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잘못혔지, 그런데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 없시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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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잘못혔지, 그런데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 없시유”
  • 홍세미 기자
  • 승인 2015.02.18 1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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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민심 르포-충청①>이완구·문재인 향한 충청민심은?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홍세미 기자)

별안간 충청도가 정치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완구 국무총리의 논란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발언으로 충청 민심이 화두로 떠올랐다.

국회 인준안 통과 과정이 험난했던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지역구는 충청남도 부여군 청양군이다. 이 총리가 후보자로 내정되자 의혹들이 쏟아졌다. 특히 ‘언론 외압’ 의혹은 녹취록까지 공개되는 등 파문이 지속됐다. 이 후보자에 대한 반대 여론이 50%를 훌쩍 넘겼다.

하지만 충청 지역에선 찬성 의견이 60%를 넘었다. ‘우리가 남이가’에 이은 ‘우리가 남이어유’를 보여주는 듯했다.

한편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호남 출신 인사가 총리가 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충청 총리'는 안 되는 것이냐는 해석이 나오면서 충청도는 들썩였다.

충청 정치권도 발끈했다. 새누리당 충남도의회 의원 10명은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갖고 문 대표의 사과와 당대표 후보 사퇴를 요구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충청도민들은 논란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시사오늘>은 직접 충청민심을 듣기 위해 18일 대전으로 갔다. 이날 대전은 안개가 자욱했다. 대전역에서 내린 후 중앙시장으로 향했다. 중앙시장엔 대목을 맞아 바쁜 사람들로 붐볐다. 설 준비가 한창이라는 홍영후 씨(가명, 남, 60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충청 민심의 바로미터로 알려진 대전 중앙시장 ⓒ 시사오늘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어제(17일) 국무총리가 됐어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 사람 괜찮은 사람이여. 잘 할 것이라고 생각혀유.”

-어떤 점이 괜찮다고 보시는지요?

“지난번 충남도지사 할 때도 잘했어요. 별로 튀는 거 없이 잘 했던 것 같아요.”

-충남도지사 할 땐 중도 사퇴했잖아요. 좋지 않은 평가도 들리던데요.

“세종시 때문에 사퇴했잖여. 세종시 수정안 반대해서 도지사직 사퇴했는데 결단력있는 것 같아 보이던데요. 뚝심이 있고 강직하다고 해야 될까.”

-이번에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목되면서 의혹이 많이 일었어요.

“이완구가 잘못하긴 했대. 보니까. 언론인 협박도 하고. 자신감이 흘러 넘쳐가지고 얘기한 것처럼 보이더라고요. 잘못은 했지만 이제까지 후보자들 보면 다 문제가 있었잖여.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 없다고 봐. 누가 해도 다 마찬가지여.”

-문재인 대표의 ‘호남 총리’ 발언은 어떻게 들으셨어요.

“새정치연합 안방 지역인 호남한테 마음 좀 얻어 보려고 그런 말 한거겄지. 제 딴엔 대표 돼 보려고 그쪽 민심 얻으려고 그런 말 한거겠지유. 뭐 별로 신경 안써요.”

-충청에서 총리가 나오는 것이 좋은가요.

“호남 총리나 영남 총리보다 충청 총리가 나오는 게 좋기는 하지유. 인물이 나와야 되긴 하니께. 그런데 그게 무슨 소용이에요. 호남이나 영남이나 충청이나 그런거 상관없이 일 잘하는 총리가 나와야지. 지역은 상관없어요.”

-이완구 총리는 어떻게 수행할 것 같은가요.

“해봐야 알지 뭐. 그런데 행정직은 아마 잘 할 것이라고 봐요. 경찰청장이랑 충남도지사 역임한 것들이 아마 국무총리 일을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완구 총리 후보자가 단지 충청 출신이라는 이유 때문에 충청도가 지지를 보내는 것 같지 않았다. 이 총리가 충청인에게 많은 지지를 받는 것은 김종필 총재(JP)의 후광이 큰 듯 보였다. 이완구 총리를 두고 ‘포스트 JP’라고 불린다. 이 총리는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으로 JP를 꼽는다. 이 총리는 JP의 지역구(충청남도 부여군청양군)를 고스란히 물려받기도 했다. JP에게 보냈던 충청인들의 애정과 사랑이 이 총리에게 넘어간 듯 보였다.

▲ 대전 역전시장 ⓒ 시사오늘

그렇다면 젊은 세대의 생각은 어떨까. 중앙시장에서 으능정이 거리로 넘어가 이정현(가명, 여, 28세, 공무원) 씨와 이야기를 나눴다.

-이완구 총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총리로서 부적격하다고 생각해요. 이제까지 안대희·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들보다 더 비리 의혹이 많이 쏟아지는 것을 보면서 후보들 중 가장 총리가 되지 말아야할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어떤 부분이 가장 문제라고 생각하시나요.

“언론 외압 부분이요.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녹취록 공개하면서 파장이 컸잖아요. 저도 그 녹취록을 들어봤는데, 총리뿐만 아니라 국회의원으로도 부적격하다고 생각했어요.”

-이완구 총리가 충청도 출신이라 충청권에서는 지지를 보낸다고 들었습니다.

“비리 의혹을 보고도 같은 지역이라고 해서 지지를 보내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중장년층들은 지지를 보낼 수도 있지만, 젊은 층은 지역감정을 잘 느끼지 못해서 그런거 없어요.”

-문재인 대표의 ‘호남총리’ 발언은 어떻게 들었나요.

“부적절한 발언이죠. 충청권 총리는 안 된다는 뜻은 아니었겠지만, 그렇게 지역감정을 부추겨서 호남 쪽 민심을 얻으려고 하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았어요.”

담당업무 : 국회 및 새누리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행복하기로 마음먹은 만큼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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