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철, "손학규 정동영 공천약속하고 낙천시켜"
정대철, "손학규 정동영 공천약속하고 낙천시켜"
  • 정세운 기자
  • 승인 2008.08.27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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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철 민주당 전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세 차례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을 만큼 ‘대중성’을 지닌 정치인이다.

정 전 대표의 이력만을 놓고 보더라도 나무랄 곳이 없어 보인다. 그는 외무장관과 민주당 총재권한대행을 지낸 정일형 박사와 한국 여성변호사 1호인 이태영 박사의 장남으로 태어나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미국 미주리주립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를 취득했다.

우리나라 정치1번지인 서울 종로 중구에서 5선의 관록을 쌓아오는 동안, 평민당 대변인과 정책위의장, 국회 문공위원장, 민주당 최고위원과 당 대표를 지냈다.

하지만 노무현 정권 탄생의 1등 공신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노무현 정부 들어서면서 정치휴지기를 가질 수밖에 없었고, 지난 총선에서도 공천을 받지 못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 전 대표는 민주당 대표경선에 출마했지만 3등 낙선했다.

대중적 지지도가 높은 정치인이 오랜 시간 야인으로 있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 할 정도다. ‘불운’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을 듯싶다.

정 전 대표와의 인터뷰는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산정빌딩 7층 ‘통일시대 준비위원회’에서 이뤄졌다.
 

▲정대철 전 대표는 지난 대선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심판장이었다고 말했다 ⓒ민주신문 김현수

지난 대선은 정동영이 아니라 노무현에 대한 심판장
 
-지난 대선에서 대통합신당 18대 대통령후보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대선을 총괄 지휘했지만 패했습니다. 지나간 얘기지만 영남이나 충청출신 대권후보가 나왔다면 참패는 면하지 않았을까요.

“글쎄, 조금 나았을라나, 대체적으로 큰 차가 없었을 겁니다. 지난 대선까지 합하면 선대위원장만 3번을 맡았습니다. 지난 선거는 한마디로 ‘정동영’이 아니라 ‘노무현’에 대한 심판이었습니다.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 내려진 것이기에 누가 후보가 되었든 후보의 출생지나 지역이 승패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못했을 겁니다.”

정 전 대표는 이어 “지난 대선은 좀 특이한 선거였다. 노태우 후보의 낮은 지지도가 김영삼 후보에게 악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김대중 후보의 낮은 지지도 역시 노무현 후보의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노무현 심판장’이 돼 버렸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지난 대선이 왜 ‘노무현 심판장’이 됐을까요.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너무 인기가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열린우리당을 버리고 신당을 만든 것 아닙니까.”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 아닌가요.

“아웅하는게 난데 어떻게 합니까. 아무튼 신당을 만들면 새롭게 출발하려는 의지로 국민들한테 투영되니까 그렇게 하는 것 아닙니까. 한국정치의 현실입니다.”

“거기다 머리를 박고 국회의원 선거 나가면 한 석도 안 되니까, 버릴 수밖에 없는 것 아닙니까.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흔적을 완전히 지웠다면 표가 더 나왔을 겁니다. 아무튼 버리고 만들면 지지도가 올라가니까, 그렇게 하는 것 아닙니까.”
 
-이번 총선에서 통합이 안됐다면 최악이었겠습니다.

“만약에 이번에 통합이 안 되고 민주당과 통합신당이 그대로 남아있었다면 참패를 했을 겁니다. 그나마 통합이 돼 이정도 의석이라도 나온 겁니다.”

정 전 대표는 그러면서 ‘국민의 눈높이는 높아가는 데 정치는 후퇴하고 있다’는 말은 미안한 얘기지만 ‘어불성설’이라고 못 박았다.

“그 국민의 그 정치인입니다. 국회에 들어가 보니, 국회의원 300명의 분포도가 국민수준의 분포도입니다. 유권자 수준이 그 정치인을 뽑아놓은 것입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건방지다고 할 지 모르지만 결국 국민수준이 지금의 정치수준입니다.”
 
-선대위원장을 3번이나 맡아 큰 선거를 치렀습니다. 후보의 당락을 느낌으로 알 수 있습니까.

“대충은 느낌이 옵니다.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된다고 봤고, 김대중 후보도 당선된다고 봤으니까…, 그리고 정동영 후보는 힘들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선거를 치르면 중간에 기적 같은 것을 바라게 됩니다.”
 
-선대위원장을 3번이나 역임할 만큼 대중적 지지도가 높습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했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선대위원장을 맡을 때 ‘손학규’와 ‘정동영’과 함께 만나 비례대표 공천을 약속 받았습니다. 하지만 정동영은 대선낙선 후 공천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됐고 손학규가 공천심사위원장으로 박재승이 앉혀 놓으니까, 박재승이 ‘감옥소 갔다 온 사람한테 공천 안 주겠다’하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닙니까.”

이 대목에서 정 전 대표는 목소리 톤을 높여 부연 설명을 했다.

