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무조건이야~♬'
스크롤 이동 상태바
'무조건 무조건이야~♬'
  • 유재호 자유기고가
  • 승인 2009.02.12 18:08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재호의 영어이야기
영어 선생님을 시작한 후로 1박2일이라는 프로그램은 꼭 챙겨보는 버릇이 생겼다.

지금이야 그 열기가 어느 정도 식었지만 2008년 봄 만하더라도 가히 1박2일의 인기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었다. 1박2일에 관한 모든 것들이 바로 유행이 되곤 했다.
 
유학을 가서 배운 큰 경험중 하나는 어느 문화에 적응하려면 그 사람들이 하는 행동을 따라하면 쉽게 적응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 그 커뮤니티의 유행을 따라할 필요가 있었다. 미국 TV 쇼 영화 등을 많이 섭렵하면 미국 친구들과의 대화가 수월해 질뿐더러 그들 사이에서 이질감을 덜 느끼게 됐었다.
 
내가 학원에서 아이들과의 원활한 교감을 위해서 해야 했던 것은 아이들의 유행에 민감해 지는 것이었다. 어떤 프로그램이 재미있다고 학생들끼리 그 것에 대해 토론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화에 참여하기 위해 개인적인 취향이 아니더라도 가끔씩 챙겨보곤 했다. 다행히 1박2일은 즐겨보던 프로그램이었고 매주 일요일마다 1박2일을 봤고 월요일에는 아이들과 그것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러던 어느 날 1박2일에서 멤버들이 '무조건'을 재미있는 안무와 함께 추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이 여파는 당연히 학생들에게 이어졌고 영어만 써야하는 교실 안에서 음만 흥얼거리며 안무를 따라했다. 어떤 학생들은 그 와중에 한국말을 사용해 혼나기도 했으며 속 시원히 노래를 못 불러 괴로워했다.
 
괴로워하는 학생들이 안쓰러워 집에 가자마자 개사작업에 들어갔다. 이왕 부를 것 어설프게 눈치 보며 흥얼거리느니 당당하게 영어 가사를 만들어서 함께 부르면서 즐기고 싶었다. 한글 트로트를 영어로 번역하는 것은 예상외로 힘들었다. 자칫하면 콩글리시를 조장할 수도 있었고, 아이들 수준에 맞는 용어로 적절히 변형해서 개사하는 작업이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우여곡절 끝에 곡을 완성하였고 MR을 인터넷으로 구입해서 아이들에게 갖고 갔다.
 
물론 처음에는 선생님이 시범을 보여줬다. 모든 Performance 에서는 Modeling이 생명이기 때문이다. 얼마나 선생님이 몸을 내던지는 가에 따라 아이들의 참여도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작과 함께 목청을 높여 노래 불렀다.
  "Whenever you need me just call me~ ♬……." 
 
처음에는 "쟤 뭐야?" 하는 표정으로 원숭이 보듯 쳐다보던 아이들이 몇 분도 안돼서 열광적으로 따라 하기 시작했다. 소극적인 학생 적극적인 학생 할 것 없이 모두 다 같이 한마음이 되어 노래를 불렀다. 이후로 쉬는 시간은 영어로 '무조건' 부르는 시간이 되었고 아이들은 쉬는 시간을 통해서 즐기면서 하는 학습이 무엇인지를 배우게 되었다.
 
처음에 필자가 샘플로 Performance를 보여줬을 때 제일 한심하게 쳐다본 4학년 여학생이 있었다. 놀랍게도 이 여학생이 다음 시간까지 영어 가사를 다 외워온 것이었다. 어느새 반 친구들과 어울려 반 전체를 뛰어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중에 이 학생 어머니가 상담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집에 오자마자 노래 너무 재밌다고 방에 가서 부르면서 외우기 시작하더군요."
그러면서 한 말씀 추가하셨다.
"요즘은 저희 가족들끼리 다 같이 그 노래를 영어로 부르고 있답니다. 아이가 영어를 너무 재미있어 하는군요. 선생님 감사합니다."

이 학생은 그 이후에도 즐기는 수업을 제일 열성적으로 참여했고 지금까지도 필자의 기억 속에는 필자와 가장 이상적인 수업을 했던 학생으로 남아있다. 이처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다 보면 아이들과의 교감이 잘 이루어지게 마련이다. 아이들과의 Connection이 좋아지면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다. 그중에 대표적인 것으로 수줍음을 많이 타는 학생의 잠재하고 있는 끼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학생들과 하나가되려는 선생님의 노력들로 인해 학생들은 선생님과 더 대화하고 싶어 하고, 또 반 친구들과 어울려서 그 반에 진정한 멤버로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해진다. 대부분의 소극적인 학생들도 이런 욕구를 갖고 있지만 본인의 성격으로 인해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 남들보다 힘들어하는 경향이 있다. 이때 선생님의 역할이 중요하다. 소극적인 학생들이 자신감을 갖고 자기 자신의 끼를 발산할 수 있도록 물꼬를 터뜨려 주어야 하는 것이 바로 선생님의 역할이다. 학생들을 위해 이런저런 노력을 하다보면 엉뚱한 곳에서 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계기를 발견하기도 한다. 
 
