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56)>홍상표, ˝청와대와 언론 소통, 국익 걸린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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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56)>홍상표, ˝청와대와 언론 소통, 국익 걸린 일˝
  • 홍세미 기자
  • 승인 2015.05.22 1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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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1호기 회항사건…엠바고 이용해 보도 축소˝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홍세미 기자)

청와대와 언론은 어떤 관계일까.

대한민국 언론의 눈과 귀는 청와대에 집중된다. 언론은 청와대에서 흘러 나오는 마른 기침 소리에도 의미를 부여한다. 청와대는 언론과 '커뮤니케이션'이 잘 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순식간에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청와대는 언론을 어떻게 관리할까. 이명박 정부 시절 홍보수석을 역임한 홍상표 전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은 "정치는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말했다. 사회는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홍 수석은 18일 국민대학교 <북악정치포럼>에서 '정치와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주제로 강연에서 이명박 정부 시절 언론과의 소통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들려줬다.
 
▲ 홍상표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청와대와 언론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
공군 1호기 회항 사건
 
공군1호기 회항사건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1년 3월 12일 인천공항에서 아부다비로 가던 도중 기체에 결항이 생겨 긴급회항한 사건이다. 홍 수석은 이 사건이 미칠 파장을 고려해 보도를 축소화시킨 방법에 대해 언급했다.
 
이명박 대통령, UAE 도착...공군 1호기, 한때 긴급 회항-YTN 2011.03.13
 
UAE 순방길에 대통령 전용기 기체 결함으로 회항하는 초유의 사태 발생-한국일보 2011.03.13.
 
[한국, UAE 아부다비 유전 진출]대통령 전용기 ‘정비 불량’ 첫 회항-동아일보 2011.03.14
 
"이 사건은 엄청나게 큰 뉴스로 다뤄질 수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탄 비행기에 결항이 생겨 회항한 사건이다. 그러나 크게 다뤄지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뉴스를 작게 만들었다. 우리들이 커뮤니케이션을 이용해 관리했다. 어떻게 미디어를 관리했느냐.
 
2011년 3월 12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탄 공군1호기가 성남공항에서 아침 8시에 이륙했다. 아부다비를 가는 비행기였다. 평소보다 비행기가 이상했다. 보통 대통령 공군1호기가 뜨면 4시 방향으로 동쪽으로 가는데 서쪽으로 갔다. 그러더니 비행기가 안 나가고 다시 위로 올라와서 뱅뱅 돌았다.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회피기동’인가 생각했다. 혹시 북한에서 어떤 징후가 발생해 적의 혼선을 위해서 왔다, 갔다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
 
전용기 1층에 회의실이 있다. 경호실장, 공군항공실장, 의정비서관과 긴급 회의를 했다.
 
'지금 비행기가 고장 났습니다. 기체에 이상이 생겼습니다.'
 
가슴이 철렁했다. 내부를 살펴보니까 비행기 에어커버에 이상이 있었다. 보육 747문 밑에 공기를 흡입하는 뚜껑이 있다. 그게 고장났다. 에어커버가 덜렁거려서 소리가 났다. 다행히 안전엔 이상이 없었다. 그러나 만에 하나라도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 아니냐. 그래서 경호처장이 불시착 비상착륙을 해야겠다고 하더라.
 
하늘이 노래졌다. 앞이 노랗더라. ‘대통령이 탄 공국1호기가 기체 이상으로 비상 착륙을 한다.’ 이게 국민들에게 알려지고 언론에 나기 시작하면 얼마나 큰 문제가 될까. 그날이 토요일 아침이었다. ‘대통령이 탄 공군1호기가 기체이상으로 인천공항에 비상 착륙합니다’라고 하면 온 방송 중계차가 올 것이고 전 외신이 다 달려들 것이다.
 
최고의 안전을 담보해야 할 국민지도부다. 기체에 이상이 생겼다는 보도가 나면 파문이 일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냥 놓을 수가 없다. 이 것과 관련된 보도를 가급적 최소화하자고 생각했다. 청와대 출입 기자 간사 네 명을 모아두고 이렇게 얘기했다.
 
‘안전엔 이상이 없다. 큰일은 아니다. 백만분의 일을 대비하기 위해 일단 불시착한다. 
 
에어커버는 1시간 내로 수리 가능하다. 내려서 1시간동안 교체한다. 만약 보도가 되면 대통령이 인천공항에서 아부다비로 가는 게 노출된다. 문제다. 엠바고 시켜달라. 아부다비에 갈 때까지.’
 
대통령이 어디서 어디로 이동하는 동선은 대통령이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비보도다. 관례다. 대통령의 안전에 이상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앞뒤가 맞는다. 그렇게 얘기했는데 기자들도 당황했다. 
 
결국 이 전 대통령이 아부다비 공항에 내린 다음 기사가 풀렸다. 사건 발생은 2011년 3월 12일 토요일 오전 9시쯤에 생겨났는데, 아부다비까지 10시간 걸렸다. 다음날 보도가 된 것이다. 하루가 지나니 뉴스의 크기는 작아졌다. 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목표를 달성했다. 
 
