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가 뿌린 지역감정 13대 총선 때도 나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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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가 뿌린 지역감정 13대 총선 때도 나타나”
  • 노병구 자유기고가
  • 승인 2010.06.14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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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총선결과는 역시 금권의 승리

1988년 4월 26일 밤 개표가 시작되어 다음 날 새벽 당락이 결정되었다. 신민주공화당 김병용이 최다득표로 당선이 확정되었고, 여당인 민정당의 윤향열이 2등 그리고 광명시 인구 분  포상 가장 많은 호남사람들을 기대하고 나온 최정택은 대선에서 김대중 씨가 받은 표의 절반 정도를 득표해 3등에 그쳤다. 나 또한 김영삼 총재가 받은 표의 절반 정도를 득표해 4등으로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김영삼, 김대중 두 분의 대선 낙선과 나와 최정택의 국회의원 낙선은 두 선거 모두 민주화세력이 후보단일화를 이루지 못한데 따른 자업자득의 당연한 귀결이었다. 그러나 좀 더 엄격하게 책임을 묻는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아집에만 사로잡힌 김대중 씨의 지역분할 구도로 대표되는 4자출마 필승론이 민주화를 열망하던 70%의 국민을 좌절의 늪으로 몰아넣어 민의를 갈기갈기 찢어놓았기 때문에 생긴 결과이므로 그 책임의 90%는 김대중 씨에게 있었다.

최정택은 오직 국회의원 한번 해보겠다고 김대중 씨와도 광명시와도 아무런 연고나 인과관계도 없이 그저 인구수가 많은 호남인들만 믿고 출마했다가 낙선했고, 그 후에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세 번을 더 출마해 얼마 안 되는 가산마저 탕진하고 가족들을 가난의 나락으로 떨어뜨려 놓고 자신은 중병을 앓다가 세상을 떠났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건강도 좋지 않은 부인과 자녀들에게 집 한 칸 없이 가난만을 물려주고 회한의 비통함으로 가슴을 치며 눈을 감지 못했을 것으로 생각하면 나는 오랫동안 진산계에서 정치를 함께 한 선배로서 지금도 그 호탕했던 최정택을 생각하며 가슴을 친다.
 
최정택도 그렇고 나도 그리고 수많은 민주인사들과 한국정치에도 김대중 씨가 자신만의 영광을 위해 뿌린 지역감정의 독약의 폐해가 뼛속 깊이 엉켜 있음을 한탄하며 하루속히 해독의 날이 오기를 기원한다. 선거 후 어느 날 윤향렬이 점심이나 하자고 약국으로 나를 찾아왔다.

“형님, 나는 분해서 잠을 자지 못합니다. 김병용이가 광명시 국회의원이 되다니 말이 됩니까? 형님이나 내가 돼야지 광명시민이 뽑아도 너무 잘못 뽑았습니다. 저게 무슨 국회의원 자격이 됩니까? 내가 아니면 형님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속상한데 오늘 형님하고 술이나 한잔 하려고 왔습니다. 오늘 한번 흠뻑 취해봅시다.”

“윤 위원장 당신, 원망할 거 없어요. 김병용을 당선시킨 사람은 윤 위원장 당신이에요. 내가 여당 위원장이었다면 아마 나나 윤 위원장이 당선되었을 거예요.”
“어째서 그렇습니까?”

“첫째 윤 위원장은 제일 먼저 법을 위반했어요. 입후보자 등록을 마치고 보니까 윤 위원장의 사무실 밖에 붙인 벽보부터 선거법이 금하는 벽보를 도배하듯 몇 십장씩 덧대서 붙였고, 현수막도 제한된 숫자보다 훨씬 더 많이 걸었어요. 둘째는 유권자들에게 음식을 대접한다든지 사랑방좌담도 먼저 화려하게 시작했어요. 나는 첫날부터 여당인 윤 위원장이 불법타락 금권선거로 몰고 가려는 것이라고 단정했어요. 아니에요?”

