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강상호 시사평론가)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에게 ‘헌법 공부를 해야 할 사람은 (대통령이 아닌) 본인’이라고 지적하면서 ‘사법고시 늦게 된 이유가 다 있다’라고 비아냥거렸다.
각종 신문과 방송은 이에 대한 논평을 선정적으로 반복 보도함으로써 언론의 의도와 관계없이 이종걸 원내대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조성하고 있다.
김진태 의원이 말한 것처럼 이종걸 원내대표가 사시에 늦게 된 이유가 학습능력과 관계된 것일까? 아마도 김진태 의원처럼 모범생의 자세로 사시에 전력하고 출세 가도를 향해 달려온 사람들은 이종걸 원내대표가 걸어 온 삶의 궤적을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경기고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 법대에 입학하였다. 당시 유신정권 하에서 이 원내대표는 사법시험 준비보다는 반 정부투쟁에 나섰고 데모를 주동한 혐의로 강제 징집되어 1976년부터 1979년까지 전방에서 군 복무를 마쳤다. 제대 후 복학한 후에도 데모를 주동하다 4학년 2학기에 제적을 당했는데, 대학 4년을 다니고도 졸업을 못하게 된 것이다.
이런 경우 많은 사람들은 바로 사법시험을 통해서 상황을 극복하려했지만, 이종걸 원내대표는 학생운동과정에서 관심을 갖게 된 역사를 체계적으로 배워보겠다고 서울대학교 국사학과에 1학년으로 다시 입학해서 4년 후 졸업을 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대학 졸업이 늦어져 취업할 수 없게 되자, 사법시험에 관심을 갖고 서울대학교 법대 3학년으로 편입해서 최종적으로 서울대학교 법대를 수석 졸업하였다. 그리고 재학 중 사법시험에 합격하였다.
결국 이종걸 원내대표는 학생 시위 경력으로 남들은 4년 하는 대학생활을 10년 동안 하게 된 것이다. 본격적인 사법시험 준비는 1년 6개월 정도 했고, 서울대학교 법대를 수석으로 졸업한 것으로 볼 때 이종걸 원내대표가 사시에 늦게 된 이유는 김진태 의원이 비아냥거린 학습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근원적 문제 해결을 중시하는 이 원내대표의 인생관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 정치학 박사
-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
- 행정자치부 중앙 자문위원
- 경희 대학교 객원교수
- 고려 대학교 연구교수
-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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