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위한 변명
스크롤 이동 상태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위한 변명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5.07.03 15: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수첩>갈지자 행보? 민심과 통합만 바라보는 정중동 행보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친박과 비박 사이에서 중심을 잡지 못한 '갈지(之)자' 행보."

"양측의 완고한 입장 사이에서 '어정쩡한' 태도로 사태 수습을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우유부단해서는 대권후보로서의 위치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최근 행보를 두고 말이 많습니다.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로 당이 내홍에 휩싸였는데 당대표로서 제대로 중심을 잡아주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부 언론과 호사가들로부터 제기됩니다.

실제로 거부권 정국 초반 유 원내대표를 적극 엄호하던 김 대표는, 이내 청와대에 꼬리를 내리더니, 지난 2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태호 최고위원의 강경한 '유승민 사퇴' 발언에 "마음대로 하시라"며 회의장을 박차고 떠나 불쾌감을 역력히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갈지자'라는 오해를 충분히 살 수 있는 행보였지만, 기자는 이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저는 오히려 김 대표가 오직 국민과 통합만을 바라보고 가는 '정중동'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나 택했다. 정당민주주의를 만들어 놓겠다는 결심이다."
 (2015년 5월 22일, 김무성)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정중동'의 길을 걷는다 ⓒ 뉴시스

대한민국은 의회민주주의로 운영되는 국가입니다. 의회민주주의는, 직접선거를 통해 국민들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국민대표(국회의원)들이 한데(의회) 모여서 국민여론을 수렴하고, 이를 국정 운영에 반영하는 민주주의 체제를 뜻합니다. 다른 말로 대의민주주의, 정당민주주의라고도 합니다.

김 대표는 의회민주주의자 YS(김영삼 전 대통령)의 '적자'입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발언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요.

무소불위의 제왕적 지도자가 국민들이 선택하고, 또 정당 구성원들이 공정한 절차로 선출한 원내대표보고 물러나라고 한 것은 의회민주주의를 향한 명백한 '도전'입니다. 국민여론을 최우선시해야 하는 의회민주주의에 반하는 행동이죠.

실제로 국민들 10명 중 6명이 유 원내대표의 퇴진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내일신문>이 의뢰하고 여론조사기관 <디오피니언>이 지난 1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57.3%가 '유승민 원내대표가 사퇴할 필요 없다'고 답했습니다. '사퇴해야 한다'는 응답은 28.3%에 그쳤습니다.

민심이 이미 유승민 원내대표 편입니다.

"YS 정신만 계승하겠다. 계보정치는 하지 않겠다."
(2015년, 어느 산악회에서. 김무성)

▲ 친박 좌장 서청원 최고위원(오른쪽)과 대화하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운데). 유승민 원내대표(왼쪽)의 표정이 어둡다 ⓒ 뉴시스

그렇다면 김 대표가 유 원내대표를 좀 더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반문이 제기될 겁니다.

정치권은 지금 총선 체제에 돌입한 상황입니다. 의회민주주의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다시금 국민들로부터 선택을 받아야 할 때가 된 것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무엇보다 당이 사분오열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분열은 곧 선거 필패니까요.

현재 새누리당은 '유승민 사퇴'를 주장하는 친박(친박근혜)계와 '유승민 구하기'에 나선 비박계 사이의 갈등으로 심각한 내홍을 치르고 있습니다. 이 같은 국면에서 당대표 김무성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주목할 만한 여론조사자료가 하나 있습니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새누리당 지지층 가운데 단 26% 만이 '유 원내대표가 사퇴해선 안 된다'고 응답했습니다. 특히 여당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TK(대구경북) 지역 응답자 중 무려 46%가 '사퇴해야 한다'를 택했습니다.

앞서 살펴본 여론조사와 극명히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즉, 민심과 당심이 갈렸다는 의미입니다. 김 대표로서는 참 난감하게 됐습니다. 민심을 따르자니 당이 죽게 되고, 당심을 따르자니 '반란 행위'를 묵과하는 꼴이 되니까요.

김 대표가 만약 어느 한쪽으로 '불도저'처럼 밀어붙였다면 상황이 지금보다 나아졌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청와대 편에 서든, 비박계 편에 서든 극단적인 파국으로 치달았을 겁니다.

더욱이 이번 사태는 차기 공천권을 둘러싼 계파갈등이 표면화된 것이라고 보는 게 정계의 중론입니다. ‘계보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김 대표로서는 그저 안타까운 심경이었을 겁니다.

"진정한 국민통합을 위해서라면 물세례를 넘어 어떤 험악한 일도 다 당할 각오가 돼 있다."
(2015년 5월 21일, 김무성)

▲ 한미연합사 찾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김 대표의 행보의 근간에는 '통합'이 있다 ⓒ 뉴시스

그는 유 원내대표와 적당히 거리를 두면서도 "유 원내대표에 대한 공격을 반복하는 것은 기본 예의에서 벗어나는 일"이라며 친박계의 공세에 선을 분명히 그었습니다. 그리고 3일 국회를 찾은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과 비공개회동을 갖는 등 물밑에서 청와대와의 소통을 활발히 진행 중에 있습니다.

김 대표는 이번 사태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정치인입니다.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를 상당 부분 상실했고, 당내 리더십은 흔들리고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 당대표에서 물러나야 할지도 모릅니다.

이로 미뤄 짐작컨대, 김 대표가 보이고 있는 행보의 근간에는 '통합'이 자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민심을 수용하면서, 유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를 놓고 갈린 지역과 계파를 다시 하나로 모아보겠다는 의중인 것이지요.

더욱이 그는 이 같은 정국 속에서 지난 2일 한미연합사를 방문하면서 안보 행보를 보이며 전통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키려 시도했습니다. 갈기갈기 찢긴 이념도 통합하겠다는 심산입니다.

'갈지자'라는 '오해'를 살 수 있는 행보를 보이면서 홀로 '물세례'를 맞고, 홀로 '험악한 일'을 당하고 있지만, 김무성은 지금 자신을 버리고 '국민'과 '통합'만을 바라보는 '정중동'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김 대표를 오랜 세월동안 지켜본 상도동계의 한 원로인사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그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김무성 대표는 YS한테 정치를 배운 사람이다. 청와대와 적당히 거리를 두고, 또 적당히 협조하는 모습을 보면 아주 믿음직스럽다. 참 무던한 정치인이다."

김 대표에 대한 평가는 그의 '무던한 행보'를 끝까지 지켜보고 난 뒤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그가 걷는 '정중동의 길' 끝에 무엇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