이라는 이 씨는 복지 포인트 중 일부로 지급되는 온누리 상품권을 사용하기 위해 전통시장을 찾았다. 평소에는 집 근처에 있는 하나로마트를 찾거나 온누리 상품권 사용이 가능한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하다 설 명절을 맞아 시장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시장 상인들은 온누리 상품권과 현금의 사용 비율이 비슷하다고 전했다.

광장시장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온누리 상품권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며 “정부 정책이 어느정도는 효과를 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시민들이 온누리 상품권을 60% 이상 사용해야 하는 것을 모르고, 조금만 사용한 뒤 현금으로 바꿔가기를 원해 곤란한 경우도 있다”며 “정부 정책이 시민들을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상품권 이상만큼을 사용해 시장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는 실패한 것 같다”고 아쉬움을 보였다.

가령 만원짜리 상품권 2장으로 가져와서 1만2000원을 사용하면, 2000원을 현금으로 내기보다 8000원을 거슬러 받아가기를 원한다는 설명이다.

“2장만 쓰고 가면 상품권 지급이 무슨 소용이야. 여기서 한 장 쓰고 2000원 더 내고, 다른 가게 가서도 한 장 더 쓰고 해야지. 아니면 다른 날 또 오든지.”

시장 이용이 명절에 한정될 뿐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소비자 역시 명절과 같은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집 주변의 마트를 이용하는 게 편리하다는 의견이다.

이 같은 의견은 서울과 지방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상대적으로 마트 접근성이 좋은 서울은 불편한 재래시장보다는 마트를 선호하는 경향이 많았던 반면 지방지역은 춥거나 동선이 길더라도 장구경에 나서는 일이 잦은 것으로 파악됐다.

전통시장은 올 설 명절에도 여전히 겨울을 나고 있는 듯 했다. 하지만 최근 관광명소로 거듭나며 시장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는 광장시장과 영천시장, 통인시장 등은 상황이 다를 것으로 기대했다.

▲ 시장 상인들이 설을 맞아 전과 만두를 예약 판매하고 있다. ⓒ시사오늘

시장계의 명동 ‘광장시장’ 먹거리로 고객 끌어들이기 ‘성공’
명절 앞둔 ‘영천시장’ 배송 시스템 활발+가격 경쟁력 ‘최고’
떠오르는 샛별 ‘통인시장’ 이색 아이템, 통(通)도시락 ‘인기’

급격히 날씨가 추워진 지난 9일과 10일, 세 곳의 시장을 방문했다.

명절 특수에 따른 주부들의 행보를 기대했지만, 중국 관광객들의 한국음식 체험이 주를 이뤘다. ‘한국 전통 시장 살리는 중국 관광객’이라는 문구가 머릿 속을 스쳤다.

9일 AM 11:00 광장시장

“들어와 들어와, 먹구가”
“이리와 앉아, 맛있어”

광장시장은 육회와 마약김밥, 팥죽 등으로 관광명소가 됐다. 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것 역시 떡볶이와 순대, 마약김밥, 팥죽·호박죽, 족발 등을 내놓은 먹거리 장터였다.

셀 수 없이 많은 음식점만큼 고객 유치를 위한 경쟁도 치열했다. 같은 메뉴를 파는 상인들의 호객행위는 명동의 화장품 시장 급이 됐다. 명동만큼 많은 중국인 관광객도 눈에 띄었다. 말소리는 한국어와 중국어가 섞였다.

죽을 찾는 어르신들과 떡볶이를 찾는 중국인, 마약김밥을 찾는 한국의 젊은 커플이 골고루 보였다. 관광명소의 대부분이 젊은층이라는 것과는 대조된 모습이다.

다만, 관광지가 된 이유인지 음식이 저렴하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점포 기준 팥죽·호박죽 5000원, 순대국 6000원, 빈대떡 13000원 등이고, 점심시간인 12~3시 사이에는 1인 1메뉴라는 원칙이 있는 가게도 있었다.

반면 생선가게나 이불가게, 제사용품을 파는 가게들은 손님이 적어 먹거리 장터와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9일 PM 2:30 영천시장

독립문에 위치한 영천시장은 상대적으로 조용했다. 먹거리 장터가 상대적으로 활성화 되지 않았고, 월요일 오후인 것도 영향을 미친 듯 보였다.

반면 설 대목 준비로 바쁜 상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과일상점은 ‘품질’을 내세우며 전국으로의 선물 배달이 가능하다는 팻말을 세웠다.

“과일 한 종류에 한 상자가 부담스러우면, 사과·배·한라봉·석류 섞어서도 만들어 드려요. 일부 회사에서는 동료들을 모아 단체로 주문하기도 해요. 많이 주문하거나 한 곳으로 배달할 때는 가격 조정도 해드리고 있고요. 아무래도 설에는 선물하거나 제사 상에 올리려는 분들이 많아서 좋은 상품을 많이들 찾으세요. 요즘 같은 때는 점포 장사보다는 배달 장사가 주를 이뤄요.”

만두 가게도 ‘서울 전 지역 배송 가능’이라는 문구를 붙여뒀다.

