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희, "오페라 대중화, 클래식 요소+新 콜라보 형식이 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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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희, "오페라 대중화, 클래식 요소+新 콜라보 형식이 정답"
  • 방글 기자 박상길 기자
  • 승인 2015.02.27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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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정통성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관객의 이해력·재미 높이는 방법 끊임없이 연구해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방글 기자 박상길 기자)

▲ 홍정희 씨ⓒ시사오늘

2010년 전국을 감동케 했던 KBS예능프로그램<남자의 자격> 하모니 합창단이 5년 만에 재현된다. 주인공은 홍정희 오페라단. 단장인 홍정희 씨는 하반기 장애우와 결손 가정 아이들, 일반인, 성악가 등 계층을 불문한 하모니 합동 공연을 준비 중이다. 공연을 4개월여 앞둔 홍 단장을 만나봤다. 홍정희 단장은 7월 2일부터 5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라보엠2050 공연을 진행한다.

-성악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어렸을 적부터 노래를 좋아했고 성악을 전공하고 싶었는데, 집안 사정 때문에 하지 못했어요. 지휘자가 꿈이었던 남편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성악을 할 수 있게 됐죠. 하루는 가볍게 집에서 피아노 치면서 노래를 불렀는데 전 국립오페라단 단장이셨던 분이 제 노래를 듣고 조언해주셔서 본격적으로 준비하게 됐어요. 그래서 2001년부터 2년간 준비해서 2004년 대학에 입학했어요."

-대표작을 꼽는다면.

"늦은 나이에 데뷔하다 보니까 오페라 작품에 많이 출연하지는 못했어요. 대학원까지 졸업하고 국립오페라단 공연 중 <나비부인>이라는 작품에서 조연으로 데뷔하게 됐어요. 역할은 서양인 이었는데, 제 외모가 이지적인 느낌이 있어서 배역을 맡게 됐죠."

-늦은 나이에 입문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아이 키우면서 시험 준비하는 게 어려웠어요. 대학에 입학해 행복한 시간을 보냈어요. 어렸을 때 못했던 꿈을 이뤘거든요. 하지만 기쁨도 잠시, 4cm 갑상샘암을 앓아 고생했어요. 병원에서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는데, 아무래도 성대를 건드리게 되니까 1년 정도 고민했죠. 결국 수술을 하긴 했는데, 예상대로 성대에 문제가 생겼어요. 6개월간 거의 소리도 안 나오고 고음도 안되고 허스키보이스가 돼서 한동안 정신적으로 힘들었어요."

-슬럼프를 어떻게 극복했나.

"발성 연습과 호흡법을 꾸준히 했어요. 그렇게 1년 정도 하다 보니까 제 목소리가 돌아오더라고요."

홍정희 단장은 오페라가수로 활약하며 무대 경험을 쌓는 와중에 2012년 음악을 통해 행복을 찾고, 그 행복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하는 취지로 자신의 이름을 건 오페라단을 창단하기도 했다.

-3년 전에는 본인 이름을 건 오페라단을 창단했다. 활동 영역을 넓히게 된 계기는.

"제가 가수로서 음악을 전달할 수 있는 것도 좋지만 제한적이잖아요, 무대 전체를 통해서 대중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건 훨씬 많아요. 오페라 가수로 활동하면서 무대에서 가수로서가 아닌 무대의 모든 모습들을 내 나름대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던 것 같아요."

-오페라단의 모토는 무엇인가.

"도전, 소통, 사랑이예요. 말 그대로 기존 오페라가 하지 않았던 부분을 도전하는 것인데  그렇다고 해서 음악적인 부분과 극의 전통적인 요소들을 살리지 않는 것은 아니고요. 새롭고 시대에 맞는 창의적인 것들을 기존의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시도하는거예요. 그런데 도전을 위한 도전이 아니라 대중들과 소통을 위한 변화에 도전한다는 거예요. 어떻게 하면 대중들이 낯설고 어렵다고 느끼는 서양 클래식 음악을 클래식 매니아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접할수 있도록 그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용하고 반영하려는 노력이 중요해요. 사랑은 가장 중시하는 건데, 나눔을 뜻해요. 소외된 계층이나 음악을 잘 모르는 분들, 오페라를 쉽게 접하고 싶은데 문화적 여건이 되지 않는 분과 함께 하자는 거죠.

