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大戰④>"누구든 똑같아, 잔뜩 이용해 먹고 홀라당 내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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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大戰④>"누구든 똑같아, 잔뜩 이용해 먹고 홀라당 내뺀다고"
  • 홍세미 기자 박근홍 기자
  • 승인 2015.06.29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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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종로 지역 민심은?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홍세미 기자 박근홍 기자)

▲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 시사오늘

거물급 정치인들의 '종로 대전'을 바라보는 지역 주민들의 민심은 어떨까.

<시사오늘>은 '대한민국 정치1번지' 종로의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듣고자 지난 6월 23일 종로 3가 탑골공원, 종로 6가, 창신동 등 종로 지역 일대를 찾았다.

우선 어르신들이 많이 모인다는 탑골공원으로 향했다.

평소엔 무수한 인파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장소지만, 메르스 사태 때문일까. 인적이 매우 드물었다. 따가운 햇살을 피하기 위해 공원 중앙에 위치한 정자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어르신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여유로운 유허(遺墟)'보다는 '불안한 폐허(廢墟)'와 같은 풍경이었다.

기자는 종로 창신동에 거주한다는 김모 씨(55)를 만나 차기 총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기려면 50대를 잡아야죠"

-정세균 의원이 종로 지역군데, 관리는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글쎄요. 만나 본 적도 없고. 5선이니까 아무래도 초선 같진 않죠. 그러니까 또 예산도 많이 따고 했다고 하더라고요. 자세히 알지는 못하죠. 그런데 누구든 다 똑같죠. 당선되는 게 중요하지 되고 난 다음에 챙기는 사람 많던가요. 특히 종로는 그렇게 지역구 관리하는 사람 없어요."

"정세균 의원은 그만 나왔으면 해요. 지난 전당대회에서도 백의종군하느라 출마 안 한다고 했는데 그게 차기 총선도 안 나오겠다는 말 아닌가. 정치라는 게 욕심이 있으니까 쉽게 그러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조윤선 전 정무수석도 나온다는 이야기가 나도는데요.

"조윤선이는 이회창이 키운 사람이잖아. 이명박 때 떴고. 박근혜 정부 들어선 여가부장관도 하고 정무수석도 했고. 그런데 종로 사람들 다 몰라요. 조윤선이 누군지. 인지도가 별로야. 아무도 몰라 여기 사람들."

-오세훈 전 시장은 그런 면에서 인지도는 높지요.

"오세훈은 인지도는 높지. 그런데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하게 만든 장본인 아니야. 박원순 시장이 되게 했잖아. 어떻게 보면 오 전 시장이 잘못해서 보궐선거를 하게 했는데 인정을 해야지. 이명박 때부터 뉴타운 때문에 불평불만이 많고."

-박진 전 의원은 3선 정도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특별히 한 것은 없어요. 종로에서. 근데 지금 50대가 인구가 많잖아요. 베이비붐 세대. 그 세대들이 인구가 많은데 지금 다 퇴직하고 지금 갈 데가 없어요. 나도 갈 데 없어서 여기 앉아있어요. 친구들도 다 '재취업해야 한다', 뭐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쉽지 않죠. 누가 나오든 상관없어요. 어쨌든 여든 야든 거물들이 나오려고 하겠지. 인물은 거기서 거기일 것이고, 후보들이 어떤 공약을 내세우는지가 중요해요. 우리 50대를 잡아야지 선거에서."

-종로에선 50대가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나요.

"그렇죠, 아무래도. 다른 지역구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여기 60대 이상한테 물어보면 정부가 암만 못해도 투표장 가면 1번이에요. 젊은 세대는 투표를 잘 안 하려고 하고. 야당이 이기려면 50대를 잡아야죠. 투표하는 유권자도 가장 많을 것이고."

▲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 시사오늘

"거 정치인 썩을 것들 죄다 없애버려야 혀!"

탑골공원 근처 탑골다방에서 만난 종로 주민 최모 씨(74)는 자신은 원래 야당을 선호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여당을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 총선이 다가오고 있는데 특별히 선호하는 정당이 있나요.

"나는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인데, 그것들 하는 거 보니까 2번 찍으면 안 될 것 같아. 만날 지네들끼리 싸우고 말이야. 그러면 국민들이 그걸 어떻게 보겠어. 그냥 한심하지, 한심해. 난 이번에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찍으려고."

-새누리당과 청와대도 최근 들어서 자주 충돌하고 있는데요.

"거기는 어차피 선거 때 되면 정신 차리고 딱 모이잖아.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은 좀 밉상처럼 보여도 선거철 되면 많이 도와줄 걸? 어차피 그쪽은 박근혜 없으면 표 얻기 힘들어."

-정몽준, 오세훈 같은 거물급 정치인들이 이곳에 출마한다는 말이 있는데요.

"아무나 와도 상관없어. 걔네가 종로에 뭐 해주려고 오는 거 아니잖아. 누가 와도 똑같아. 잔뜩 이용해 먹고 그냥 홀라당 내빼버린다고. 돈 많고 인기 많은 양반들이 오면 뭐해. 정세균이도 봐. 여기 와서 한 게 대통령 나가겠다고 시장 바닥에서 소리친 거밖에 더 있어?"

최 씨의 옆에 앉아 얘기를 가만히 듣던 정모 씨(72)가 버럭 화를 내며 한마디 거들었다.

"거 정치인 썩을 것들 죄다 없애버려야 혀! 만날 국민들이 암시렁토 않다, 암시렁토 않다 하니까 진짜 암시렁토 않은 줄 안당께."

"선거철에나 유세 오지, 평소엔 안 와요"

<시사오늘>은 새정치민주연합 정세균 의원 사무실이 있는 종로 6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사무실 주변에는 의료기기, 미용품, 침구류 등을 판매하는 상인들이 많았다.

기자는 정 의원 사무실 왼편에 자리한 미용품 가게 주인 김모 씨(44)와 대화했다.

-정세균 의원은 여기 자주 오나요.

"아니요. 당선되고 난 다음에 한 번도 못 봤어요. 국회의원이 뭐 시장 같은 데 오려고 하나요. 여의도에 가 있겠죠. 선거철에 지원 유세나 오지, 평소엔 안 와요."

-역대 종로 국회의원들이 이렇게 얼굴을 안 보이던가요.

"박진 전 의원은 좀 왔었어요. 몇 번 와서 악수도 하고 그랬었어요. 정세균 의원은 한 번도 못 봤어요. 박진이야 여기서 12년을 했으니까 본 횟수도 정세균보단 많겠지."

-다음 총선에서 종로에 거물급 인물들이 많이 나온다고 하던데.

"난 관심 없어요. 선거 기간일 때야 뭐 해준다고 하지 막상 당선되고 난 다음에 지키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찾아오지도 않고 어떻게 사는지 관심도 없어요. 정치는 관심도 가지기 싫어요.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 세비 다 깎아 버려야 돼요."

종로구는 정치인들에게 어떤 지역구일까. 이목을 쉽게 집중받기 위한 '발판'으로 삼고 있진 않을까. 창신동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진정성 없이 출마하는 사람들은 이제 다 보인다"며 "전국적으로 반짝 뜨기 위해 출마하는 것은 종로를 우롱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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