“사실 약속 다 받았어. 하지만 어떡해, 팔자소관이지, 자기들 입으로 주겠다고 해놓고선…. 총선 끝나고 만나서 ‘에이, 나쁜 놈’, 그래놓고 웃었지, 뭐”

대화가 자연스럽게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대표경선 이야기로 넘어갔다.
 
▲정 전 대표는 정동영 후보와 손학규 대표가 공천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이미지 벗겨내기 위해 추미애와 단일화

-7월 민주당 대표 경선에 출마해 낙선했습니다.

“패자는 말이 없어야 합니다. 단지 국민의 심판을 받았던 열린우리당이 복원됐다는 평가에 안타까움을 느끼며 이러한 평가는 국민들의 지지와 당원들의 지지가 엇갈려서 나타난 현상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경선에서 정 전 대표는 ‘노무현과 동교동의 프레임을 뛰어넘자’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는 동교동 노무현 지지 세력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그런 주장이 당원들에게 스며들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언론에 비춰진 모습들은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으나 꼭 그렇지 않습니다. 민주당 내에서 새롭게 변해가는 모습을 원하는 이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욱 더 이런 모습과 힘들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의 이미지를 벗자’고 주장했습니다. 노무현 정권탄생의 1등 공신으로서 할 말이 아니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노무현 정권의 1등공신이라고 해서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 침묵하는 것은 국민을 위하는 정치가 아닙니다. 그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했듯이 새로운 모습의 정치를 원하는 국민에게 나는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입니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을 만드는데 1등 공신이었을지 모르나 노무현 정권 동안 아무 역할도 한 것이 없기에 비교적 자유로운 입장입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탄생의 1등 공신으로서 혜택이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김대중 정부에서는 ‘괘씸죄’로 고생했다는 말까지 나돕니다.

“모두가 지난 얘기입니다. 또한 저에 관한 개인적인 문제이니만큼 세월이 지난 다음 회고록 등 다른 방법을 통해 밝히겠습니다.”

정 전 대표는 지난 97년 국민회의 대선후보 경선에서 ‘본선에서 될 사람을 밀어 달라’며 김대중 총재와 일합을 겨뤘다. 이로 인해 김대중 총재에게 ‘미운털이 박혔다’는 풍문이 나돌았고, 김대중 정부 탄생 후 정 전 대표는 수뢰혐의로 구속된 적이 있다.
 
-이번 대표경선 출마와 관련해 차기 대권을 노린 포석차원이라는 말들이 있습니다.

“지난번 대표 경선에 출마했던 것은 차기 대권을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나는 10년 전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대선후보경선을 치른 이후 대통령에 대한 꿈은 접었습니다. 민주당에는 장래가 촉망되는 훌륭한 후배 정치인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들을 키워서 이명박정부에 의해 가슴앓이 하는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주고 보듬어주기 위해 정권을 되찾아오는데 그 목적이 있었던 것이며 앞으로도 그러한 역할을 해 나갈 것입니다.”
 
-대표경선에서 추미애 후보와 ‘후보단일화’를 선언했습니다. 물론 2차투표까지 가지 않아 무산됐지만, 단일화를 무슨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까요.

“민주당 대표는 최소한 열린우리당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돼야 했습니다. 쇠고기 수입협상 파동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추락했음에도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 만큼 열린우리당에 대한 이미지를 벗겨내는 작업이 필요하고 노무현 정권에 대해 부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는 국민들로부터 이 같은 이미지를 쇄신시킬 인물이 필요하다고 본 것입니다. 최소한 나나 추미애 후보는 그런 면에서 자유로운 후보였다는 것이 단일화의 의미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정치는 정당중심이 아니라 계파중심으로 정치가 운영돼 오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정 전 대표도 피해를 본 것 아닙니까. 이유가 뭘까요?

“군사독재정권에 대항하기 위해 단일대오의 강력한 힘이 필요했을 겁니다.”

이 대목에서 필자는 정 전 대표의 답변이 ‘상투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민주화 후에도 대선주자를 중심으로 한 계파정치가 계속돼 오고 있습니다. 때문에 대선 후에 당이 깨지는 것 아닙니까.

“대통령을 탄생시킨 당이 깨지는 것을 보신일이 있습니까. 노무현정권 때 처음 있는 일입니다.”
 
-깨지지는 않더라도 당명을 바꾸면서 대통령을 탄생시킨 소속정당의 ‘주류’측에서 당을 장악하려는 모습들을 계속보이고 있습니다.

“당명 바꾸는 것하고 깨지는 것하고는 다른 겁니다. 정당을 사유화하려는 의지라고 표현하는 게 옳습니다. 깨진다는 것은 분리가 된다는 거니까 노무현 정부 때가 처음입니다. 상습화된 일은 없습니다.”

정 전 대표의 말처럼 대통령을 탄생시킨 당이 깨진 경우는 노무현 대통령 때 처음 있었다. 당시 민주당은 구세력과 노 대통령 탄생의 1등 공신들과의 주도권 싸움이 번지면서 당이 쪼개지는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당이 깨지지는 않더라도 이른바 ‘주류’측은 당 장악을 위해 당명을 바꾸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김대중 대통령 당선 이후 동교동측 주도로 당명을 국민회의에서 새천년 민주당으로 바꿨다. 김영삼 대통령 때도 마찬가지다. ‘김영삼 대통령 만들기’에 나섰던 민주계는 당명을 민자당에서 신한국당으로 바꿨다.