내 말에 윤 위원장은 변명을 했다.
“아, 벽보나 현수막은 김병용이 나보다 훨씬 많이 붙였고, 더 넓고 크게 만들어 걸었어요. 그리고 김병용은 아예 집에다 식당처럼 차려놓고 승합차를 대기시켜 놓고 온종일 유권자들을 실어다가 음식 대접을 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내가 말했다.
“윤 위원장 말씀이 다 맞아요. 집권 여당인 윤 위원장이 솔선해서 불법타락선거에 앞장서니까 선거관리위원회나 경찰이 아예 못 본척하고 개입하지 않게 되어, 김병용이 얼씨구나 하고 윤 위원장보다 한술 더 뜨게 되었지요. 나나 최정택은 돈이 없어서도 못했지만 나는 돈이 있어도 그렇게는 안 해요.
 
그런데 윤 위원장과 김병용이 불법타락금권 선거 경쟁을 하더니 종반에 가까울 무렵부터 윤 위원장의 금고 바닥 긁는 소리가 들립디다. 김병용은 계속해서 돈을 무한대로 풀었고, 윤 위원장은 막판에 돈이 떨어져서 결과적으로 김병용에게 꽃다발을 안긴 사람은 윤 위원장 당신이라고 나는 생각해요. 윤 위원장은 억울해할 게 없어요.
 
자업자득이었으니까. 윤 위원장이 우리 둘 중에 누가 됐어야 했다고 하는데, 아마 윤 위원장의 당선을 확신했다는 말을 하기 위해 나를 끼어 넣은 것으로 들리지만, 어떻든 우리 둘 중에 누가 됐어야 했다는 말은 나도 듣기가 싫지는 않아요. 고마워요. 하여튼 공명선거를 했더라면 아마 윤항렬이나 노병구 둘 중에 누가 당선됐을 거라고 나는 확신해요. 그러나 이제 이미 지나간 일이고 실패는 잊을수록 좋은 거니까 우리 건강이나 챙깁시다.”
 
돈 선거의 구체적 확증
 
2003년 12월 어느 날, 한나라당 광명시 지구당 모임에서 1987년 12월에 치러진 13대 대통령선거 때 민정당 광명시 지구당에서 윤항렬 지구당위원장을 보좌해 사무국장 일을 보았던 어느 지방의회 의원인 P씨가 한탄조로 이런 이야기를 했다.

“과거의 선거야 돈 선거지 어디 올바른 선거였습니까? 지난 13대 대통령선거 때 여의도 광장에서 노태우 민정당후보의 서울연설회가 있었는데, 선거 하루 전날 아침에 중앙당으로 속히 들어오라고 해서 갔더니, 내일 여의도집회 동원비라고 하면서 돈뭉치를 주는데, 무려 1억8천만 원을 10만 원짜리 수표로 1800장을 주어서 이것을 가지고 와서 지구당 사무실에 오는 당원은 물론 어디서건 만나는 사람마다 10만 원짜리 수표 한 장씩을 나눠주면서 내일 사람들을 데리고 여의도 연설장소로 오라고 했습니다. 그날 정말 정신없이 나눠주었는데도 연설회가 끝나고 보니 아직도 400장, 4천만 원이 남아있었습니다. 이런 돈 선거는 다시는 없어야지요.”
 
껌값으로 선거를 치르셨습니까?
 
2003년 어느 날,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일로 차에 동승한 지방의회 C의원이 내게 물었다. 그는 13대 국회의원 선거 때 김병용 의원의 측근 참모였던 인물이다.

“국회의원 선거 때 어떻게 선거를 치르셨습니까?”
“C의원도 알다시피 나는 돈이 없다고 소문 날 정도로 가진 것이 없었지만, 설사 돈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많은 돈을 써서 국회의원을 할 생각이 없었어요. 사실 수십억의 돈이 있으면 얼마든지 좋은 일 할게 많은데 왜 돈을 버리고 진흙탕 속으로 들어가요? 나는 그때 기탁금 1천만 원 내고 창당대회 1천만 원 쓰고 실제로 선거비용 4천 기백만 원을 썼어요.”
C의원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

“그게 국회의원 선거비용의 전부입니까?”
“거짓말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사실이에요.”
“그게 껌값이지 국회의원 선거비용입니까? 지금 기초의원 선거에도 그 정도는 쓸 것입니다.”
C의원은 감탄하는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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