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원장 표(票)의 위력? CCTV 설치 의무 법안 '또' 엎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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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원장 표(票)의 위력? CCTV 설치 의무 법안 '또' 엎어져
  • 홍세미 기자
  • 승인 2015.03.04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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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도 무시할 수 없는 유치원 원장의 영향력…'협박' 받기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홍세미 기자)

어린이집 폐쇄회로(CC)TV 설치 의무화를 골자로 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어린이집 CCTV설치 의무화 법안 발의는 2005년부터 올해까지 10년간 여러번 추진됐지만 번번이 폐기되거나 상임위에 계류 됐다.

지난 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무난히 통과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엎어졌다.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는 표결에 부쳤지만 재석 171명 가운데 찬성 83명(48.54%), 반대 42명(24.56%), 기권 46명(26.90%)으로 출석의원 과반수(86명) 찬성을 얻지 못했다.

▲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3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 뉴시스

새정치연합과 정의당 등 야당에서 반대표가 많이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새정치연합에서 △원혜영 △박지원 △박범계 의원 등 28명이, 정의당에서  △김제남 △박원석 △심상정 △정진후 의원 등 4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나머지 새누리당 △김영우 △서영교 △이이재 의원 등 10명을 포함, 총 42명이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했다.

이들은 실질적으로 CCTV설치가 아동 폭행 대책이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어린이집 교사들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든다. 정의당 정진후 의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가정폭력이나 학교폭력을 이유로 CCTV 설치를 주장할 수 없는 것처럼 어린이집 CCTV 의무화는 타당한 대책이 아니다”며 “보육에 필요한 건 사랑이지 감시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정치권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인천 보육교사 폭행사건이나 ‘풀스윙녀’ 등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있었기 때문.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시민모임 '하늘소풍'은 4일 성명을 통해 “스스로 지킬 수 없는 영유아에 대한 보호와 아동학대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다수 국회의원의 의식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특히 CCTV가 아동학대의 근본해결책이 아니라거나 아동보육 현장을 교사의 사생활 공간으로 인식한 것은 아동 인권에 대한 무지의 소치”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어 “관련 단체들과 연대해 법안 통과를 위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인터넷 카페 '아띠맘' 회원 100여명이 지난1월 '어린이집 폐쇄회로(CC)TV 의무 설치', '보육교사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열었다 ⓒ 뉴시스

국회의원도 무시할 수 없는 어린이집 원장의 영향력

어린이집 CCTV의무 설치를 두고 시민들과 정치권의 시각차이가 커지면서 일각에선 유치원 원장들의 ‘낙선운동’ 때문에 국회의원들이 몸을 사리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로 지난 2013년 3월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은 CCTV 설치 의무화를 골자로 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 논의 과정에서 폐기됐다.

박원숙 의원실은 “당시 개정안을 발의했을 때 협박성 메일이나 전화가 많이 왔다”며 “‘니네 그렇게 해서 의정 활동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 ‘다음 총선에 가만 두지 않겠다’는 식이 많았다”고 밝혔다.

게다가 2013년 <경향신문>은 새누리당 이은룡 의원이 대표 발의한 어린이집 사법경찰권 부여법이 엎어진 이유도 어린이집 원장들의 ‘낙선’협박 때문이라는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번번이 어린이집과 관련된 법안을 발의할 때면 원장들의 항의가 거센 것.

전국의 어린이집은 약 4만 9천개다. 어린이집의 원장이 단체로 항의한다면 지역구 관리가 중요한 국회의원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 특히 어린이집 원장들은 지역에서 입김이 세다고 알려졌다. 이들의 영향력은 정치권까지 끼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경기도 부천에서 거주하는 박모씨(32세, 회사원)은 4일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어린이집 CCTV 설치를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는 게 놀랍다"라며 "원장들 눈치 보기 때문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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