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조치 9호 합법…손주항, "역사까지 바꿀 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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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조치 9호 합법…손주항, "역사까지 바꿀 순 없어"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5.03.27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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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긴급조치 9호 피해자들은 웁니다
박근혜 발의 긴급조치보상법, 2년 넘게 계류 중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우리 대법원이 지난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긴급조치 9호 발령에 대해 민사상 불법행위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습니다. 판결문의 요지는 이와 같습니다.

"긴급조치 9호가 사후적으로 법원에서 위헌ㆍ무효로 선언됐더라도, 유신헌법에 근거한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로써, 대통령의 이러한 권력행사가 국민 개개인에 대한 관계에서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

손주항, "'三痴六狂'의 시대, 의로운 사람이 손해"
"안중근, 윤봉길 의사가 살아있다면 다 내 팔자 됐을 것"

기자는 27일 지난 1978년 긴급조치 9호를 위반한 혐의로 전주교도소에 갇힌 채 총선에서 당선된 바 있는 '옥중당선'의 주인공, 손주항 전 의원과 통화했습니다.

"나도 한 달 전에 광주고등법원에 가서 긴급조치 건으로 판결을 받았어. 37년 전과 같더라. 판사가 나한테 '미안하다'고 합디다. 증거를 가져오래요. 아니, 긴급조치 내린 주인공 박정희, 차지철 등이 다 돌아가셨는데 어디서 증거를 가져오라는 겁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죠. 박정희 딸, 박근혜가 대통령이 됐다고 대법원이 이러면 되겠습니까. 역사까진 바꿀 순 없어요."

대한민국 민주화를 위해 싸우던 그는 흐느끼며 기자에게 말했습니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투쟁하지 마라, 다 내 손해로 돌아온다고 말이죠. 그는 채 한 평도 안 되는 방 한 켠에 침대만 놓고 생활을 하고 있다고 전합니다.

"안중근, 윤봉길 의사가 살아있다면 다 내 팔자가 됐을 겁니다. 과거에 의롭게 투쟁하고 항거한 사람들이 살 때가 아닌 거 같아. 아부하고 아첨하는 사람들만 판을 치는 세상입니다. 옛말에 '삼치육광(三痴六狂)'이라는 말이 있어요. 세 바보와 여섯 미친 사람들을 이르는 말인데, 지금 우리네 시대가 그런 거 같습니다. 긴급조치 9호가 합법이라니, 그건 말이 아니다."

이어 기자는 경기도 안양에 거주하는 긴급조치 9호 피해자 차 모 선생님과 통화했습니다. 차 선생님은 마침 다른 피해자들과 대법원의 판결을 놓고 논의를 하고 있었다며, 민사재판을 진행 중에 있는데 이번 판결로 다들 패소할까봐 염려스러워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국가로부터 생활지원금 몇 푼을 받은 피해자들이 있어요. 지원금을 주면서 '동의서'를 받았는데, 그게 화해로 인정돼서 배상을 받을 수가 없다고 법원에서 그러더라고요. 엥간하면 다들 패소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수많은 피해자들이 이미 타계했어요. 법원에서는 증거를 가져오라고 하는데 30여 년 전에 있었던 일에 대한 증거를 어떻게 찾습니까. 찾으려고 교도소고 뭐고 다 돌아다녔어요. 당시 공안들이 증거들 싹 다 인멸했어요."

지금 국회에는 '대한민국 헌법 제8호에 근거한 긴급조치로 인한 피해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안'이 2년 넘게 계류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 법률안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을 앞두고 의원 신분으로 서명한 마지막 법안이랍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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