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임금피크제´ 도입 활발…신규채용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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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임금피크제´ 도입 활발…신규채용은 ´글쎄´
  • 박시형 기자
  • 승인 2015.04.22 0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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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시형 기자)

정부의 정년 60세 연장법 시행을 앞두고 금융권이 임금피크제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정년연장법에 따라 300인 이상의 사업장은 당장 내년부터 정년이 연장되기 때문에 상당수 금융사들이 올해 안으로 도입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년이 늦춰지면 나가는 인원이 줄어들어 신입사원 채용 규모가 해가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20일 KB국민카드는 카드업계 처음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KB국민카드는 지난달부터 임금피크제를 실시, 55세부터 연봉을 직전 연봉의 50%로 삭감하는 대신 60세까지 정년을 연장해주기로 했다.

임금피크제는 이처럼 정년을 보장해주고 임금을 삭감하는 제도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60세까지 수입원을 보장받을 수 있고, 직원 복지혜택도 차별없이 받을 수 있어 신청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베이비부머가 은퇴를 시작하는 2~3년 뒤부터는 폭증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입장에서도 명예퇴직에 따른 특별 수당 등이 지출되지 않기 때문에 비용적인 측면에서 무리가 없다. 또 직원들에게 정년이 보장된다는 기대감을 줄 수 있어 생산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지금까지 카드업계에서는 논의만 있어오다 정년연장법을 계기로 본격 도입이 시작됐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올해 처음으로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이 나와 지난달부터 시행하고 있다"며 "제도 도입에 대해 노사가 원만히 합의한 만큼 잘 정착시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카드도 내년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키로 확정했다. 삼성그룹 전 계열사와 같이 56세부터 60세까지 임금을 매년 10%씩 줄여나가는 방식이다.

하나카드는 임금피크제와 관련해 태스크포스를 운영하며 하나·외환은행 통합 일정에 맞춰 본격적으로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 정년연장법에 따라 60세로 정년이 늘어나자 다수의 금융사가 임금피크제 도입을 시행하거나 논의에 들어갔다. ⓒ뉴시스

확산되는 금융권 임금피크제

은행은 금융권에서 임금피크제를 가장 먼저 도입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2005년 1월부터 만 55세부터 60세까지 임금피크제를 두고 있다. 이 기간 총 240%의 연봉이 지급되고 임금피크제를 선택하지 않은 직원들에게는 위로금과 취업 재교육 등을 제공한다.

KB국민은행은 2008년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만 55세부터 직전 연봉 총액의 50%로 삭감한다.

하나금융은 55세부터 매년 70%, 50%, 40%, 40%, 40% 씩 지급돼 총 지급률은 250%다.

수협은행도 올해부터 만 57세 직원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3년간 연봉의 200%가 지급될 예정이다.

노조와 임금피크제 도입을 논의하는 은행도 다수다. 농협과 신한은행은 연내 임금피크제 도입을 놓고 노조와 협상중이다.

신한은행 노조 관계자는 "임금피크제를 적용받으면 정년을 60세까지 보장하지만 사실상 구조조정 수단으로 활용된 게 사실"이라며 "정년 연장 취지에 맞추려면 최소 적용시기가 만 57세는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농협과 신한은행의 임금피크제 적용 시점은 57세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씨티은행과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등 외국계 은행도 노조와 임금피크제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다.

보험업계도 올해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거나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6월 전 삼성그룹 전 계열사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함께 시행됐다. 만 56세부터 매년 10%씩 줄어간다.

동부화재는 내년부터 만 55세 직원을 대상으로 임금 피크제를 추진한다. LIG손해보험은 정년이 55세에서 57세로 늘어났고 54세부터 임금을 깎는다.

이 밖에 한화생명, 흥국생명, NH농협생명 등이 임금피크제를 검토중이다.

정년 연장에 인건비 부담…신규 채용 어려워져

하지만 일부에서는 정년 연장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커져 신입사원 채용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시중은행장은 "매년 나가는 인원만큼 신입 직원을 뽑는데 임금피크제로 나가는 인원이 줄면 그만큼 신입을 뽑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올해 1000여 명 규모의 채용계획을 밝힌 바 있다.

지난해에 비해 채용 규모가 크게 늘어난 듯 보이지만 경력단절여성이나 청년 인턴 채용 등이 포함돼 부풀려졌을 뿐 실제 대졸사원 채용 규모는 100여 명 늘어나는데 그친다.

외국계 은행과 농협은행은 지난해 보다 줄여 채용하거나 아예 채용계획이 없다.

우리은행도 채용인원은 지난해보다 더 늘릴 계획이지만 오는 5월 특성화고 100여 명, 7~8월 경단녀 공채, 텔러직 150명 등을 제외하면 대졸 신입 공채 인원 증가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대졸 신입 채용보다 중요 업무를 맡길 수 없는 인턴 등 계약직이 상당수 포함됐다"며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압박하니까 부랴부랴 계약직 채용을 늘린 것"이라고 전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은행들이 지난해 수준이나 더 줄인 채용 규모를 확정하려하자 지난 3월 금융당국 등 정부 측에서 '금융권 일자리 창출'을 강하게 주문해 채용 규모를 늘렸다는 설명이다.

이런 일시적인 채용 증가는 미래 집행분을 현재로 당겨오는 것에 불과해 오히려 향후 계획된 채용 기회를 더 줄이는 꼴이 된다.

카드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하나카드는 지난해 신입 직원을 뽑지 않았고, 우리카드는 2년 연속 신입사원 채용 계획이 없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금융사 대부분은 호봉제를 도입해 매년 임금이 올라가는 구조라며 "임금체계를 개편하지 않는 한 고용을 늘리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담당업무 : 시중은행 및 금융지주, 카드사를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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