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노갑-정동영, 15년 동안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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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노갑-정동영, 15년 동안 무슨 일이?
  • 홍세미 기자
  • 승인 2015.04.01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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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노갑, 15년 전의 한풀이?…민주당 최고위원 사퇴한 배경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홍세미 기자) 

정치는 생물이다. 오늘의 인연이 끝나지 않고 돌고 돌기 마련이다. 현재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권노갑 상임고문과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을 보면 새삼 깨닫게 된다.

권노갑 상임고문이 4·29 재보선에서 서울 관악을 국민모임 소속으로 출마한 정동영 전 장관에게 쓴소리를 내뱉은 것을 15년 전 '한풀이'로 보는 시각이 있다. 이들에겐 어떤 일이 있어서 현재까지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을까. <시사오늘>은 이들의 인연을 처음부터 집어봤다.

◇권노갑-정동영의 인연

1995년 말 정계은퇴를 번복하고 정치판에 돌아온 김대중(DJ)은 통합야당이던 민주당을 둘로쪼개 국민회의를 창당했다. ‘호남당’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대대적인 인재영입에 나섰다.

DJ는 참신한 인물을 발탁할 것을 ‘오른팔’ 권노갑에게 주문했다. 15대 총선을 앞두고 권노갑은 젊은 피 수혈을 위해 인재를 물색했다. 권노갑은 1995년 3월 신라호텔의 한 카페에서 정치를 하고 싶다던 MBC 앵커 정동영과 처음 만났다.

정동영은 처음부터 완강했다. DJ는 MBC 앵커로 인지도가 있던 정동영이 서울에서 출마하길 원했다. 하지만 고향 전주에서 출마하겠노라 고집을 부렸다.

권노갑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결국 정동영의 뜻에 따라 15대 총선에서 전북 전주시 덕진구로 출마했다. 정동영은 그렇게 권노갑의 도움으로 첫 금배지를 달수 있었다.

‘청출어람’ 정동영, '바른정치 실천모임'

국민회의는 정권을 잡았다. 하지만 당은 ‘아수라장’이었다.

권노갑이 새 피 수혈을 위해 발탁한 정동영, 천정배, 신기남 등이 포함한 ‘바른정치 실천모임’은 당내 소장파로 변화의 물결을 주도했다. 이 ‘바른정치 실천모임’은 권노갑을 겨냥해 날선 비판을 했다. 권노갑은 자신이 정계로 발탁했고, 물질적 지원도 아끼지 않았던 이들에게 일명 ‘가지치기’를 당했다.

DJ가 노벨 평화상을 받기 전인 2000년 12월 2일, 최고위원과의 만찬에서 정동영은 권노갑을 향해 거침없는 발언을 내뱉었다.

“지금 이 자리에 권 최고위원이 계시지만, 시중에서는 권 최고위원에 대해 부통령이니 제2의 김현철이니 하는 말이 떠돕니다. 공기업 인사와 당정 인사에 광범위하게 개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종 비리의혹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당이 시스템이 아닌 대통령 측근 몇몇에 의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권노갑 최고위원이 2선으로 물러나 면모를 일신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DJ는 눈을 감고 정동영이 하는 말을 그대로 듣기만 했다. 권노갑도 묵묵히 듣기만 했다.

후에 권노갑 상임고문의 자서전에 따르면 DJ가 자리를 뜬 후에 “왜 대응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느냐”고 화를 냈다고 한다. DJ가 그토록 권노갑을 향해 화를 낸 적이 없었다고 전했다.

권노갑의 사퇴, 그리고 복수의 시작

12월 17일, 권노갑은 정동영의 발언 이후 최고위원에서 사퇴했다. 민주당 소장파가 동교동계의 맏형을 사퇴케 한 것이다. 당시 '새로운 바람'의 힘이 어느정도였는지 알 수 있다.

권노갑이 최고위원에서 사퇴한 후 DJ의 레임덕이 맞물리면서 정치적 암흑기를 맞이했다. 각종 게이트에 휩싸였던 권노갑은 2003년 현대로부터 금강산 카지노 허가 청탁과 함께 200억 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아 옥고를 치르는 신세로 전락했다.

반면 정동영은 민주당을 탈당하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하면서 ‘젊은 동력’을 보여주며 승승장구를 이어갔다.

옥고를 치르는 권노갑은 잘나가는 정동영을 향해 회심의 한방을 날렸다.

권노갑은 2004년 2월 <주간동아>와의 옥중 인터뷰에서 “경선 당시 경선자금을 공개하면 정동영은 (도덕적으로)죽는다”고 발언해 파장을 일으켰다. '반격'의 시작인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권노갑 상임고문과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이 악수를 하고 있다 ⓒ 뉴시스

◇15년만의 재회

그 후로 정치권에서 물러난 권노갑은 정동영과 부딪힐 일이 없었다. 정동영이 탈당 후 국민모임 소속으로 재보선에 나가기 전까지.

지난 3월 20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국민모임 소속으로 서울 관악을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정동영을 겨냥해 권노갑은 맹비난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용서할 수 없다. 두 사람(정동영, 천정배) 탓에 야권이 갈라져 (4·29 보궐선거에서) 진다면 그 책임도 져야 한다. 두 사람이야말로 딴 사람들이 당을 나간다고 해도 막아야 할 만큼 혜택을 많이 받은 사람들 아니냐. 그런데 이제는 당 공천을 받기 어려울 것 같으니까 탈당했다."

정동영은 몇 달 전 권노갑을 만나 탈당을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천정배 역시 권노갑을 찾아 광주 서구을로 출마하겠다고 말했다. 권노갑은 "탈당은 절대 안 된다"고 만류했지만 출마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

국민모임 김세균 공동위원장은 권노갑 상임고문을 향해 "작심하고 한 발언에 15년 전의 한풀이가 들어 있는 것 같다"며 "점잖지 못한 분"이라고 비판했다.

권노갑 상임고문과 정동영 전 장관의 15년 전 '앙금'이 아직까지 남아있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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