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호의 시사보기>4.29 보궐선거, 지역주의 심화를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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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호의 시사보기>4.29 보궐선거, 지역주의 심화를 우려한다
  • 강상호 시사평론가
  • 승인 2015.03.13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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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강상호 시사평론가)

박근혜 정권의 호남 소외론,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호남 총리론, 강희철 충청 향우회 명예회장의 이완구 총리후보 청문회 돌출 발언 그리고 충청 민심의 가세로 한국정치에서 또 다시 지역주의가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이 번엔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고 광주 서구 을에서 무소속 후보로 출마 예정인 천정배 의원이 호남정치 부활의 중심에 서겠다고 선언함으로써 지역주의 심화가 우려된다.

천정배 전 의원의 경우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 직후 전남대 정치학부 초청 강연에서 “지역주의에 안주하려는 정치인들에게 미래를 맡길 수 없으며, 지역주의를 선동하는 사람들이야말로 호남을 배신하는 자들이다”라고 주장하였고, 나아가 “호남이 지역주의에 의해 서러움을 받아 왔기에 우리끼리 똘똘 뭉치자는 주장은 우리들 스스로 무덤을 파는 일이다”라고 말하였다. 

이는 열린우리당 참여를 거부하고 민주당에 잔류한 과거 동료들을 비난하는 연설이었는데, 그런 천정배 전 의원이 이번 4.29 보궐선거 출마의 변으로 호남정치의 부활과 정권교체의 밀알이 되겠다고 한다.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더욱이 광주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독식하는 지역주의 정치를 호남정치 부활로 타파하겠다고 하니, 지역주의를 지역주의로 타파하겠다는 그의 주장은 자가당착이 아닌가?

지난 해 7.30 순천-곡성 보궐선거에서 이정현 후보가 보여주었던 정치행태와 이 번 천정배 후보의 정치행태를 비교해 보면 몇 가지 점에서 차별화 된다.  이 후보가 선거혁명을 기치로 투박한 감성으로 승부를 걸었다면, 천 후보는 호남정치 부활을 기치로 논리적 감성으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두 후보 모두 유권자의 감성을 건드리면서도 그 기법이 다르다.   이 후보의 경우,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화해를 이야기 했다면, 천 후보의 경우 지역주의에서 초래된 소외와 분노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 차이가 천 후보의 명료하고 절제된 출마 선언문에 매료되면서도 크게 아쉬운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지역주의를 정치적 지지기반으로 이용한 역사와 폐해는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의 건국과 정권 유지과정에서 발생했던 지역주의나 민주공화국 수립이후에 발생한 지역주의를 살펴보면 이들 지역주의가 불구대천의 근원적 갈등에 기반 하기보다는 권력 투쟁 과정에서 전략적 수단으로 이용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민주공화국 수립 이후 지역주의 투표행태는 1971년 제 7대 대통령 선거에서 처음 등장하였다.  여당인 민주공화당은 경북과 경남에서 76%, 74%를, 야당인 신민당은 전북과 전남에서 각각 63%, 65%를 득표하는데, 이는 집권 위기를 느낀 민주공화당이 정치적 이슈를 장기집권에서 지역감정으로 전환시킨 선거전략의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지역주의 투표행태는 그 후에도 우리의 정치발전을 저해해 왔다.   선거에서 모든 쟁점을 무력화 시켰고 정당 조직을 왜곡시킴으로써 당내 권력을 특정세력이 독점하는 비민주적 정당으로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정치인들은 위기의 순간에 지역주의 선거전략에 쉽게 유혹된다.  

정치인에게 선거에서의 패배는 정치적 귀양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귀양이 싫다고 지역주의 망령을 또 다시 선거판에 불러서야 되겠는가?   이 번 4.29 선거에서 지역주의가 승리하고 그 승리를 계기로 야권이 분열하고 그리고 2016년 20대 총선에서 우리의 정치권이 다시 지역구도로 갈라진다면 그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가?

정치발전을 위해서 지역주의는 우리가 극복해야 할 선결 과제이다.   다행히 우리의 지역주의는 종교나 문화적 차이 혹은 인종적 갈등 등에 기반 하지 않고 정치적 경제적 이해에 기반 한다는 점에서 탕탕평평 인사정책과 균형적 배분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로 치유될 수 있다.   이 점에서 우리는 지역주의 극복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된다.  

이번 4.29 보궐선거와 20대 총선에서 지역주의를 극복하고자하는 우리 모두의 노력을 기대한다.   그리고 특정지역 소외론과 특정지역 불가론이 회자하던 산업화 시대 경쟁적 대중민주주의를 끝내고 정보화 시대 공존적 소중민주주의를 펼쳐 우리 정치문화가 한층 더 성숙되기를 바란다.

▲ 강상호 시사평론가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 정치학 박사
-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
- 행정자치부 중앙 자문위원
- 경희 대학교 객원교수
- 고려 대학교 연구교수
-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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