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내친김에 대권?…新'삼자필승론'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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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 내친김에 대권?…新'삼자필승론' 주목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5.04.30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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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영남 표, 영남 후보들이 나눠 갖고…호남·충청 표, 천정배가 가져간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 천정배 의원 ⓒ 뉴시스

광주는 문재인을 버렸다. 그리고 천정배를 선택했다. 천정배 의원은 '민주당의 심장부'에서 승리하면서 다시 야권의 중심에 섰다. 천 의원은 당선 직후 다음 총선에서 호남세력을 결집해 새정치민주연합과 경쟁하겠다고 밝혔다. 앞마당(수도권)부터 본진(광주)까지 '탈탈' 털린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차기 대권 주자로서의 위용을 상실했다. 당내 비노(비노무현)계·호남계 인사들과의 갈등이 곧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야권 내 대권 구도 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번 광주 서구을 재보선은 '문재인 대 천정배'의 구도 속에서 치러졌다. 안을 들여다보면 결국 '영남 대 호남' 대결 양상이었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권을 장악한 이후 새정치연합(전 열린우리당, 통합민주당)은 '영남 친노패권주의'가 득세했다. 동교동계를 비롯한 당내 호남 인사들이 느끼는 소외감은 날이 갈수록 커졌다. 불만을 표출할 수도 없었다. 지난 17대 대선에서 호남 출신 정동영 전 의원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참패했기 때문이다. 결국 그들은 다시 영남권 대권 후보(18대 대선, 문재인) 카드를 꺼내야 했다. 패권주의는 확장됐고, 호남소외현상은 심화됐다.

결국 대표적인 호남 인사, 천정배 의원과 정동영 전 의원이 당을 박차고 나왔다. 정말 호남소외현상을 참지 못해서인지, 아니면 공천을 받지 못했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들이민 명분은 적절했다는 게 정계의 주된 반응이었다. 탈당을 결단한 두 사람은 각각 광주와 서울 관악에 출사표를 던졌다. 희비는 엇갈렸다. 천 의원은 여의도 입성에 성공했고, 정 전 의원은 '정계 은퇴'를 고민해야 할 판이다.

광주 서구을 4·29 재보궐선거에서 천정배 의원은 호남 민심을 사실상 싹쓸이했다. 천 의원은 52.37%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새정치연합 조영택 후보(29.8%)에 압승했다. 그는 30일 MBC<신동호의 시선집중>에서 "내년 총선에서 내가 했던 것처럼 광주전역에서 새정치민주연합과 경쟁할 수 있는 새로운 인물들을 모아 함께 출마할 생각이다. 새정치연합과 페어플레이를 해보고 싶다"며 호남 신당 창당 가능성을 드러냈다.

천 의원은 지난 4월 7일 <시사오늘>과 한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PK(부산경남)지역 인사들이 노무현 대통령 이후로 당내의 헤게모니를 오랫동안 잡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새로운 세력을 형성해서 확실한 국가 비전을 만들겠다.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세력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 대권 도전에 대해 천 의원은 "정치를 오래 해왔고, 또 호남의 혜택을 입어 왔지만, 아직 그런 반열에는 이르지 못했다"면서도 "DJ는 무엇이 되려 하지 말고,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하라고 했다"는 묘한 뉘앙스가 묻어난 말을 하기도 했다.

정계 일각에서는 과거 DJ(김대중 전 대통령)가 내세웠던 '사자필승(四者必勝)론을 들어 천정배 의원의 대권 도전 가능성을 제기한다. DJ는 지난 1987년 YS(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단일화를 포기하고 '사자필승론'을 내세워 단독 돌파를 시도했다. 영남 출신 노태우, YS가 영남 표를 나눠 갖고, JP(김종필 전 총리)가 충청 표를 획득한 상황에서, 남은 호남 표를 자신이 싹쓸이하고 수도권 일부 표까지 가져오면 승리는 떼어 놓은 당상이라는 계산이었다. 결과적으로는 노태우에게 어부지리를 준 셈이 됐지만, 충분히 현실가능성 있는 논리였다.

천정배 의원이 만약 대권 도전을 결심한다면, '사자필승론'의 방향으로 대권구도가 전개될 공산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안철수 의원 등 유력 대권 주자들이 모두 영남 출신이기 때문이다. 수도권 표는 여야 거대정당에 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봤을 때, 최근 '성완종 파문'으로 정치인 씨가 마른 충청권을 천 의원이 가져온다면 승산 있는 '삼자필승(三者必勝)론'이 탄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즉, 수도권과 영남 표를 거대 양당 후보로 출마한 두 사람이 나눠 갖고, 호남과 충청 표를 천 의원이 가져오면 세 후보 간의 치열한 싸움이 펼쳐질 수 있다는 것.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30일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천정배 신당이 내년 총선에서 호남에 완전히 뿌리내린다면 가능한 이야기"라며 "과도하게 지역주의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는 부분이 없지 않지만, 아직 그게 통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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