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하자 마자 구조조정 칼부터 휘두른 보험사 수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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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하자 마자 구조조정 칼부터 휘두른 보험사 수장들
  • 김유현 기자
  • 승인 2015.03.02 1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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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유현 기자)

선임 된지 채 일 년도 안 된 보험사 대표들이 구조조정에 앞장서며 업계에 매서운 칼바람이 휘몰아치고 있다.

사측은 유례없는 저금리 기조와 이미 포화된 시장 상황 등 경영악화로 구조조정이 피치 못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당초 '인력감축은 없다'고 장담하던 보험사들이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꾸고 있는데다 이 와중에 배당금을 되레 확대한 곳도 있어 논란은 가중되는 모양새다.

지난달 26일 메리츠화재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사업비 절감을 통한 효율성 개선, 핵심 경쟁력 확보 등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게 그 이유다.

그간 메리츠화재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지난해 말 메리츠화재로 자리를 옮긴 김용범 전 메리츠종금증권 사장의 과거 행보도 이런 의견을 뒷받침했다.

실제로 김 사장은 메리츠종금증권의 사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증권가가 대규모 희망퇴직으로 뒤숭숭할 때도 희망퇴직 대신 직원을 확충(95명·10.9%)하는 파격을 보여줬다.

그래서일까. 김 사장은 취임한 이후 첫 번째 목표로 실적 회복을 꼽으면서도 희망퇴직은 없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지난해(CY2014·2014년 1월~12월) 당기순이익이 전년(FY2013·2013년 4월~12월)보다도 감소한 1127억 원을 기록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김 사장이 메리츠화재의 고(高)직급·연령 구조 상 인력감축은 필수불가결하단 판단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메리츠화재가 직원들에게만 고통분담을 강요할 뿐,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 등 사측은 배당금 확대 등을 통해 제 돈 챙기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메리츠화재는 보통주 1주당 38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지난해보다 18.75% 오른 수준이다. 배당금 규모도 399억6000만 원으로 전년보다 24.3% 늘었고, 배당성향도 34.8%를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감소하고, 사업구조 개선을 위해 희망퇴직을 예고했지만 배당금은 되레 늘었다. 배당금 확대 전에 그 비용을 직원들을 위해 사용하고자 검토했어야 한다는 비난이 수긍되는 이유다.

김용범 메리츠화재 사장, 정문국 ING생명 사장 등 선임 된지 채 일 년도 안 된 보험사 대표들이 구조조정에 앞장서고 있다. ⓒ뉴시스

생명보험업계에서 그 누구보다 노동조합과 척을 지고 있는 인물이 있다. 정문국 ING생명 사장이 바로 그 장본인이다. 정 사장에게는 구조조정 전문가란 꼬리표가 늘 따라 다닌다.

정 사장의 이력은 화려하다. 2007년~2013년 알리안츠생명 사장을 역임한 뒤, ACE생명에서  대표이사를 지냈다. 그리고 지난해 2월 6개월 만에 ACE생명을 떠나 ING생명에 둥지를 텄다.

이렇듯 정 사장의 다채로운 과거 뒤편에는 철저한 사측 대변인으로서 노조와의 불편한 관계가 자리 잡고 있다.

오죽하면 ING생명의 대주주인 국내 최대 규모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인력감축을 위해 정 사장을 내정했다는 얘기까지 떠돌았다.

정 사장은 알리안츠생명 사장으로 재임할 당시 성과급제 도입을 놓고 노조와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사측의 일방적인 성과급제 소식에 노조는 파업에 돌입했고, 이에 정 사장은 99명의 지점장을 해고하는 등 강경책으로 맞불을 놨다.

이런 정 사장의 전력 때문에 ING생명 노조는 정 사장의 취임을 애초부터 반대했지만, 정 사장과 MBK파트너스가 직원들의 고용안정을 약속하며 논란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노사 간 신뢰는 정 사장 취임 6개월 만에 깨졌다. 정 사장은 40여명의 임원 중 부사장 2명을 포함 20여명을 해임하고, 본사 부장 70여명 가운데 절반인 35명에게 권고사직을 내리는 등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다.

이어 부서 통폐합과, 전체 직원의 30% 규모인 270여명에 대한 희망퇴직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입사 5년차 이상, 차장급 이하 직원이 대상이었다.

사측이 찍어서 퇴직시킨다는 이른바 '찍퇴' 논란도 불거졌다. 퇴직을 종용받던 임신 6주째인 여직원 한 명이 실신하는가 하면 남자 직원 한 명도 병원에 실려 갔다.

이에 ING생명 노조 관계자는 "정 사장이 '향후 더 이상의 구조조정은 없다'고 확약을 줘 일단은 관련 논란이 수그러든 상태"라고 답했다.

한편, 증권업계도 지난 2013년부터 새로 온 수장들을 앞세워 몸집을 줄여왔다. 강찬수 KTB투자증권 대표는 취임 2개월 만에 부서통합 및 구조조정 등을 실시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중장기적 사업 목표를 세운다는 이유에서였다.

2013년 7월 우리투자증권에 온 김원규 사장도 선임 직후 구조조정 칼을 빼들었다. 당시 김 사장은 자산관리사업부, 투자은행사업부, 홀세일사업부, 트레이딩사업부 등을 중심으로 조직을 축소하며 30% 가량의 임원을 감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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