“우리나라에 정당정치가 뿌리를 내리지 못해서 그런 겁니다. 명망가 정당이라서 그렇습니다. ‘김영삼·김대중=정당’ 아니었습니까. 여기에 지역적 연관성을 가진 지역감정이 뒷받침했기 때문에 그렇게 흘러간 것입니다.”
 

▲정 전 대표는 권력구조와 관련해 내각제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정연주 사장 해임은 권력층의 ‘언론장악 의도’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을 거치면서, 가정환경에서부터 교육 사회 활동적인 면에 이르기까지 정상적으로 자라온 분이 지도자가 돼야 한다는 말들이 높습니다.

“무슨 뜻이요,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이 모두 불우한 가정에서 자라, 정상적으로 자라 온 대통령을 요구한다는 그런 말이요? 그런 말들이 많아요?”

정 전 대표는 이 대목에서 답변대신 반문을 거듭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입지전적인 인물들을 바라는 것 같아요, 우리 같이 정상적으로 자라온 사람들은 신화가 없잖아요, 그런 바람이나 요청이 얼마나 있는지는 몰라도 아직까지는 지도자를 고를 때 신화를 만든 인물을 찾는 것 같아요.”
 
-국회에서는 ‘개헌논의’가 한창입니다. 개헌에 찬성하십니까.

“내각제 개헌을 줄곧 주장해 왔습니다. 당위성을 길게 설명하지는 않겠지만 권력을 한사람한테 집중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개인이 아니라 정당으로 권력을 집중하는 게 맞지요. 개인인 대통령한테 권력을 독점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의원내각제가 좋다고 봅니다.”
 
-의원내각제가 되면 지역주의가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의견들이 있습니다.

“선거제도를 고치면 됩니다. 비례대표를 확대해 호남에서 한나라당이, 영남에서 민주당 의원이 나오도록 선거법을 고치면 됩니다.”
 
-각 당의 첨해한 이해차가 존재해 선거법 고치는 게 쉬워 보이지 않습니다.

“개헌이 전제가 된다면 가능합니다. 합리적으로 선거제도를 고친 후 의원내각제로 권력구조를 바꾸면 되는 것 아닙니까. 하지만 한국은 권위주의적인 것이 강해서 아직까지 대통령제를 더 선호하는 것 같아요.”
 
-이명박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수입 사태 등으로 인해 지지도가 하락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도 지지도가 좀처럼 오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사이익이란 게 있는데 이마저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지지도가 하락세를 계속 보이고 있음에도 반사이익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은 민주당이 열린우리당의 복원된 것에 불과하다는 평가와 무관하지 않을 겁니다.”
 
-민주당이 ‘미국산 쇠고기수입 사태’나 ‘KBS 정연주 사장해임 파동’ 등과 관련해 너무 거리 투쟁만을 일삼았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이러한 행태들로 인해 지지율이 오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동감하십니까.

“저는 처음부터 국회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원내에 들어가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저는 경선당시부터 주저 없이 국회에 들어가서 원구성도 해주는 한편 원내외 병행투쟁을 해야 한다고 일관성 있게 주장해 왔는데 현재 민주당 지도부는 원내투쟁도 효율적으로 하고 필요하다면 장외투쟁도 병행하는 자세를 갖기 바랍니다.”
 
-‘정연주 사태’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양면성이 있을 겁니다. 권력자의 언론 장악의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고….”
 
-정연주 사장 해임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언론자유’, ‘언론중립’ 등을 내세우는데, 정
사장 자체가 낙하산 인사 아닙니까, 언론 중립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야당에서 보기에는 언론장악 음모가 진행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명박 정부의 행태로 봐서는 그렇습니다. 정연주 사장 자체가 국민적으로 칭찬을 받지 못하고 노조로부터도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하더라도 임기는 보장해 주는 게 맞습니다.”
 
-‘정연주 사수’를 외치며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의 행태가 올바르다고 보십니까.

“나 같았으면 안했을 텐데…, 동료들이 하는 것 가지고 코멘트 하기는 싫습니다. 보는 측면에 따라 언론을 장악하려는 집권층의 음모가 보이기 때문에 그것을 막자는 거지 정연주를 사수하자는 게 아니라고 본다면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하여간 복잡합니다. 정연주라는 흠만은 사람까지도 옹호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필자는 정 전 대표에게 ‘재기를 생각해야 하지 않냐, 당 대표를 지낸 분이신데…, 보궐선거에는 출마할 생각이 없냐’라고 물었더니, 그는 “글쎄, 뭐…. 좀 두고 보자”고 답했다.

이 대목에선, 물어보면 시원스럽게 답변하던 것과는 달랐다. 정 전 대표의 정치휴지기가 너무 오래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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