김치만두와 고기만두를 모두 판매하고 있고 6개에 3000원 꼴이다.

“요즘은 설에 만두를 구매하시는 분들이 많다. 아무래도 만들려면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기 때문인 듯하다.”

9일 PM 4:30 통인시장

▲ 통인시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엽전 ⓒ시사오늘

경복궁역 인근에 위치한 통인시장은 ‘도시락 카페’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 곳에서는 온누리 상품권 만큼이나 많은 엽전을 볼 수 있다. 과거 사용하던 화폐의 모습을 이용,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1월 문을 연 도시락 카페는 첫 해에 5만 명, 2013년 9만 명을 넘어 지난해에는 방문자가 17만 명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들리던 소문과 달리 시장 안은 조용했다.

“오늘은 도시락 카페가 안 열어. 그래서 이렇게 조용한 거지. 도시락 카페 안 하면 누가 오나. 내일 다시 와야 해~ 엽전은 오전 11시부터 4시까지만 살 수 있고.”(정육 가게 주인)

통인시장 도시락 카페는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11시부터 5시까지 운영하고 있다. 엽전 판매는 4시 마감된다.

10일 AM 11:30 통인시장

다음날 다시 통인시장을 방문했다. 전날과 달리 북적이는 모습을 발견했다.

어린 커플부터 아이들을 데리고 체험에 나선 주부, 외국인 관광객 등 방문자도 다양했다.

재미있는 것은 외국인 뿐 아니라 한국인도 타지역에 ‘관광’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데 있다.

대전 지역에 살고 있다는 20살 여대생은 친구와 함께 통인시장을 방문했다.

“인터넷을 검색하다 ‘도시락 카페’를 발견하고 와봤어요. 엽전을 바꿔서 사용하는 것도, 반찬이 500원인 것도 특이해 호기심이 생겼죠. 와서 체험해 보니 재미도 있고, 양도 푸짐해서 좋아요.”

젊은 커플의 모습도 보였다.

“이색 데이트 코스를 검색하다가 발견했어요. 오래 만나다 보니 영화보고 밥먹고, 커피 마시는 데이트가 지겨워서 새로운 게 없을까 생각했죠. 이제 막 시작한 커플은 같이 있기만 해도 좋을지 모르지만, 몇 년 만나다보니 왠만한 건 다 같이 해봤잖아요. 도시락을 같이 먹어도 편안하니까 오래된 커플에게는 추천할 만한 것 같아요.”

아이들을 데리고 나선 부모도 있었다.

“사실 서울에서는 체험이라고 할 게 많지 않아요. 그래서 체험학습 겸 방문했죠. 예전 화폐의 모양도 보여주고, 시장도 데리고 오고, 아이들도 좋아하니 만족스럽네요. 그런데 아이들이 먹기에는 양이 많은지 너무 많이 남겼어요.”

▲ 엽전 10냥으로 도시락을 채워봤다. ⓒ시사오늘

방문자가 많으니 상인들도 행복해 보였다. 다만 500원 짜리 반찬을 만들려고 하니 고민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도시락 카페 문 열기 전까지는 시장 사람들이 사람 구경이라고 하면 좋겠다고 그랬어. 지금은 장사가 되든 안되든 사람들이 몰려오니 그저 좋지. 그런데 500원 짜리 반찬 만드는 게 쉬운 일이 아니야. 말이 쉽지 직접 만든다고 생각해 봐. 게다가 조금 주면 시장 인심 박하다고 소문날테고. 월요일은 도시락 카페 안 여니까 당연히 공치는 거고, 화요일부터 금요일도 적자야. 그나마 주말 장사 해서 남기는 거지.” (40대 시장 상인)

직접 체험하기 위해 엽전을 바꾸러 카페 운영소로 향했다.

일인당 5000원으로 엽전 10개와 바꿀 수 있다. 하나당 500원 꼴인 셈. 대부분의 반찬은 엽전 1개로 살 수 있었고, 제육볶음이나 돈가스 등의 메뉴는 엽전 2개로 구매가 가능했다.

하지만 시장을 돌다 보니 반찬 가게 이외에 생활 필수품 점포나 생선 가게, 야채 가게 등은 파리가 날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통인 시장 내에도 ‘빈부격차’가 발생하고 있는 것.

도시락 카페 운영자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도시락 카페는 가맹점 식으로 운영된다. ‘통 가맹점’이 붙은 점포에서만 반찬을 팔 수 있는 거다. 통 가맹점에 들어오려면 대기자 등록을 해야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당연히 그만큼의 불만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점포에 가맹점을 내 주면 관리가 쉽지 않다. 돌아가면서 가맹점에 들어오고 나가고 하는 구조다. 또, 통 가맹점들은 반찬을 만들 때 필요한 식품을 일정부분 통인 시장 내에서 구매하도록 했다. 야채 가게나 정육점 등은 반찬 가게 손님들이 갈 일이 없지 않은가. 한 곳으로만 손님이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마련했는데, 다들 잘 지키고 있다. 서로 처리를 잘 아는 상인들끼리 상생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담당업무 : 재계 및 정유화학·에너지·해운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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