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저격수' 박영선은 왜 '삼성 챙기기'에 나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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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저격수' 박영선은 왜 '삼성 챙기기'에 나섰나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5.07.08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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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삼성 저격수'의 '진정성'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의 행보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편법 승계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이학수특별법' 등을 발의하면서 '삼성 저격수'라 불리던 그가, 몸을 180도로 틀어 '삼성 챙기기'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박 의원은 지난 3일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습니다. 동법에는 국내 기업을 외국인 투자자들의 적대적 M&A(인수합병)으로부터 보호하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발의 시점이 묘합니다. 삼성전자 경영권에 대한 엘리엇(미국계 헤지펀드)의 공세가 심상치 않은 가운데, 만약 동법이 시행된다면 엘리엇의 공세는 외국인 투자자의 적대적 M&A로 분류돼, 법률적으로 사전 차단될 가능성이 큽니다. 사실상 삼성그룹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인 셈입니다. 삼성의 기업지배구조를 적나라하게 지적하던 과거 박 의원의 행보와는 다소 괴리감이 느껴집니다.

반응은 극명하게 갈립니다. '삼성의 잘못은 비판하면서도 보호할 때는 적극 보호하는 균형감있고 대승적인 모습'이라며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는 언론이 있는가하면, '정치권과 한국 경제가 삼성전자의 눈치만 보고 있는 꼴'이라며 박 의원을 규탄하는 언론도 있습니다.

박 의원은 "삼성과는 관계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지만, 기자는 '눈치만 보고 있다'는 반응에 더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동법은 객관적으로 봤을 때, '균형감'이 상당히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번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의 핵심은 '대한민국 경제의 원활한 운영을 현저히 저해하는 경우'를 외국인 투자 제한 사유로 추가시킨 것입니다. 문구가 상당히 애매모호합니다. 법 적용에 있어 주관적인 해석이 영향을 줄 공산이 큽니다.

더욱이 최근 국회법 개정안이 자동 폐기 수순을 밟게 되면서, 국회는 정부 시행령에 대한 수정을 요청(요구)할 수 없게 됐습니다. 백번 양보해서 "삼성과는 관계없다"는 박 의원의 해명을 받아들인다하더라도, 그의 본래 취지와는 다른 정부 시행령이 나온다면, 모든 책임은 박 의원에게 있게 되는 것입니다.

사실 기자는 박 의원의 '진정성'에 의구심이 들기 시작합니다. 그는 주로 자신이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렸을 때 '삼성 저격수'라는 타이틀을 이용해 왔습니다.

일례로 지난해 당 원내대표·비상대책위원장에서 물러나면서 부침을 겪을 때, 박 의원은 '이학수특별법'을 내세워 이목을 끌었습니다. 최근에는 메르스 사태와 관련, "삼성서울병원을 국민에게 환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친노(친노무현) 대 비노 간 갈등 국면 속에서 그의 존재감이 전혀 드러나지 않았던 타이밍에 나온 '돌출발언'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삼성 챙기기'로 몸을 틀었습니다. 주요 경제지들은 일제히 박 의원의 행보를 찬양하고 나섰습니다. 이와 동시에 그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판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박 의원은 지난 6일 '박 대통령은 동물의 왕국을 즐겨본다. 동물은 배신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그가 출간 준비 중인 저서 일부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차기 총선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우'와 '좌' 가릴 것 없이 표심을 겨냥한 모양새입니다.

최근 정계에는 박 의원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최고위원이 '중도신당창당'을 준비하고 있다는 후문이 돕니다. 사실이든 아니든, 박 의원이 '삼성 챙기기' 행보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꼴입니다.

박영선 의원은 이제 '삼성 저격수' 타이틀을 내려놓을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정치적으로 이용하라고 붙여준 타이틀이 결코 아닙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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