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發 금융위기, 재정건전성 확보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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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發 금융위기, 재정건전성 확보 ‘시급’
  • 윤동관 기자
  • 승인 2010.06.15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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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한 지출구조조정 통한 확장적 재정 정책 시급
세계 경제가 올해와 내년 3% 내외로 성장하겠지만 유럽의 국가채무 위기가 장기화될 경우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국가채무로 인한 유럽의 신용 위기가 장기화할 경우 선진국들은 최악의 경제위기로 평가받는 2009년에 이어 2011년 ‘더블딥’에 빠질 수 있으며, 유럽은행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다른 지역 국가들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시장상황이 악화돼 각국 은행들이 유럽에서 재정적자가 가장 심한 아일랜드, 스페인, 그리스,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에 대한 신용대출을 동결할 경우 선진국들의 경제성장률은 0.6% 하락하고, 개도국도 선진국들의 투자 감소와 금융비용 증가로 심각한 후유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 유럽발 경제위기로 미국, 프랑스 등 선진국은 물론 한국경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끼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 뉴시스
우리나라도 이러한 후유증에도 불구하고 모처럼 찾아온 경기회복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재정건전성 확보와 통화정책의 정상화, 서비스업 분야의 생산성 향상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재정정책은 중기재정계획의 재정적자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데 집중해야 하며, 중앙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 정상화를 비롯해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단계적으로 철회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고 주문한다.

10일 세계은행(WB)이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도 전 세계 경기회복이 더디긴 하지만 현재도 진행중이며, 특히 개도국이 회복세를 주도하고 있어 각국의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발빠른 대응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개도국이 회복세 주도...발빠른 대응전략 중요

세계은행에 따르면 한국경제는 올해 재정지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수출 증가와 투자에 힘입어 10년 연간 5.8%, 11년 연간 4.7%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내수회복에 따라 경상수지 흑자는 2009년 GDP 대비 5.1%에서 2010년~11년 2% 이하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 고용 증가로 실업률은 내년 말까지 3.2%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고, 소비자 물가는 올해 3.0%에서 내년에는 3.2%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OECD는 한국은 확장적 재정정책과 수출의 영향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가장 강한 회복세를 나타낸 국가 중 하나로 전망했으며, 올해 터키(6.8%)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성장률(5.8%)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대해 백필규 중소기업연구원 실장은 “세계 교역이 부진하거나 원화가치의 변동이 있을 경우 순 수출이 영향을 받을 위험이 상존해 있다”며 “대내적으로는 중소기업 구조조정 시기와 속도, 부채비율이 높은 가계의 경우 소득 증가분을 가계수지 개선에 사용할 경우 소비 등 회복이 둔화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생산능력 확충을 위한 기업 투자는 증가하는 반면, 주택건설 투자는 미분양 주택, 주택담보대출 규제 등으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 같은 현실은 최근 전경련 경제전망세미나에서도 드러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2010 하반기 경제전망 세미나’에서 국내 경제가 전반적으로 회복세를 보이지만 주가와 부동산은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진단했다.

동남아 등 신흥국 시장 중심 수출시장 다변화해야

이러한 요인에는 지난해부터 하락세가 지속된 부동산 시장이 올 하반기에도 출구전략 시행, 입주와 분양물량 증가 등으로 심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상호 GS건설경제연구소 소장은 “특히 하반기 부동산 시장은 건설 투자의 회복이 더디고 국가 부채와 가계 부채 문제가 상존하는 등 부정적인 요인이 내재돼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전문가들도 “하반기에는 기업 수익 증가세가 둔화돼 주가 조정이 예상된다”며 “기업 경영실적의 호조세 유지 여부, 경기선행지수의 하락 추세 등이 하반기 주식시장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조선과 정보통신 기기를 제외한 나머지 업종들의 수출이 증가하면서 하반기 경제성장을 견인할 것”이라며 “그러나 내수는 자동차와 조선, 가전 업종 등이 부진하고, 생산은 일반기계, 반도체, 디스플레이를 제외한 대부분 업종이 부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위해 전문가들은 중국, 동남아 등 신흥국 시장을 중심으로 수출시장을 다변화하고, 경쟁력 제고를 위한 사업 구조조정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한다.
 