나중에 그 일이 끝나고서 신문에서 사설을 썼다. ‘앞으로 엠바고는 없어야 한다’, ‘국민의 알권리가 더 중요하다’이런 식으로 기사를 쓰더라. 그러나 정부의 입장이나 메시지를 관리하는 입장에선 과연 대통령의 비행기가 불시착해서 이슈화됐을 때 정부의 불신, 국가의 체면 여러 가지를 생각할 때 관리자의 입장에서 참모의 입장에서 가급적이면 보도의 파장을 줄이는 것이 급선무였다."
 
국정원 인도네시아 특사단 도청사건.
 
인도네시아 국방부 특사단이 2011년 6월 16일 우리나라 무기류를 수입하기 위해 방한했다. 당시 우리나라 국정원이 특사단 방에 들어가 노트북에 USB를 꼽고 데이터를 해킹하려다 걸렸다. 이 사건이 이른바 '인도네시아 특사단 도청사건'이다. 인도네시아 특사단은 우리나라 국방부와 항공우주산업관계자와 무기 판매 협상이 익은 단계였다. 특사단은 당시 롯데호텔 36층에 묵고 있었다.
 
"참 무모한 일이 일어났다. 특사단이 오전 회의하러 간 사이에 국정원 요원들이 거길 들어갔다. 
 
국정원이 노트북을 해킹했다. USB를 끼고 데이터를 넘겼다. 이게 걸렸다. 인도네시아 특사단이 방으로 들어 왔는데 낯선 사람이 있었다. 국정원 중 한명이 잡혔다. 국정원 사람들은 가짜 명함을 가지고 다닌다. 그런데 인도네시아 특사단이 바보냐. 뭐하는 사람인지 대충 안다. 
 
나는 그날 점심때 알았다. 국회 사무총장 하던 정진석 전 정무수석이 ‘잠깐 모입시다’고 해서 비서실장실에 같이 모였다. 국정원 도청 사건이 경찰에 신고가 돼서 알게됐다. 
 
모두 나에게 홍보수석이니까 절대로 보도가 되지 않게 해달라고 했다. 나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했다. 국익을 위해서라도. 그런데 그날 저녁 7시 외교 비서관이 나에게 급하게 전화를 걸었다. 
 
‘아휴, 수석님. 큰일났습니다. 그거 샜습니다. 새나갔습니다. SBS가 8시에 보도하려고 합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주셔야 합니다. 보도 못나가게 막아야 합니다. 보도가 나는 순간 끝입니다. 외교고 뭐고 끝입니다.’
 
국정원 도청 사실이 기자한테 샌거다. 요즘 세상에 비밀이 어디 있겠느냐. 비서관 이후 외교부 차장한테도 전화가 왔다. 나는 SBS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왠만하면 협조 좀 해주십시오. 국익이 걸린 문제입니다.” 
 
“글쎄요. 저도 식사하려고 나와 있는데 그 보고를 못 받았습니다. 본부장이나 이쪽이랑 애기를 해보십쇼.”
 
사장이 모를 리 없지만 보도본부장에게 전화를 했다. 자세한 사안을 모르니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하라고 했다. 나를 선배라고 부르던 보도국장은 이렇게 얘기했다.
 
“홍 선배, 이게 막아질까요?”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사실 8시 뉴슨데 나는 7시가 좀 넘어서 알았다. 도저히 막을 수 없었다. 결국 SBS에서 공개가 됐다. 
 
SBS에선 국정원이라는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었다. 그래서 인도네시아 특사단 방에 괴한이 침입했다고 보도했다. 다른 언론사에서 후속 취재를 해보니까 국정원이라는 게 밝혀졌다.
 
그런데 인도네시아의 반응이 묘했다. 우리에겐 국내 파문도 문제지만, 인도네시아가 어떻게 나오는지도 중요했다. 인도네시아는 이 사건을 문제 삼지 않았다. 그냥 넘어갔다. 그날 인도네시아 언론에 조그맣게 나왔다. 우리가 이해 못할 정도로 그냥 넘어갔다."
 
▲ 홍상표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언론 소통 능력에 국익이 걸렸다고 언급했다 ⓒ 시사오늘
언론 소통 능력이란 무엇일까.  홍 전 수석은 자신이 큰 사건을 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잘 대처 했는지, 못 했는지는 우리가 판단할 몫이라고 전하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이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슈, 사건 사고들이 있었을 때 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어떻게 관리했고 거기에서 무엇을 중시했는지, 어떤 기준으로 관리를 해왔는지 말씀 드렸다. 요즘은 의도한대로 의미가 전달되지 않는다. 사회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우리 사회는 이해가 충돌하고 많은 사람들이 얽혀있다.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합의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새누리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행복하기로 마음먹은 만큼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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