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허세' 된 '어제의 실세', '짤박'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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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허세' 된 '어제의 실세', '짤박'의 비극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5.07.01 15: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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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곁을 떠나면 비극이 찾아온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박근혜의 곁을 떠나면 비극이 찾아온다.

한때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정치인들이 하나 둘 울상을 짓고 있다. 흔히 짤박(짤린 친박)이라 불리는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이혜훈 전 최고위원, 진영 의원 등이 바로 그들이다.

'성완종 리스트'라는 강력한 불법정치자금 수수 스캔들에 휩싸인 친박(친박근혜) 인사 8인에 대한 검찰 수사가 어물쩍 넘어가는 모습과 대조를 이룬다.

'오늘의 허세'가 된 '어제의 실세', 박 대통령의 곁을 떠난 자들의 비극을 짚어봤다.

'5개월 천하' 유승민, 사퇴 기로

▲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 뉴시스

거취 문제를 놓고 위기를 겪고 있는 유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에 의해 정계에 입문한 정치인이다. 지난 2005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당대표였던 박 대통령은 당시 여의도연구소 소장 직을 맡고 있던 유 원내대표를 대표비서실장으로 임명했다. 유 원내대표는 그해 치러진 10·26 재보궐선거에서 대구 동구을 지역에 당선되기까지 약 10개월간 박 대통령의 곁을 지켰다.

박 대통령은 초선 의원에 불과했던 유 원내대표를 줄곧 중용한다. 2007년 대선 경선 캠프에서는 공약 자문을 위한 브레인들을 섭외하는 중책과 연설문 준비를 그에게 맡겼다. 2008년에는 유 원내대표와 공부모임을 함께 하기도 했다. '경제민주화' 등 박근혜 정권의 주요 국정철학이 이 공부모임에서 나왔다는 후문이다.

지난 2011년 전당대회에서 유 원내대표가 당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배경에도 박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유 원내대표는 4~5위권 득표율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던 후보였으나, 친박계의 지지를 받아 2위로 선출됐다.

그러나 그는 이후 짤박(짤린 친박)의 길을 자발적으로 걷게 된다. 새누리당으로의 당명 변경을 공개적으로 반대했고, 박 대통령의 대선 승리 이후에는 청와대 비서진을 '청와대 얼라들'이라고 질타했다.

당시 유 원내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근혜와 대화하면 한계가 느껴진다. 의사결정에 있어 다양한 이야기를 듣지 않아 판단에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친박의 폐쇄성도 꼬집었다.

박 대통령을 향한 쓴 소리로 당내 친박계 인사들로부터 따가운 눈초리를 받았던 유 원내대표는, 지난 2월 어려움을 이겨내고 원내 주도권을 장악했다. 이른바 'K·Y체제'의 공식 출범이었다. 순식간에 차기 대권주자로 급부상했고, 'TK의 아들'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실세가 된 것이다.

'유승민 천하'는 5개월에 그쳤다. 유 원내대표는 지금 벼랑 끝에 섰다. 박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배신의 정치" 한마디에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이 똘똘 뭉쳐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지금 물러나면 "최소 5년은 정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정계 반응이다. 허세가 될 위험에 처했다.

경제민주화 바른말 이혜훈, 차기 총선 불투명

▲ 박근혜 대통령과 이혜훈 전 최고위원 ⓒ 뉴시스

이혜훈 전 최고위원 역시 원조친박이었다. 친박 중에서도 능력을 인정받는 경제통이었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 전 최고위원을 높이 사고 항상 자신의 지근거리에 뒀다. 박 대통령은 17대 국회 당시 초선에 불과했던 그에게 정책조정위원장이라는 요직을 맡겼다. 2007년 대선 경선 캠프에서는 대변인 업무를 수행했다.

2012년에는 박 대통령과 손잡고 총선과 대선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 전 최고위원은 19대 총선 중앙선거대책위 실장과 18대 대선 중앙선거대책위 부위원장 직을 역임했다. 이 같은 공로에 힘입어, 이 전 최고위원은 같은 해 치러진 전당대회에서 원외인사임에도 불구하고 2위를 기록해 최고위원이 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19대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 부분이 이 전 최고위원에겐 큰 상처였다. 박 대통령은 이 전 최고위원을 유승민 원내대표의 직계로 분류하면서 공천을 주지 않았다. 

박 대통령과 관계가 소원해진 이 전 최고위원은 이후 박근혜 정권의 '경제민주화' 공약 미이행을 이유로 청와대를 향해 날 선 발언을 이어갔다. 사실 경제민주화 공약을 박 대통령과 함께 준비했던 이 전 최고위원 입장에서는 '날 선 발언'이 아닌 '바른말'이었다.

이 전 최고위원은 비극을 겪는다. 2014년 4월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당내 경선에 출마했지만, 정몽준 전 의원과 김황식 전 국무총리 사이에서 밀려 고배를 마셨다. 친박계는 김 전 총리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총선도 불투명하다. 이 전 최고위원은 7·30 재보선에서 울산을 선택한 바 있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친박계로 분류되는 박맹우 의원에게 유리한 경선 룰을 제시했다. 결국 이 전 최고위원은 "100% 인지도 여론조사 경선을 하라는 것은 '이혜훈만은 안 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공천을 자진 철회했다. 원래 지역구였던 서울로의 컴백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내각 실세였던 진영, '짤박'된 이후 존재감이 없다

▲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진영 의원 ⓒ 뉴시스

진영 의원은 지난 2004년 박근혜 대통령이 당대표 업무를 수행했을 당시, 그를 최측근에서 보필했던 비서실장이었다. 한때 원조친박이었다.

박 대통령은 진 의원을 내각 중심에 세우려고 했다. 대통령 인수위 부위원장에 임명해 공약 실무 총괄을 맡기고, 새 국정의 밑그림을 그리게 했다. 후에 진 의원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발탁, 내각 실세로 군림했다.

하지만 그도 '6개월 천하'였다. 진 의원은 단 6개월 만에 기초연금 문제로 박 대통령과 갈등을 빚으면서 2013년 9월 장관직을 스스로 내려놓았다. 청와대는 기초연금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공약 수정을 요구했고, 진 의원은 이를 거부했다.

당시 진 의원은 일방적으로 사표를 던지면서 "양심의 문제"라고 박 대통령을 향해 일갈한 바 있다.

이후 진 의원은 각종 국정 현안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짤박'이 된 이후 전혀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신임 사무총장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나, 한선교 또는 홍문표 의원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차기 총선 구도에도 악재가 꼈다. 진 의원의 지역인 용산구 옆 동네 중구가 헌재의 결정으로 선거구 개편 대상이 됐기 때문. 국회 핵심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중구가 용산구와 합쳐지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개편이 될지는 좀 더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중구는 야권 지지 성향 유권자들이 많은 지역구인 만큼 진 의원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다가갈 것으로 보인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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