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맞은 YS, 물 맞은 김무성…광주 5·18 정신,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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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맞은 YS, 물 맞은 김무성…광주 5·18 정신, '추락'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5.05.22 12: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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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대통령 나오기 힘든 이유는?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1. 1987년 11월 14일, 13대 대선을 한 달 여 앞둔 광주.

김영삼(YS) 민주당 총재는 광주에서 군정종식 국민대회를 개최했다. 행사 시작 전부터 연단에 주먹만한 돌멩이가 날아왔다. 그들은 "양보하라", "김대중" 등의 구호를 외치며 연단으로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국정종식 피켓을 불태워 연단으로 던진 사람들도 있었다. 결국 YS는 5분 여 만에 연설을 끝내고 대회 중단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YS는 연단 밑에 세워둔 승용차에 타고 광주역 왼편 골목길로 빠져나갔다. 그는 광주 시내를 빠져나갈 때까지 비오는 듯 한 돌멩이 세례를 맞아야 했다.

#2. 2015년 5월 17일, 5·18민주화운동 전야제가 열린 광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당직자 10여 명과 광주 금남로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전야제 참석하려했다.

차에서 내려 행사장에 도착할 때까지 10여 분, 김 대표는 그의 앞길을 막아서는 광주 시민들로 인해 연거푸 발걸음을 멈춰야 했다.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폐기해! XXX야" 욕설도 이어졌다. 어렵게 행사장에 도착한 김 대표를 맞이한 것은 물세례였다. 결국 그는 30분 만에 행사장을 떠나야 했다. 김 대표를 향한 물세례는 그가 주차된 차량에 돌아갈 때까지 이어졌다.

▲ 2010년 5월 YS(김영삼 전 대통령) 자택 예방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 뉴시스

지난 17일 저녁 광주에서는 꼭 28년 전과 같은 장면이 그대로 재연됐다. 1987년 광주를 찾은 YS(김영삼 전 대통령)가 시민들로부터 돌팔매질을 당해 군정종식 국민대회에서 내쫓겼듯, 2015년 YS 적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물세례를 맞고  5·18민주화운동 전야제 행사장을 떠야했다.

그뿐만 아니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마저도 일부 시민들에게 야유와 욕설을 들었다. 두 팔을 교차해 'X'자로 만들고 행사장에 들어가려는 문 대표의 앞을 막아서는 시민도 있었다.

정계에서는 일부 시민들의 이 같은 행동을 두고 박근혜 정부와 정치권 전반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고 보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YS, 김무성, 문재인 등이 모두 민주화 운동 세력임을 들어 광주 시민들이 5·18 광주 정신을 스스로 무너뜨린 것과 다름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5·18이 진정 '민주화 운동'이라면 무엇을 위해 YS에게 돌멩이를 던졌고, 김무성에게 물세례를 퍼붰으며, 문재인의 앞길을 막았느냐는 것.

오승용 전남대 교수는 지난 18일 자 <연합뉴스>에서 "80년대식의 과격한 주장은 바람직하지 않고 광주 정신을 구현해가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배타적, 과격한 행동을 버려야한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YS, 김무성, 문재인 등이 모두 PK(부산경남) 출신 인사임에 주목한다. 호남 인사라면 이런 일을 당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이런 식으로 변혁과 통합의 광주 정신을 잃으면 결국 호남 출신 대통령은 다시 보기 어렵다는 말까지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22일 <시사오늘>과 한 통화에서 "호남 출신 정치인이었다면 막지 않았을 것이다. PK이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며 "5·18은 한국 사회에 변혁과 통합을 불러온 의미 있는 역사적 사건이다. 그런 광주에서 자꾸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결국 광주 정신을 잃게 되는 것이고, 호남 출신 대통령은 나오기 힘들다"고 말했다.

광주에서 봉변을 당한 YS와 YS 적자 김무성 대표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시대는 다르지만 결국 같은 의미였다.

YS: "어제 나는 광주에서 정말 비통한 것을 봤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위대한 마신 창원 시민과 경남도민은 광주에서와 같은 일을 하지 않기를 절대 부탁한다. 김대중 씨가 마산에 오면 유세장에 가는 사람은 지지해주고 반대하는 사람은 가지 않으면 될 것이다."

김무성: "5·18광주민주화운동은 대한민국 민주화의 초석으로 온 국민이 함께 기념해야하고 여당의 대표로서 당연히 가야할 곳을 간 것이다. 그 날 벌어진 일이 광주시민의 뜻이 전혀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잘 알고 있다. 진정한 국민통합을 위해서라면 물세례를 넘어서 어떤 험악한 일도 당할 각오가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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