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시끄러운 것은 욕망이 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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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시끄러운 것은 욕망이 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 하정민 기자
  • 승인 2008.12.01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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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스님에게 길을 묻다

"나라를 엉망으로 만든 책임은 이명박 정부의 오만에서 비롯"
"학생을 시위현장으로 내몬 책임도 결국 현 정부 책임이 커"


이명박 정부는 과반에 달하는 국민의 지지 속에서 출발했다. 대만 대선후보들은 ‘747’공약을 패러디하기도 했을 정도로 그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도 이명박 브랜드를 입에 올리지 않는다. 불과 100여일 만에 일어난 일이다. 우파 포퓰리즘과 아마추어리즘이 난무했고 내 놓은 정책은 국민성공시대와도 동 떨어진 것이었다. 한마디로 나라꼴이 엉망진창이 된 지금 정읍 내장사 벽련암자에서 대우 큰스님을 만나 절집의 이야기로 나눠봤다. <편집자 주>

 

▲     ©시사오늘
 
-국민들은 마음이 심란하다. 천지사방을 둘러봐도 심란한 마음 매어둘 곳이 없습니다. 어찌하면 좋습니까?

"밝은 태양은 그림자를 원망하지 않고 바람에 출렁이는 달그림자는 바람을 탓하지 않는다. 가는 먼지도 태산을 더하고 지는 이슬방울도 강물을 보탠다. 분열과 갈등 보다는 지혜를 모으는 곳에 평화가 있고 행복이 있다. 국민들을 편안하게 만든 것은 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한다. 이 지경까지 나라를 엉망진창으로 만든 책임은 이명박 정부의 오만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회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은 소신이라는 단어를 즐겨 쓴다. 소신이란 굳게 믿고 있거나 또는 그렇게 생각하는 바를 뜻한다. 소신대로 한다는 것이 나쁠 것은 없다. 우리가 두려운 것은 소신이 아니다. 그 소신의 후예로 탄생되기 마련인 독선이다.

인간들이 일단 독선의 병에 걸리게 되면 그 모든 발전과 선한 사귐, 열려진 사회 가치에서 권리를 잃게 된다. 대화보다는 승인을 요청하게 되며 이해보다는 복종을 강요하며 협력보다는 순교를 바라게 된다. 독선이 정치화 된 것이 독재라고 한다. 이명박 정부가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독선의 산물이라 봐도 틀림이 없다.

더욱 가당치 않는 것은 촛불 시위 현장으로 내몬 배후가 있다고 주장들을 하고 있는데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공부해야할 학생들을 시위현장으로 내몬 배후세력은 누구인가? 국민의 건강과 검역주권을 포기한 이 정부의 탓이자 배후 세력이다. 국민과 역사 앞에 교만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자.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는 봉사자가 되겠다고 했다. 말 다르고 행동이 달라져서는 안 된다. 입으로 물 이야기해서 갈증이 가시지 않고 입으로 밥 이야기 한다고 해서 주린 배가 채워지지는 않는다. 쇠고기 수입개방으로 농약을 마시고 죽은 사람도 소 키우는 농민이다. 소가지고 거래하는 정치꾼들 때문에 죽었다.

어떻게 이들을 치유하고 회복 시켜야 하나. 훔치고 빼앗는 것만이 도둑질이 아니다. 자신을 속이고 대중을 기만하는 짓은 더욱 큰 도둑질이나 진배없다. 거짓은 남을 속이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먼저 속이고 죄와 악의 씨앗을 낳는다. 진실을 잃으면 자기를 잃게 된다.

무대 위에서 가면극을 하는 배우는 즉시 그 탈을 벗을 수 없다. 때가 되면 그는 그의 거짓 얼굴을 벗어던져 버릴 것이다. 타버린 씨앗을 뿌려 싹이 나기를 바라서는 안 된다. 거짓은 거짓을 낳을 뿐이다. 정직은 잃으면 더 잃을 것이 없다.

‘안 먹으면 된다.’는 식의 발언은 오만과 독선의 막말이 아닌가? 꺼지지 않는 저 촛불은 어느 누구의 심장이 타는 눈물의 파도인가? 국민들이 유언비어, 괴담, 선동 정치와 놀아난다고, 정부를 공격한다고 하는 말도 제 정신을 가진 인간이 없다는 말로 들린다. 국민을 모독하고 자극해서 어디에 쓰자는 것인지? 독수리는 하늘을 높이 날지만 그의 눈은 썩은 송장을 찾기 위하여 납골당에 고정돼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것은 정직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정직을 잃어버리면 더 잃어버릴 것이 없다. 책임을 전가하고 덮어 씌워서는 절대로 안 된다."
 
