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50)>맹형규, "건강한 국민이 건강한 리더십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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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50)>맹형규, "건강한 국민이 건강한 리더십 만든다"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5.03.19 1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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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박정희·김영삼·김대중, 미래 희망 보여준 진정한 리더"
"당리당략·이념적 싸움만 하는 국회는 국민을 위한 리더십 不在"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 맹형규 전 행정안전부 장관 ⓒ 시사오늘

미(美) 사우스다코타 주 러시모어산에는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대통령 4인의 조각상이 크게 새겨져있다. 독립전쟁을 성공으로 이끈 건국의 아버지,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 독립선언문과 헌법의 기초자, 토마스 제퍼슨 (Thomas Jefferson),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정부", 에이브러햄 링컨 (Abraham Lincoln), "분배가 곧 정의다", 이른바 '공정한 대우(Square Deal)' 경제 정책을 펼친 시어도어 루스벨트 (Theodore Roosevelt), 이들은 세상을 떠난 지 1~2세기가 훌쩍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국 국민들에게 강력한 리더십을 떨치고 있는 '살아있는 리더'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가운데 오늘날 국민들로부터 '살아있는 리더'라 불리는 자는 누가 있을까. 불행히도 이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인식은 썩 좋지 못하다. 이승만 대통령은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이라는 화려한 수식어 대신에 '불명예스런 하야'라는 주홍 글씨를 역사에 남긴 정치인으로, '잘 먹고 잘 사는 나라'를 만든 박정희 대통령은 '유신의 추억'으로 기억된다. YS(김영삼 대통령)와 DJ(김대중 대통령)은 '대한민국 민주화의 역사' 그 자체임에도 불구하고 각각 'IMF'와 '북핵'의 장본인이라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3선을 지낸 맹형규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 같은 안타까운 현실을 '리더십 실종시대'라 이름 붙였다. 지난 17일 국민대학교 북악정치포럼 연단에 선 그는 리더십은 국민들이 만드는 것이라며, 리더십 실종시대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지도자의 약점보다는 그들이 어떤 부분에서 국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는지 생각하고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제부터인가 이상한 풍조가 생겼다. 두더지 논리라고 아는가. 뭐가 조금 나오면 그저 두들겨 집어넣어 버리는 거다. 우리 사회에서 어떤 사람이 좀 뛰어나게 보이면 흠집을 내고, 상처를 내고, 파헤쳐서 그 사람을 너덜너덜해지게 한다. 그래서 어떻게 리더십이 만들어질 수 있겠나. 개인적으로 김수환 추기경을 존경한다. 그 분처럼 맑은 영혼이 또 있을까 그런 생각을 했는데, 이 분마저도 일부 세력에서 '수구꼴통'이라며 흠집내더라. 그건 아니라고 본다. 사회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무조건적인 비아냥거림과 '네가 그렇게 잘났느냐'는 분위기, 그것은 '자유'가 아니라 '방종'이다. 국민 생각이 건강해야 사회도, 국가도 건강해진다. 그래야만 건강한 리더십이 생긴다."

맹형규 전 장관은 우리나라의 역대 대통령 중 해방 이후 각 시대에 맞는 역할을 한 대통령이 여럿 있다며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은 자기 몫을 충실하게 한 훌륭한 리더라고 평가했다.

"이승만 대통령은 비록 장기 집권에 눈이 멀어 하야하긴 했지만, 건국이라는 가치를 비전으로 제시해 우리나라를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가는 기틀을 만든 사람이다. 그 당시 가치는 건국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굶주리던 시절, 우리도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쿠데타로 정권을 잡고 유신을 거쳐 인권·정치적으로 후퇴했으나, 우리 경제 발전의 틀을 만든 위대한 대통령이었다.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은 암울했던 군사 독재 시절 '산업화해서 잘 살면 뭐하느냐, 인권의 소중함을 알아야 한다'며 '할 말은 할 수 있는 사회'로 우리나라를 이끈 사람이다. 이들은 자기 목숨을 걸어가며 민주화를 위해 싸웠다. 네 사람의 공통점은 그 시대의 가치에 충실한 리더십, 미래의 희망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힘들고 암울했던 시절, 국민들이 앞만 보고 결집할 수 있는 진정한 리더십을 제시했다."

▲ 맹형규 전 행정안전부 장관 ⓒ 시사오늘

이어 맹 전 장관은 나라의 리더십을 바로세우기 위해서는 미래 비전과 제도적인 측면에서 정치인들이 자성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그는 작금의 국회를 향해 날선 비판을 가했다.

"대통령이 시대적인 흐름을 통찰해 나라가 나아갈 방향을 국민들 앞에 제시해야 한다. 국민들이 따라갈 수 있는, 희망을 만들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승만의 건국, 박정희의 산업화, 김영삼·김대중의 민주화와 같이, 지금 시대의 화두는 선진화다. 사회의 왜곡된 부분을 조명하고 발전해 나가야 한다. 내실 있는 선진국으로 도약해야 한다. 제도적 측면에서의 정치권의 자성도 필요하다. 옛날에 '사람은 나무에서 떨어져도 사람인데, 국회의원은 선거에서 떨어지면 사람도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싸우는 방법을 바꿔야 한다. 죽기 아니면 사는 '제로섬 게임' 국회의원 선거, '모 아니면 도' 대통령 선거, 이제 다른 방향으로 고민할 때가 됐다고 본다."

"국민을 위해 일한다, 국민의 편이라고 하는데, 김영란법, 이거 제대로 처리되면 국회가 무척 골치 아파지는 내용이 담겨있다. 하기 싫어서 시간 끌다가 국민들이 뭐라고 하니까 허둥지둥 통과시켰다. 제대로 된 법이 나올 수가 없다. 벌써부터 위헌 얘기가 나오지 않느냐. 어린이집 CCTV 의무설치 법도 그렇다. 어린이집 원장들, 선생님들이 국회 와서 데모하고 그러니까 표가 걱정되는지 처리하지 않더라. 그런 사람들이 무슨 국민을 위하겠느냐. 민생법안 처리하는 걸 보니 당리당략과 이념적으로 싸움만 하고 있다. 정치권 리더십이 회복돼야 하는데 지금으로써는 제도적 접근이 아니면 특별한 방안이 없다. 국민이 신뢰하지 않는데 무슨 리더십인가."

맹형규 전 장관은 기자 시절, 독일 통일을 앞두고 취재를 위해 베를린에 들른 적이 있다고 한다. 그는 당시 한 통일 전문가로부터 전해 들었다는 통일 방법론을 소개하며, 리더십 실종시대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이와 같은 방향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이고 강연을 마쳤다.

"통일 취재를 위해 독일 베를린에 특파원으로 나간 일이 있다. 어느 전문가에게 찾아가 '당신은 독일 통일을 위해 뭘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대답은 하지 않고 볼펜 두 자루를 서랍에서 꺼내더니 책상에 나란히 놓더라. 그리고는 볼펜 끝을 잡고 각도를 서서히 좁혔다. 그리고 나를 쳐다보고 이렇게 말했다. '느리더라도 조금씩 각을 좁히면 언젠가 양 끝이 만나기 마련이다. 나는 이런 일을 하고 있다.' 나는 리더십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서두를 것 없다. 방향만 제대로 잡으면 더 튼튼하고 건강한 리더십을 만들 수 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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