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본산 삼성병원…정부 '의료민영화'에 제동 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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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본산 삼성병원…정부 '의료민영화'에 제동 걸리나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5.06.15 1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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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추진하는 원격의료에 힘싣는 정부여당, 왜?
의료민영화 대비해 온 삼성, 메르스에 흔들릴까
우석균, "삼성공화국이 메르스 공화국 낳았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 정부의 부분폐쇄 조치로 응급실 주변에 펜스 쳐진 삼성서울병원(서울 강남) ⓒ 뉴시스

삼성이 메르스에 뚫렸다. 국내 초일류 병원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는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숙주 병원'이라는 오명을 떠안게 됐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로 인해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민영화' 정책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이 그동안 그룹적 차원에서 의료민영화를 밀어붙여왔기 때문이다.

삼성서울병원에서 발생한 감염자는 1차 진원지였던 평택성모병원보다 많은 상황이다. 이에 정부 산하 메르스대책본부는 삼성서울병원에 신규 환자 외래 및 입원 제한과 응급시를 제외한 수술을 중단하는 등 부분적 병원 폐쇄조치를 단행했다. 사실상 '메르스 숙주 병원'으로 규정된 셈이다.

의료산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서울병원에서 발생한 이번 사태가 정부의 무리한 의료민영화 정책 추진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공공병원 수, 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의료민영화·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의료민영화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청운동 주민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음압시설을 갖춘 진주의료원 같은 공공병원 폐쇄조치가 지금의 참담한 현실의 원인이 됐다"며 "정부가 공공병원 축소와 의료민영화 추진으로 메르스 사태를 키웠다"고 비판했다.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도 같은 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메르스 확산은 보건당국의 무사안일한 늑장대응과 공공의료 대응체계 문제점이 만들어 낸 인재"라며 "국민의 건강과 생명권이 위협 당했다"고 꼬집었다.

지역 의료원 등 공공병원은 지역 사회에서 전염병이 창궐할 때, 최우선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병실을 제공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공공병원 수는 전체 병원 중 6%에 불과하다. 전체 병상 수를 비교해도 10%에 그친다. 이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최하위 권에 해당되는 수치다.

이 같은 공공병원의 부실 현상은 결과적으로 이번 메르스 사태와 같이 전염병 환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병원의 수적·질적 하락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 삼성 ⓒ 뉴시스

삼성, 계열사 총동원해 의료민영화 준비에 총력
삼성생명·삼성서울병원, MSO화…삼성만의 의료보험체계 수립?

삼성도 의료민영화에 대한 책임론에서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삼성 그룹은 그동안 대대적으로 의료민영화를 지지해 왔고, 의료민영화 이후를 위해 철저히 준비해 왔다. 국회를 상대로 한 입법로비도 전 방위적으로 펼쳐졌다는 후문도 있다.

시민건강증진연구소가 지난 2008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은 삼성서울병원, 성균관대 의대, 삼성생명과학연구소 등 6개 기업이 '삼성헬스케어그룹'이라는 이름으로 단일 그룹화를 이뤄, 건강보험 축소와 민간의료보험 규제 완화를 추진했다.

이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삼성헬스케어그룹'과 '삼성생명'의 'MSO(병원경영지원회사)'화다. 공보험인 건강보험에 대적할 만한 삼성만의 의료보험체계를 수립하겠다는 것. 삼성그룹은 나아가 삼성전자, 삼성자산운용,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메디슨 등 복수의 계열사가 총집결, 의료기관 경영으로 이윤 추구를 시도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만약 삼성의 이 같은 계획이 현실화 된다면, 삼성생명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국민은 삼성서울병원을 이용할 수 없게 되는 극단적인 상황도 발생할 수 있게 된다. 삼성서울병원은 현재 삼성생명 산하 공익재단이 운영하는 사업장이다.

구체적인 정황도 포착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디지털 엑스레이, 이동형 CT기 등 총 10여 종의 의료기기를 시장에 내놓았다. 또 삼성전자는 삼성서울병원, 삼성메디슨 등 계열사와 함께 '스마트 케어', '토털 헬스 케어' 등의 이름으로 건강정보를 스마트 기기에 전송하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의료민영화 정책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원격의료'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실제로 정부여당은 메르스 사태가 삼성서울병원으로까지 확산되자 '원격 진료'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아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럴 때 원격 진료 시스템이 시작됐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같은 자리에서 유승민 원내대표도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원격의료 시스템의 필요성이 대두된다"고 밝혔다.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도 최근 청문회에서 영리병원과 의료산업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참여연대는 지난 11일 서울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이 추진하는 원격의료를 주장하고 병원의 상업화를 주장하는 총리 내정자와 새누리당이 한심하기 짝이 없다. 정부가 삼성과의 정경유착 등으로 국민의 불신과 공포를 만든 장본인이 되고 있다"며 "수익성 추구가 지상과제인 영리병원은 병원감염관리에 관심이 없다. 당장 모든 의료민영화 정책을 중단해야 한다"고 내세웠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도 지난 12일 확대간부회의 자리에서 "새누리당이 메르스 위기를 기회로 의료영리화 의지를 밝히고 있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공공의료 시스템 강화다. (정부여당이) 이윤(삼성서울병원의 이윤)을 걱정하는 건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우석균, "삼성공화국이 메르스 공화국 낳았다"

국회에는 현재 의료 산업 규제를 완화해 미래먹거리로 키우는 내용이 담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제출돼 있다. 정부여당은 이를 경제활성화법이라고 규정하고 반드시 19대 국회 안에 통과돼야 한다고 야권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동법이 시행되면 병원은 영리자회사를 세울 수 있게 된다. 나아가 '의료법'이 함께 통과되면, 대형 보험사와 병원이 하나의 '기업'으로 뭉치게 되는 것도 가능해진다.

이와 관련,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지난 8일자 <경향신문>에 기고한 글을 통해 "삼성은 지금까지 의료가 돈을 버는 산업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리병원을 허용하고, 민영보험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게 삼성의 일관된 주장"이라며 "의료영리화 정책, 공공의료 부재가 한국 공중보건의료체계 파산을 낳았다. 삼성공화국이 이제 메르스 공화국을 낳고 있다. 삼성공화국을 언제까지 두고 볼 것인가"라고 말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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