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호의 시사보기>한일 수교 50주년과 한국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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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호의 시사보기>한일 수교 50주년과 한국의 선택
  • 강상호 시사평론가
  • 승인 2015.06.25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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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강상호 시사평론가)

지난 6월 22일 서울과 도쿄에서 열린 한일 국교 정상화 50 주년 기념행사에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수상이 교차 참석하고, 이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과거사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미래지향적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상호 협력해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를 계기로 한일 양국의 언론은 박 대통령의 제의를 양국 간 ‘관계 개선’의 조짐으로 해석하고, 박근혜 정부의 대일 정책 변화와 가까운 장래에 한일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한일 양국 관계를 살펴보면 한일 간에 나타나는 갈등의 완화와 심화가 상대국에 대한 인식뿐만 아니라 국제 질서의 변화에 반응해 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1965년은 미소 냉전시대로 남방 3각(한국, 일본, 미국)과 북방 3각(북한, 중국, 소련)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그 구도 위에서 남북한이 전선을 형성함으로써 한미일 3 국은 안보와 경제 모든 측면에서 결속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이 2차 세계 대전 적대국이었던 독일과 일본을 냉전시대 대소 전선의 최전방에 둠으로써 이들 양국이 미국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얻고 황폐한 패전국에서 경제대국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라 아니할 수 없다.   우리가 2차 대전 후 최빈국에서 지금의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근저에도 이와 같은 냉전시대의 상황적 요인이 자리 잡고 있다.  
 
이와 같이 이념적 갈등관계가 주축을 이루었던 미소 냉전시대에는 미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이 안보와 경제면에서 한 배를 타고 있었다.   비록 한일 국교 정상화 과정에서 역사문제로 우리 내부에서 많은 시위와 내부적 갈등이 있었지만 군사적 경제적 이해관계 면에서 삼국의 이해는 상호 충돌하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이 G2로 부상하고 2008년 세계 금융 위기이후 아시아에서 역내 질서를 주도하려하자 미국이 중국 포위 전략의 핵심적 동맹관계로 일본을 중시함으로써 외교정책 결정면에서 우리의 안보적 이해와 경제적 이해가 충돌하게 되었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안미경중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을 이야기 하지만, 그 것은 우리의 생각일 뿐 미국과 일본은 우리를 의심의 눈초리로 볼 수밖에 없게 되었다.
 
2012년 7월 미국 국무부가 ‘쎈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는 미일 상호방위조약의 대상’이라고 밝힘으로써 중국의 거센 항의를 받았는데, 만일 쎈카쿠(댜오위다오) 분쟁으로 미국이 일본을 도와 중국과 군사적 충돌을 일으킨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1953년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이 당시에는 북한의 침략을 전제로 되었다고 하지만 그 후 그 개념이 확대되어 왔다는 것을 고려하면 미국은 우리의 개입을 기대할 수도 있다.
 
아시아 특히 동아시아에서 이념적 냉전 구도가 패권적 대결 구도로 대체되고 그 축의 한쪽에 미국과 일본이 강하게 결속되고 다른 한 쪽에 중국과 러시아가 합동 군사훈련을 같이 하는 협력관계를 구축해 나감으로써 우리가 보는 대미 대일 관계와 미국 일본이 보는 대한 관계는 과거와 다르게 변하고 있다.   한일 국교 정상화 50 주년을 맞아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전제로 한일관계를 재조명하고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최근 박근혜 정부 2년 간 한일관계의 악화가 역사왜곡 문제, 위안부 문제, 독도 문제 등 현안과 관련된 것처럼 보이나 그 근저에는 동아시아 국제관계의 변화가 반영되어 있으며, 앞으로의 한일관계는 동아시아 패권 대결 구도에서 우리가 선택한 포지션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학계 일부에서는 북한 핵 문제와 통일문제를 우리가 주도하고 동아시아 peace maker로서의 역할을 자임하며 천명함으로써 능동적으로 변화에 대처해 나갈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조선일보 전 주필 김대중은 최근 기고한 한 칼럼에서 ‘교활하리만치 기회주의적이고 임기웅변적으로 대처하면서 줄을 잘 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무튼 한일국교 정상화 50 주년을 맞아 ‘한.일 양국이 새로운 협력과 공영의 미래를 향해 함께 나갈 수 있는 전환점으로 만들자’고 한 박근혜 대통령의 제안처럼, 우리는 한중일 삼국 중 어느 하나가 승자가 되겠다는 전략을 택할 때 그를 경계하고, 한중일 삼국이 공존 공영함으로써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협력적 관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가 한중일 3국 대화와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에 보다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 정치학 박사
-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
- 행정자치부 중앙 자문위원
- 경희 대학교 객원교수
- 고려 대학교 연구교수
-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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