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파업'과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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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파업'과 대한민국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5.04.25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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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명분 있는 민주노총 총파업
국제 기준, 법학계 학설 살펴보니…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 4월 24일 민주노총 총파업 대회 ⓒ 뉴시스

민주노총이 지난 24일 '4·24 총파업대회'를 감행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전체 조합원의 1/3(3분의 1) 수준인 26여 만 명의 노동자가 파업에 참여했다. 이들은 △'더 쉬운 해고, 더 낮은 임금, 더 많은 비정규직'을 노린 현 정부의 노동자 죽이기 정책 분쇄(노동시장 구조개악 폐기) △공적연금 강화와 공무원연금 개악 중단 △최저임금 1만원 쟁취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및 노조법 2조 개정과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쟁취 등을 이번 총파업 '4대 목표'로 세웠다.

정부는 '노동자들의 근로조건과 상관없는 정치파업'이라는 이유를 들어 민주노총 4·24 총파업대회를 '명분 없는 불법 파업'으로 규정하고, 엄중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특히 파업에 참가한 공무원과 교원에 대해서는 형사 처분까지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언론도 이에 동조하고 '명분 없는 민주노총 총파업 해도 너무한다' 등과 같은 기사를 보도하고 있다.

정치권도 침묵을 지켰다. 보수정당인 새누리당은 물론, 제1야당 새정치민주연합도 이날 파업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는 상황이다. 원내에서는 오직 정의당만이 천호선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직접 이날 민주노총 행사에 참석하는 등 총파업을 적극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자는 이와 같은 비난과 무관심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번 민주노총 4·24 총파업대회가 과연 정부와 일부 언론이 말하는 것처럼 '명분 없는 총파업'인지 의구심이 생겼다. 국제 기준과 우리 법학계의 학설을 분석해보니 이번 총파업은 분명 '명분'이 없지는 않았다.

우리나라는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목적의 파업을 '정치파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현행법상 '정치파업'은 불법에 해당한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이를 수정해야 한다는 권고안을 수차례 우리 정부에 보내왔다.

ILO는 "노동조합이 광범위한 사회·경제적 이슈들에 대한 집회에 참여하는 것과 관련해, ILO는 노동조합 운동의 근본적인 목적은 모든 노동자들의 사회·경제적 복지와 안녕의 진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점을 주목한다. 노동조합의 입장 발표가 정치적인 측면을 갖는 문제들에 대해 특정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불가피하며 때때로 일반적"이라고 우리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공무원들에 파업권과 관련해서도 "전적인 제약은 안 되며, 파업권의 제약은 엄격하게 특정한 범주의 공무원으로만 제한할 것"을 권고했다. 우리 정부는 해당 권고들을 줄곧 무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법학계는 어떤 입장일까. 학설은 크게 '정치파업 긍정설'과 '정치파업 부정설', 그리고 '정치파업 이분설'로 나뉜다. 긍정설은 근로조건을 위한 파업은 물론 정치파업까지 허용된다는 입장이며, 부정설은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파업이 아니기 때문에 정당한 단체행동이 아니라고 보는 입장이다.

통설은 '정치파업 이분설'이다. 정치파업을 '순수 정치파업'과 '경제적 정치파업'으로 나눌 필요가 있다는 이론으로, '경제적 정치파업'은 원칙적으로 합법이라는 견해다. 이 견해의 밑바탕에는 우리 헌법 제33조 제1항(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과 제2항(공무원인 근로자는 법률이 정하는 자에 한하여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의 정신이 깔려있다.

이에 따르면 민주노총 4·24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법리상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

프랑스에서는 노동자들의 직업이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기 위한 파업을 인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번 민주노총의 총파업처럼 정부의 일방적인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에 대한 반대,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등을 요구하는 파업은 프랑스에서 불법에 해당되지 않는다.

다만, 프랑스에서도 정치적 성격만을 띤 파업은 위법의 소지가 있는데, 대부분의 노동자 파업이 정치적 성격과 직업정 성격을 동시에 띠고 있기 때문에, 이 점을 감안해 파업의 정당성 여부를 결정한다. 프랑스에서는 정치적인 성격이 일부 포함돼도 직업적 요구 사항이 이에 앞선다면 파업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이는 마치 우리 법학계 통설인 '정치파업 이분설'과 흡사하다.

우리 정부는 노사정 대화를 계속 시도해야 한다. 민주노총의 총파업을 불법이라고 매도할 게 아니라, 노동자들이 왜 지금 거리로 뛰쳐나왔는지, 그 안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성찰하고 반성해야 한다. 기자는 민주노총 4·24 총파업대회가 명분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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