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낙하산 인사’ 해법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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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낙하산 인사’ 해법 없나
  • 박세욱 기자
  • 승인 2010.06.14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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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금감원 출신 대다수...금융업계 감사 독식
금융권에 불었던 ‘낙하산 인사’ 논란이 올해도 어김없이 재현되고 있다. 최근 감독업무를 담당하던 금융감독원 퇴직자가 금융회사의 감사직이나 공기업의 요직으로 옮기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어서다.
 
낙하산 인사문제는 관계기관과 금융업체간의 유착 고리가 형성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선임된 감사들은 금감원을 대상으로 로비창구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감사 업무의 특성상 금감원이 상대가 되는 경우가 많고 이 때문에 금융권은 금감원 출신 인사들을 바람막이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 금융가에 여전히 낙하산 인사가 난무하고 있는 이에대한 특별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뉴시사
최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은행과 증권, 보험, 저축은행 등 대부분 금융회사의 감사직이 금감원 출신들로 채워졌다.
 
삼성화재는 지난 1일 이사회를 열어 신임 감사위원에 이재식 전 금감원 회계 감독1국장을 선임했다.
 
동양생명은 김상규 전 금감원 보험검사2국장, 메리츠화재는 노승방 전 금감원 연구위원을 각각 신임 감사로 내정했다.
 
한화손해보험도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이성조 전 금감원 소비자보호센터 국장조사역을 감사로 영입했다.
 
증권업계도 감사 자리를 금감원 인사들로 채우거나 채울 계획이다. KB금융그룹 계열사인 KB신용정보는 지난 3월 말 이창수 전 금감원 총무국 실장을 새로운 감사로 뽑았고 동양종금증권은 금감원 출신을 신임 감사로 내정했다.
 
메리츠종금증권도 조만간 금융위원회 출신과 금감원 출신 인사 각 1명씩을 사외이사 후보로 주총에 상정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부산은행은 정민주 금감원 전 기획조정국장을 감사로 선임한데 이어, 감사 자리중 노른자위로 불리는 하나은행 감사직은 조선호 전 금감원 총무국 국장이 차지했다. 이밖에 솔로몬, 한국, 푸른저축은행 등 대형 저축은행 감사도 금감원 출신인사들의 자리가 됐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금감원 퇴직자를 감사로 선임하지 않은 금융회사를 찾기가 더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금융계의 관행을 꼬집었다. 

금감원 퇴직자에게 금융사는 ‘노후설계’

금융회사나 금감원은 금감원의 감사직 독식을 두고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항변한다.
 
금감원 퇴직자들은 금융에 대한 식견과 전문성이 높아 감사 직무에 더 적합하다는 해명이다. 하지만 정작 이들이 맡고 있는 역할은 그렇지 않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우선 금감원 퇴직자라고 해서 감사업무의 독립성이 더욱 강화되는 것은 아니다. 감사 선임 권한이 오로지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에게 주어져 있는 탓이다.
 
금감원 출신을 감사로 임명하는 것은 전문성이라기보다 검사나 감독과정에서 감독당국을 상대로 모종의 역할을 맡아주기를 바라는 기대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낙하산 인사를 지적받는 금감원 등 정부 부처는 ‘OB’(전직)와 ‘YB’(현직)간 유착은 사라진 지 오래됐고, 오히려 해당 기관의 전문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금융회사 사정을 잘 파악하고 회사 내부를 제대로 통제하는데 금감원 출신만 한 사람이 없다”며 “‘낙하산’이라기보다 ‘스카우트’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직 금감원 출신이 금융회사와 감독 당국의 창구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렇다면 관료 출신들은 무슨 이유로 금융회사 감사 자리에 열광하는 걸까.
 
현재 주요 금융회사 감사를 맡고 있는 금감원 출신은 대부분 국장급 보직을 끝으로 퇴직한 인사들이다. 퇴직나이는 통상 52~54살이다.
 
정년 58살보다 한참 이른 나이에 현직을 떠나야 한다. 이 때문에 감사직 선임 여부가 퇴직자에겐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다. 억대 연봉을 주는 노른자위 감사 자리가 나올 땐 금감원 내부에서 사활을 건 경쟁이 벌어진다는 입증되지 않는 소문도 금융가를 중심으로 떠돌고 있다.
 
금감원 퇴직자들에게 대형 금융기관 감사는 연봉이 무려 2억∼3억 원에 달하고 운전기사와 함께 승용차가 제공되는 등 금감원 퇴직자들에게는 최고의 ‘노후설계’로 꼽힌다.
 
한 금감원 출신 감사는 “돈이 한창 들어가는 나이에 옷을 벗어야 하는 구조다보니, 감사 자리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전 금감원 출신들은 꿈의 보직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의 상근 감사위원 대부분이 금감원 출신이고 보험과 증권을 포함하면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낙하산 인사 논란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논란이 끊이지 않자 금감원은 올해부터 보직 해임된 간부들을 은행권 재취업 준비 성격이 강했던 교수실 배치를 전면 없애고 현업부서에 배치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또한 금융회사들에게 감사 공모제를 실시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하지만 감사위원과 금융회사들과는 ‘악어와 악어새’ 관계에 있다는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어 이보다 더 현실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게 금융권의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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