학원에 처음 왔을 때 한참 'Tell me' 가 유행하고 있었다. 처음 온 선생님에게 짓궂은 여학생들은 'Tell me' 춤을 춰달라고 했다. 'Tell me' 춤을 아무렇지도 않게 추자 온 학생들이 난리법석이 났다. 어떤 여학생들은 동영상 찍기 바빴다. 춤을 다 추고 학생들에게 말했다.  "이제 너희들 차례다. 나와서 춤을 추면 포인트를 주고 영어 노래를 불러도 포인트를 주겠다."
 
그 날 이후로 포인트 경쟁에 아이들이 어려운 팝송을 준비해오기 시작했다. 가사를 적어서 보면서 부르고나서 포인트를 받고 뿌듯해했다. 내성적인 남학생 어머니께서 전화를 걸어 말씀하셨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어느새부턴가 소극적인 우리아이가 팝송을 들으면서 열심히 연습하기 시작했네요."
 
끝내 이학생의 팝송은 들어볼 수 없었으나 그 학생의 노력이 대견스러웠다. 나로선 이런 Activity를 통해 애초에 얻고자 한 것을 이룬 셈이었다. 소극적인 학생들을 끌어내 적극적인 학생들과 함께 어울려 참여하는 장을 마련하고 싶었던 것이다. 적극적인 참여가 영어 발달에 있어서 핵심적인 요소임에는 분명하니 말이다.
필자는 어떻게 하면 모든 유형의 학생들이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즐길 수 있는 장을 만들어 볼까 하고 고민했다. 고민 끝에 매달 말에 있는 Contest 중간에 15분가량 남는 시간을 적극 활용해 보기로 결심했다. 그 시간에 학생들은 영화를 보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영화는 집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다고 판단하여 더 효율성 있게 시간을 Manage해봤다. 
 
그래서 영어로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출수 있는 'Monster Time'을 만들었다. 영화에 나오는 재밌는 춤 노래장면을 보여주어 그 장면을 따라하도록 하고 제일 열심히 참여하는 학생에게 상품을 주는 이벤트였다.
 
그 시절에 가장 학생들 사이에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장면은 애니메이션 '마다가스카'에서 마다가스카 섬 원숭이 왕인 'King Julian'이 춤을 추며 "I like the move it move it×2 Ya like to~MOVE IT~♬!" 이라는 노래를 부르는 장면 이었다.

이 장면은 'Monster Time'이 생기기 이전부터 유행됐던 장면으로서 나조차도 그 노래에 빠져서 주말을 할애하여 노래가사를 다 외우고 춤과 안무까지 다 섭렵했던 적이 있었다. 반 대항 'King Julian을 찾아서'를 개최해서 5학년 학생들의 열기를 달구기도 했다. 이러한 에너지를 고스란히 'Monster Time'으로 옮겼고 전체 학생들이 진정으로 즐기면서 스트레스를 풀도록 장려했다.
 
이벤트는 성황리에 끝났다. 평소에도 'Monster Time'의 영향으로 학생들이 지나다니면서   "I like the move it move it~♬"이라고 흥얼거리는 모습을 쉽게 관찰할 수 있었다. 어디서든지,   "I like the move it move it×2 Ya like to~♬"라고 던져만 주면 학생들이 단체로 "MOVE IT!!!"하며 외쳐댔다.

이런 열성을 등에 업고 "Monster Time은 계속 흥행했으며 현재 10개월이 넘게 진행되고 있다. 10개월 동안 진행하면서 여러 가지 장면들로 아이들의 흥미를 자극했는데 이 이벤트를 통해서 가장 큰 성과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바로 숫기 없는 학생들을 움직이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필자는 항상 소극적인 학생들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는다. 시작하기 전에 항상 강조한다.
 
"이번 MVP는 얌전한 학생이 팔 하나만 움직여도 돌아가게 됩니다. 열심히 해보도록."
수줍음을 많이 타는 학생들은 처음에는 조그마한 동작도 시선이 두려워서 시도조차 못하지만 자연스럽게 상황을 만들어주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다. 물론 'Dance Mania'들처럼 재미있고 열광적으로 동작을 따라하진 못하지만 'Monster Jay'는 그러한 미세한 움직임도 Catch해서 상품을 주므로 내성적인 학생들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동기부여가 된다.
 
MVP는 보통 두 명이 뽑히는데 한명은 정말 재미있고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학생이 차지하고 다른 한명은 소극적인 학생 중에 제일 많이 노력한 친구에게 돌아간다. 전체 이벤트를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내성적인 학생 중에서 MVP를 뽑는 그 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상품을 받으며 남모르게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온몸에 전율이 흐른다.

사실 많은 Contest를 진행하면서 이런 이벤트까지 진행하는 것은 굉장한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긴 하다. 하지만 소극적이던 학생들이 진심으로 행복해하며 조금씩 적극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내가 자청해서 이일을 맡고 있는 이유다.
 
유재호 (서초 Toss English 영어 강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eldenethili 2011-04-29 21:43:08
be happy and love. ki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