이는 최근 실물, 금융, 심리지표 모두 회복 추세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성장 잠재력이 저하되고 있어 생산 요소 활용도 제고, 생산성 향상 등 경제 시스템을 효율화하는 정책을 비롯, 신성장산업을 확대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KDI도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의 호조세가 유지되고 내수의 회복세가 확대되면서 전반적인 경기안정 국면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민간부문의 고용 회복도 점차 가시화되면서 경기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KDI는 향후 세계경제가 비교적 견실한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우리 경제의 성장세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올해 5%대 후반의 성장률에 이어 내년에는 성장속도가 안정화되면서 4%대 중반의 성장률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성장 요인에는 최근 소비와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민간부문의 내수 회복세가 점차 강화되고 있고, 중국 등 아시아 신흥시장국은 물론 선진국에서도 경기회복과 함께 수요가 개선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세계경제가 일부 선진국의 재정건전성 악화에도 불구하고 개도국을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도 성장의 한 요인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에서 극심하게 위축되었던 고용이 다소 진정되고 있고, 수출과 소비의 개선이 진행되면서 경기 회복세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시장 구조적 안정성 차원...부채구조조정 노력 요구

하지만 재정 문제가 확대되고 있는 유로경제의 회복세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상황으로 일부 유럽국가의 재정 위기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국제금융시장에 큰 충격이 발생할 경우, 세계경제 회복세가 둔화되고 우리나라 성장세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유지하기 위한 금융시장의 구조적 안정성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부채구조조정 노력이 요구되는 상황”이라며 “현 시점에서의 경제정책은 확장적 정책기조의 정상화를 차질 없이 추진하면서, 구조조정을 통해 중장기적인 효율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초점을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특히 재정정책은 정책기조의 정상화와 함께 재정 건전성의 조기회복을 목표로 적극적인 세입·세출 구조조정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금융정책과 관련해 백필규 실장은 “금융정책은 금융시장의 효율적 자원배분 기능을 정상화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추진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와 동시에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이 확대되면서 금융시장 본연의 효율적 자원배분 기능이 저하되고 기업부문의 부채구조조정이 지연되는 등의 부작용이 초래되었을 가능성에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위기 대응을 위해 한시적으로 도입되었던 재정지출 조치들을 예정대로 종료하는 등 과감한 지출구조조정을 통해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를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더구나 금융시장 기능 정상화를 위해서는 위기국면에서 취해졌던 다양한 금융지원조치 등의 철회 및 취약부문에 대한 과감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정책금융 체제정비를 병행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재정건전성 회복과 재정지출 합리성 제고를 위한 제도개선을 지속, 국가재정운용계획에 재정준칙을 명확히 규정하는 한편, 국가재정운용계획의 운용 결과를 사후적으로 평가, 점검하는 제도 도입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견실한 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지속되고 있는 저금리 정책기조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통화정책은 저금리 기조의 정상화를 추진함으로써 물가 불안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금융지원조치 등 과감한 구조조정 추진 필요

이런 가운데 유럽발 재정위기가 6개월 이상 장기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유럽지역에 수출하고 있는 국내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유럽재정위기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기업의 34.7%는 ‘재정위기가 앞으로 1년 이상 지속될 것’, 31.0%는 ‘6개월 지속될 것’이라고 답해 위기가 장기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재정위기 장기화 전망에 따라 기업들의 17.7%는 ‘상당한 피해를 입을 것’, 50.3%는 ‘다소간 피해가 불가피 할 것’ 등 10개중 7개사가 피해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이 우려하는 피해유형으로는 ‘거래취소, 수출감소 등 수출피해’가 43.1%로 가장 많았고 ‘외환시장 변동에 따른 환위험 부담’(29.5%), ‘시장불안에 따른 사업계획 차질’(20.1%),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자금조달 문제’(6.2%) 등의 순이었다.

경기도 안산에 소재한 반도체 부품 관련 A제조업체는 “물량 가운데 70% 이상을 유럽에 수출하고 있지만, 유럽 바이어들이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하고 있어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현재 안산반월공단 기업 중 유럽에 거래처를 두고 있는 일부 중소기업의 경우 결제 역시 유로화로 지급하는 실정이어서 유로화 약세에 따라 수익성까지 악화되는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
 
또 다른 D사는 최근 유럽발 재정위기로 직격탄을 맞았다. 이 회사는 재정위기 이후, 수출계약 상당수가 취소되는 등 유럽내 소비위축, 자금 문제 등으로 심각한 경영위기에 직면했다.

이처럼 유럽발 위기에 대한 기업들의 대응방안으로는 ‘별다른 대응방안이 없음’이 53.1%로 가장 많았고 ‘상황 파악·대응방안 검토중’이 26.5%로 나타났으며 비상경영체계를 운영하고 있다는 기업들은 1.4%로 분석됐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유럽의 재정위기가 장기화되면 환율, 주가 등 금융시장 뿐 아니라 실물경제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며 “특히, 미국과 중국 등 우리 주요시장의 대유럽 수출비중도 높아 문제가 확산되면 미국·중국 경제까지 위축될 수 있어 수출기업의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위기가 유럽 국가들의 재정문제에서 시작돼 환율 등 금융시장 불안, 유럽지역 소비위축 등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어 심지어 기업차원에서 대응방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부도나 폐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기업들의 절반 이상은 이번 유럽발 금융위기에 대한 정책과제로 ‘환율안정에 주력해 줄 것’을 당부했고 ‘수출기업에 대한 조세·금융 지원’(24.6%), ‘금리인상 자제 등 신중한 출구전략 시행’(11.8%), ‘주식 및 채권시장 안정화’(5.6%)등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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