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공화국②> 사행산업 변화 바람 ‘살랑’…규제 완화 요구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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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공화국②> 사행산업 변화 바람 ‘살랑’…규제 완화 요구 ‘봇물’
  • 방글 기자
  • 승인 2015.05.31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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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보다 사행산업으로 의미 확산…세수 확보라는 긍정적 측면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방글 기자)

#1. A씨는 주말을 맞아 경마공원을 찾았다. 부인과 아이들은 경마공원에서 피크닉을 즐기고, 자신은 가볍게 경마에 베팅을 해 볼 심산이었다. A씨는 첫 경주에서 만 원을 베팅해 1만5000원의 이익을 얻었다. 뜻밖의 호재를 만난 A씨는 욕심을 부려 두 번째 게임에서는 두 배인 2만 원을 베팅했고, 3번째 게임에서는 5만 원을 베팅하는 등 계속해서 베팅액을 높였다. 하지만 10만 원 이상은 베팅할 수 없었고, 오후 6시가 되자 모든 경주는 끝이 났다. 좀 더 즐기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경주가 종료돼 별 수 없이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2. 주부인 B씨는 아이들 학원비나 마련해보자는 생각으로 불법 온라인 도박에 손을 뻗었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게 주부로서는 가장 큰 매력이었다. 문제는 밤낮없이 도박이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푼돈이라도 생기면 도박부터 생각났고, 남편에게 미안해 전날 잃은 돈을 만회해야겠다는 압박도 계속해서 도박을 찾게 했다. 돈을 잃어도 한방에 만회할 수 있다는 생각도 그녀를 도박 중독으로 이끌었다. 베팅액은 점차 늘어났고, 나중에는 사채에까지 손을 댔다. 멈추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사채 빚을 갚을 생각에 막막했고, 도박에 빠졌다고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3년이 넘는 시간을 도박에 빠져 살던 B씨는 가족과 재산을 모두 잃는 비극을 맞았다.
 

한국 사행산업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간 ‘도박’으로 여겨지던 사행산업을 국가가 인정하는 사행산업의 범위를 넓히고,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진보적 발상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특히 △불법 도박 시장이 맹렬한 기세로 커지고 있는 것 △도박 중독이 불법시장에서 더 많이 나타나는 것 △합법 시장의 확산이 국가 세수 확보에 도움이 되는 점 등 다양한 근거와 긍정적 발전 방향들이 뚜렷하게 제시돼 눈길을 끈다.


재미있는 것은 사행산업을 관리감독하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 화살이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불법도박 확산 방지 국제 심포지엄’에서는 사감위의 역할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퍼져 나왔다.
 

합법 도박 시장에 대한 규제가 불법도박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주장의 근거로는 ‘풍선효과’가 거론됐다. 풍선의 한쪽으로 누르면 다른 한쪽이 튀어나오듯이 합법 도박 시장에 대한 규제와 억압이 불법 도박 시장의 규모를 키우는 데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 합법 도박시장 규제로 불법 도박시장의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뉴시스

실제로 한국의 불법 도박 시장은 지난 2008년 53조7000억 원에서 지난 2012년 최대 95조5400억 원까지 증가했고, 현재는 100조 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복권이나 카지노, 경마, 경륜·경정, 체육진흥투표권, 소싸움 등 합법 사행산업의 매출은 같은 기간 15조9600억 원에서 19조6700억 원으로 3조7100억 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불법 도박 시장이 최소 100조 원이라고 가정해도 5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이쯤되니 합법 사행산업 기관의 불만도 터져 나온다.


최근 <시사오늘>과 만난 업계 한 관계자는 “합법 기관에 대한 규제 강화가 고객을 불법 도박 시장으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베팅액 제한이 무분별한 베팅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오히려 합법 시장 이용자를 불법 시장으로 내모는 부작용을 내기도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사실 합법기관들은 정해진 시간에만 시장을 운영하는 등 자정 노력하고 있다. 오히려 사감위의 관리감독은 불법 도박 시장을 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합법 사행산업 기관이 출현하는 기금으로 운영되는 사감위가 자신들을 감시하는 것도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사감위도 공감하는 분위기다. 사감위 측은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을 충분히 이해한다. 불법 도박 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돼야 하는 것은 맞다”고 인정했다.


다만, “현재 사감위의 역할은 합법 사행산업의 건전화에 있고, 불법 산업에 대한 규제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법안이 개정돼야 한다”며 “국회나 정부부처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100조 불법시장 끌어들이면 세수효과 '대박'


불법 도박 시장에 대한 규제가 국가적·사회적 차원에서도 긍정적이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무엇보다 세수 확보 측면에서 효과적이다.


한국의 7개 합법 사행산업 기관은 지난 2004년부터 2013년까지 10년 간 19조9124억 원의 세금을 납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불법 도박 시장은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거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는 데 그쳤다.


10년 간 7개 합법 사행산업 기관의 매출이 143조 원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불법 사행산업 규제로는 2년이면 20조 원이 넘는 돈을 세금으로 거둬들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한국마사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지하경제 업종 1위는 불법도박으로 이들이 최근 5년 간 세금을 탈루한 금액은 143조5000억 원에 이른다.

▲ 불법 도박 시장을 합법 시장으로 끌어들이면 5년 간 140억 수준의 세금을 거둬들일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뉴시스

업계는 불법 도박을 제도권으로 흡수하면 5년 간 135조 원이 필요한 정부의 복지공약이 증세 없이 실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외에 불법 도박 시장 이용객이 합법도박 시장으로 유입되면, 국가는 규제가 쉽고 이용객은 도박중독에 빠질 위험이 적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같은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합법 사행산업의 경쟁력이 강화돼야 한다는 방안도 제시됐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강석구 박사는 “불법 도박시장에 합법 도박시장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차별화된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며 “환급률이나 베팅 방식 등 그간 불법 시장과의 경쟁에서 장애요소가 됐던 사항들에 대한 재고가 필요한 순간”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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