-무대 연출을 위해 공부를 따로 했나.

"연출 공부는 따로 하지 않았어요.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대화를 나누다 보니 아이디어가 떠오르더라고요. 우리가 음악세계에서 보는 오페라 무대보다는 전혀 음악세계를 모르는 사람이 느끼는 무대에 대해 듣다 보면 어떻게 해야 대중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연출을 직접하는건 물론 아니고 단장으로서 연출가와 상의하는 정도죠.

-사립오페라단을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정부의 지원이나 기업의 참여도가 많이 떨어지다 보니 100곳 중에 제대로 된 활동을 하는 사립 오페라단은 몇곳에 불과해요. 수익을 거의 볼 수 없고 손해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굉장히 어려워요. 좋은 기획이나 공연에 정부나 기업이 지원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음악이라는 게 사실은 굉장한 힐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우리나라는 음악이 주는 행복과 정신적으로 보상받는 힐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요."

▲ 홍정희 단장은 오페라 대중화를 위해서는 관객의 이해력을 도울 수 있는 쉬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시사오늘


-오페라는 상류층의 음악, 문화 또는 소비재로 생각하는 편견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10명 중 9명이 '어렵다', '다가가기 쉽지 않다'고 말하는 건 사실이예요. 맞는 말이죠. 그렇기 때문에 공연을 기획할 때 어떻게 하면 쉽게 접근할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2013년도 제가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갈라 오페라를 한 적이 있었어요. 그 때 객석이 2200석이 조금 안 됐는데, 그 객석을 채우고 사람들한테 오페라가 어렵지 않다는 걸 알리기 위해 단장임에도 불구하고 서초동 일대를 돌며 일일이 소개하러 다닌 적이 있어요. 오페라 공연은 보통 자막이 있으면 노래에 집중을 못한다는 편견이 있어서 무대에 자막을 설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저희 공연에는 자막을 넣었을뿐더러 번역을 관객들이 좀더 이해할 수 있고 재미있게 바꾸기도 했어요. 관객들이 내용의 흐름을 파악해야 어떤 걸 표현했을 때 적절한 감정이 나오거든요. 또한 의상을 기존의 전통적인 것이 아니라 청바지등 우리가 일상에서 실제로 입는 의상을 입고 공연했어요. 그래야만 관객들이 더 친근하게 느끼고 공연장에 갈 때 옷차림도 좀 더 편안하게 느낄 것 같아서요. 그런 식으로 기존의 형식에 새로운 것을 콜라보형식으로 보여드렸더니 반응이 좋았어요."

-대중가요는 TV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에게 친숙해졌다. 성악과 오페라를 대중화할 수 있는 방법은.

"제일 어려운 문제인데요. 대부분 무대에 오르는 오페라는 배경이 되는 시간, 공간, 의상, 언어가 우리랑 달라요. 우리 시대에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을 형상화해야하고 우리 시대에 관심있는 문제를 반영해야 해요, 언어와 문화가 다른데서 오는 이질감을 작품의 훼손을 최소화하는 범위내에서 우리 나라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야해요."

-특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꼽는다면.

"
성악은 한 두 해 공부한다고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오디션 프로그램보다는 오페라에 같이 참여해서 느낄 수 있는 체험형식이 잘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희는 전공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참여할 수 있는 아카데미를 통해 음악, 연기를 교육하고 무대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홍정희 단장은 올해 하반기 특별한 공연을 준비 중이다. 라보엠 2050 프로젝트로 장애우와 결손가정 아이들, 일반인, 성악가 등이 출연한다. 공연의 배경은 2050년 지구다. 1830년 파리가 배경이 된 원작과는 달리 2050년이 배경이 되는 이 작품은 다양한 효과와 디자인들로 관객들의 보는 재미와 지적 호기심을 향상시키는 교육적인 공연이 될 것으로 홍 단장은 기대하고 있다.

