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의 민낯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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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당국의 민낯을 보았다
  • 홍세미 기자
  • 승인 2015.06.02 1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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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메르스 확산…정부는 세월호 이후 얼마나 달라졌을까?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홍세미 기자)

세월호가 충격적으로 다가 온 것은 정부의 허술한 위기 대처 능력이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만약에 초기 대응이 제대로 됐다면, 위기 상황 메뉴얼대로만 대처 했었더라면 '세월호'는 우리 뇌리에서 쉽게 잊혀졌을 것이다.
 
하지만 세월호는 '정부가 국민을 지켜줄 수 없다'는 생각만 확산시켰다. 정부에 대한 신뢰는 떨어졌다. 충격으로 다가 왔다.
 
정부는 세월호 이후 개과천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경 해체를 선언했다. 상징적인 의미가 컸다. 기존에 있었던 시스템을 뜯어 고쳐 새로운 정부로 거듭나겠다는 의지였다. 그리고 정부는 재난 안전을 관리하기 위해 국가안전처를 만들었다.
 
정부는 세월호 사건 이후 얼마나 변했을까? 
 
메르스 사태는 또 다시 충격으로 다가온다. 위기를 대처하는 정부의 자세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초기 대응만 적절했다면 그리 퍼지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다. 전염병이긴 하나 중동이 아닌 국가에서 우리나라처럼 퍼진 곳은 찾기 힘들다. 우리보다 후진국인 말레이시아와 필리핀과 비교해도 환자 수는 월등히 많다. 
 
실망스러운 점은 정부가 숨기기만 급급하다는 점이다.
 
2일 기자에게 제보가 들어왔다. 제보자는 메르스 두 번 째 사망자 측근이다. 제보자는 옆에서 지켜본 메르스 환자를 대처하는 정부의 자세는 기가 막히다고 전했다. 사망자는 메르스가 의심돼 병원에 찾아간 지 6일만에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그 동안 사망자가 접촉한 사람은 수백 명이다.
 
특히 사망한 메르스 환자는 여객회사 전무였다. 수백 명의 버스 기사들과 접촉했다. 그는 일반 사람들에게도 퍼질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가에선 여객 회사 기사들에 대한 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메르스 의심 환자를 받은 병원의 말을 들으면 더욱 가관이다. 보건당국은 구체적인 매뉴얼을 제공하지 않았다.
 
기자는 보건복지부에 사실 확인을 위해 다이얼을 돌렸다. 보건복지부 직원들은 "역학조사과에서 담당한다"며 모두 전화를 피했다. 메르스 사태를 담당한다는 역학조사과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SNS상에선 유언비어가 나돌고 있다. 국민들의 불안이 커졌다는 의미다. 정부는 유언비어에 '엄벌'하겠다고 공언했다. 메르스 확산보다 유언비어가 무서운 것일까?
 
이번 사태로 우리는 보건 당국의 민낯을 보았다. 메르스 사태는 어떻게 기억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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