▲     ©시사오늘

 
-민심을 추스르는 해법은 없는 것인가?

"신뢰와 사랑을 저버린 사람들 때문에 상실감에 빠진 사람들의 치유 방법은 변명이나 잔꾀로는 안 된다.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일을 포장하지 말고 오직 실천으로 옮기는 것 밖에 없다. 국민들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없다고 해서 그들에 대한 원망이나 증오로 대하지 말고 진심으로 속죄한다고 진실을 호도하지 말고 모든 실체를 드러내 놓고 중지를 모아야 한다.

국민들 또한 일상으로 돌아가서 자기에게 주어진 생업에 전념해야 한다. 우리 스스로의 책임도 느낄 줄 알아야 한다. 지금 정부나 국가가 우리들 일을 전부 해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우리 역시 사회와 정부, 국가를 위해서 당면한 문제들을 어떻게 하면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고 냉철한 자기 성찰에 대한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우리 국민들 모두가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뿌리 없는 나무는 바람의 주인이 될 수 없다. 뿌리 있는 나무만이 바람의 주인이 될 수 있다. 국민의식이 살아 있을 때만이 살아도 살아 있는 것이다. 주인의식이 없으면 살아 있어도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 주인이 주인대접을 받으려면 주인의식을 잃지 않는 길 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자기기만의 마술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 돈, 권력, 명예에 굶주린 노예가 되서는 안 된다. 버리고 비워서 얻는 자유와 평화만이 행복이 참 사람으로 사는 길이라 믿는다. 깨어있지 않는 사람은 새벽이 오지 않는다.

어둠은 해가 뜨기 전이며 흐린 물은 맑은 밝은 달을 담지 못하고 때 낀 거울로는 얼굴을 볼 수가 없다. 세상이 시끄러운 것이 아니다. 욕망이 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정치는 공익을 위해 존재 한다는 것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때부터 잘못됐었다. 초기내각 선정기준을 능력을 우선 설정해 놓고 도덕성 등 다른 문제를 부차시 했다. 도덕성은 명확히 드러나는 문제다. 일만 잘하면 된다는 인선기준을 도덕성을 중시하는 일반통념과 정면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역시 또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 줬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장관 몇 사람 바꾸는 것이 아니다. 여권에서 조차 이번 개각에 대해 마뜩치 않게 생각을 하고 있다. 대폭 개각을 하겠다던 이 대통령은 “각료 세분이 떠나게 돼 착잡하다”고 개각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정말 민심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하고 있다.

촛불은 물리적으로 끌 수 있을지 몰라도 정부가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면 촛불은 다시 켜지게 될 것이다. 진실해져야 한다. 정부가 진실한 마음을 갖지 않는 한 제아무리 힘을 합쳐 경제를 살리자고 해본들 국민들은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거듭 지적하지만 정직해야 한다. 말 다르고 행동 다르고 속 다른 행동을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국민들로부터 사랑받고 신뢰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작은 일에서부터 실천해야 한다. 나를 버리면 천하를 얻고 나를 내세우면 나 하나 밖에는 없다. 천하가 나를 존경해도 나를 소유해서는 안 된다.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정직과 겸손은 인간 승리의 등불이다. 아집과 편견은 자기 파괴와 파멸을 가져올 뿐이다. 이명박 정부는 낮은 곳에 물이 고이고 익은 곡식이 고개를 숙이듯이 정직과 겸손을 실천할 수 있는 그런 봉사자였으면 한다.

국민들은 지금 봉사를 명예로 알아야 하는 사람들이 제자리에 있지 못함으로써 그 아픔과 상실감에 더 힘들어 하고 그래서 더 분노하고 그것이 결국은 촛불시위 같은 현상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초심을 잃지 않고 국민을 섬기는 봉사자로 거듭 태어났으면 한다.
바람이 자면 파도도 일지 않고 먼지도 남지 않겠지,
세상은 마음 그림자 인데 마음이랄까…."          
 
대우스님 약력 : 조계종 정화개혁 포교원장, 향승위원장, 경승단장,
                                  시정자문위원, 방송자문위원, 청소년 선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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