-다양한 계층과 함께하는 합동공연을 기획한 의도는.

"오페라는 정해진 극이긴 하지만 우리네 인생살이를 반영하고 있어요. 장애우와 결손가정 아이들, 일반인, 성악가가 어우러져 살아가는 현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 분들은 주연급으로 무대에 오르진 않아요. 오페라 2막에 파티신이 나오는데, 아이의 부모 또는 거리의 사람들, 행상인 등 다양한 캐릭터로 노래하며 연기를 하죠."

-오디션은 어떻게 진행됐나.

"우선 모집은 장애우분들의 경우 여성가족부의 지원을 받았어요. 일반인분들은 2~3개월 정도 기간을 두고 뽑았어요. 선곡이 아닌 지원자분들이 자유곡으로 부를 수 있게 했어요. 실력 있는 많은 분들이 지원해주셔서 놀랐어요. 그래서 오디션을 진행할 때 합격과 불합격의 기준을 정하기가 굉장히 어려웠지만, 파트별로 나름대로 밸런스를 정해서 실력 순으로 뽑았어요."

▲ 오페라 단원들이 합창 연습을 하고 있다.ⓒ시사오늘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나.

"눈이 안 보이시는 분 중에 천사의 목소리를 가진 지원자가 있었어요. 이 분이 오디션을 위한 악보를 준비해왔는데, 첫 장과 끝장만 가져온 거예요. 노래 분량이 얼마 안 되는 부분을 잘못 복사해서 가져온 거죠. 반주자가 악보를 보면서 연주를 해줘야 노래를 부를 수 있는데, 참 난감했죠. 핸드폰에 MR이 있다고 해서 어렵게 오디션을 진행했는데, 가슴이 미어지는 듯한 감동이 있었죠."

-최근 성악 관련해서 성추행이나 폭행 등의 사건이 있었다. 교육 과정에서 느꼈던 문제점은 무엇이었나.

"호흡이나 발성을 배울 때 배를 누르거나 때리는 걸 두고 성추행이다 폭행이다라고들 하는데 애매한 부분이 있어요. 성악은 말로만 하기 힘든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거든요. 복식 호흡을 하게 되면 횡격막이 내려가는 것과 그곳을 지탱해주는 근육의 힘이 느껴지는지는 손으로 만져봐야만 알 수 있거든요. 중요한 건 배우는 사람이 수치심을 느끼지 않도록 도(道)를 넘지 않는 것에 있다고 봐요. 비단 성악 뿐만이아니라 모든 배움에 있어서 공통적인 사항 아닐까요. 요즘에는 문제 발생을 줄이기위해 레슨을 할 때 선생님들이 제자들에게 배를 눌러봐도 되는지 양해를 구하고 수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성추행이나 폭행 외에도 교수 개인의 행사나 음반 강매 등의 문제도 있는데, 해당 사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굉장히 예민하고 조심스러운 부분이예요. 선생님 자녀의 생일을 챙기는 경우도 종종 있었어요. 선생님이 리사이틀 공연할 때 참석하지 않으면 출석 체크하는 경우, 선생님을 보면 일렬로 줄 서서 인사하는 경우도 있고요."

-권위적인 관행이 개선될 방법이 있다면.

"이런 문제가 생기는 이유 중의 하나는 선생님들의 영향력이 미치는 범위가 컸기 때문이었어요. 하지만 요즘은 음대를 나와서 음악 이외에도 할 수 있는 게 다양해지다 보니, 그런 부분이 덜 심해졌죠. 앞으로 이런 관행을 없애기 위해서는 선생님이든 학생이든 서로의 존중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내가 선생님이니까 무조건 받아들여라 이런 권위의식을 버리고 학생들은 적절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거죠. 그래서 선생님과 제자 간 소통이 있어야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앞으로의 계획은.

"올해 가정의 달을 맞아 5월 15일에 리버사이드호텔에서 이번 공연의 시연은 아니지만 그 동안 준비했던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에요. 이후에는 오페라를 3D로 표현하는 <마술 피리>라는 작품을 구상 중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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