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홍에 대처하는 새누리당과 새정련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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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홍에 대처하는 새누리당과 새정련의 차이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5.05.21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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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與, '철저히 비공개, 조용히, 성공적'…野, '터뜨리고 보자, 요란히, 실패적'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 (위부터) 새누리당 로고, 새정치민주연합 로고 ⓒ 각 정당 인터넷 홈페이지

여러분께선 지금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도 계파 갈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여야 거대 정당이 모두 내홍을 겪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당협위원장 교체 문제와 공무원연금 개혁 문제에 따른 친박(친박근혜)과 비박 간 갈등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은 '문재인 책임론'을 들먹이는 비노(비노무현)과 친노의 다툼으로 어지러운 상황입니다.

아마 대부분 독자들께서 새정치연합의 내홍에 대해서는 잘 알고 계시겠지만, 새누리당도 내홍을 겪고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르고 계실 겁니다. '왜'일까요?

내홍에 대처하는 두 거대 정당의 자세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새누리당은 '조용하게' 싸웠고, 새정치연합은 '요란하게' 다퉜습니다.

與, '철저히 비공개, 조용히, 성공적'

지난 3월 2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친박과 비박 간에 고성이 오고 갔습니다. 김무성 대표가 부실한 당협위원회 8곳의 위원장을 교체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서청원·이인제 최고위원이 강하게 반발한 것 입니다.

부실 당협으로 지정된 곳은 대부분 친박계 인사들이 위원장으로 있는 지역이었습니다. '친박 좌장' 서 최고위원은 회의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와서 "내가 언젠가 기자회견을 할 날이 있을 것"이라고 기자들에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회의는 철저히 비공개였습니다. 기자회견을 하겠다던 서 최고위원은 입을 굳게 다물었습니다. 그리고 새누리당은 4·29 재보궐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습니다.

이후 지난 19일 새누리당은 조직강화특별위원회를 재가동하고 부실 당협위원장에 대한 심사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친박과 비박 간의 충돌은 드러나지 않는 '현재진행형'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새누리당 내 계파 갈등은 최근 공무원연금 개혁 여야 합의안을 놓고도 있었습니다.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새정치연합과 합의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통과시키려 했습니다. 하지만 청와대와 친박의 반발로 결국 무산되고야 말았습니다.

당 지도부는 발 빠르게 의원총회를 소집해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총의를 모아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인상' 부분을 명기하지 않는 방향으로 당론을 정했습니다. 소름끼치리만치 일사분란하게 계파 갈등을 임시 봉합하는 모양새였습니다.

참 조용하게, 성공적으로 싸웠습니다.

野, '터뜨리고 보자, 요란히, 실패적'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어땠을까요. 무작정 '터뜨리고 보자'였습니다. 친노, 비노 가릴 것 없이 이상하리만치 무턱대고 공개 석상에서 설전을 벌였습니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비공개회의로 전환된 뒤 해도 될 말을 꼭 기자들 앞에서 늘어놨습니다. '막말 사건'이 있었던 지난 8일도 그랬습니다. 계파 갈등이 수습되는 국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주 최고위원은 '삼공(三公·공개, 공정, 공평)'을 거론하며 문재인 대표를 압박했습니다.

'당 대포' 정청래 최고위원이 사고를 쳤습니다. '공갈치지 말라' 자존심을 긁는 정 최고위원의 발언에 주 최고위원은 최고위원 직 사퇴를 선언하고 문 대표의 손을 뿌리치며 회의실을 빠져나갔습니다. 이어진 유승희 최고위원의 '봄날은 간다'는 그야말로 압권이었죠. 공개 코미디였습니다.

'동교동계' 박지원 의원은 방송을 통해 '문재인 책임론'을 들먹였습니다. 비주류 좌장 김한길 의원은 친노 패권주의를 청산하라는 내용이 담긴 '당원 동지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기자들에게 보냈습니다. 문 대표도 '부당한 공천권 나눠 먹기 요구에는 타협하지 않겠다'는 비공개 문건이 외부로 유출되는 우를 범했습니다.

일련의 사태들이 공개적인 자리에서가 아닌 비공개 석상에서 벌어졌다면 어땠을까요?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내홍이 이렇게까지 확산되진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참 요란하게, 실패적으로 싸웠습니다.

분열에 대한 실망 > 부패에 대한 환멸

새누리당은 '성완종 리스트'라는 악재 속에서도 재보선에서 승리를 거뒀습니다. 김무성 대표는 차기 대권 주자 지지율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도도 함께 오르는 추세입니다.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새정치연합은 '야권 분열'로 인해 재보선에서 패배했습니다. 문재인 대표는 비주류의 잇따른 공세로 벼랑 끝에 몰렸습니다. 당 지지도는 하락세에 접어들었습니다. 차기 총선은 물론 정권 교체의 꿈도 요원하게 됐습니다.

정치권에는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격언이 있습니다. 여당에는 부패 딱지가 붙었고, 야당에는 분열 딱지가 붙은 상태였습니다. 같은 조건이었습니다. 국민들은 전자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부패에 대한 환멸'보다는 '분열에 대한 실망'이 더 커서였을까요.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요란하게 싸워대는 새정치연합을 보니 확신이 섭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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