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 불출마 ‘박근혜’ 대세론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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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 불출마 ‘박근혜’ 대세론 흔들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0.06.21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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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이 겉으론 띄우고 속으론 죽이기 작전
6·2 지방선거 참패 이후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의 연판장 사건, 정운찬 총리의 거사설 논란 등 당·정·청간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차기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이-친박-소장파 모두 '박근혜 역할론'을 설파하며 박근혜 전 대표의 출마를 압박하고 있다.
 
당의 이런 요구에도 불구하고 박 전 대표는 원칙론을 앞세워 차기 전당대회에 나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15일 오전 국회 본회의 출석을 앞두고 차기 전대 출마와 관련, "전당대회에 나갈 뜻이 없다"면서 "전당대회에 불출마하는 것으로 그렇게 알고 있지 않느냐"며 전대 불출마 원칙론을 고수했다.

이어 16일 친박계 의원들과 만찬회동을 하는 자리에서도 "천막당사 시절 국민들께 기회를 달라고 했는데, 또 도와달라는 말을 하기에 면목이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미디어법, 세종시 등에서 보듯이 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으로 만들어지는 상황에서 대표가 된다 해도 도움이 되겠느냐"면서 "차기 당 대표가 된다고 해도 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전해졌다.

당사자인 박 전 대표가 전대 불출마 선언을 했지만 당내에선 오히려 계파를 막론하고 '박근혜 역할론'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친박계 중진급 의원인 홍사덕 의원은 지난 16일 <서두원의 전망대>에 출연, "당 안팎에서 한나라당 위기론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당 대표라는 자리는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되는 평양감사 자리와는 다르다"면서 "반드시 설득해 대표를 맡아줄 것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당내 친박계 모임인 '여의도 포럼' 소속 의원 10여명도 지난 15일 박 전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를 설득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역할론이 급부상하자 전대 출마를 고려했던 친박계 의원들은 정중동 행보를 보이고 있다.

친박계 의원들의 이런 움직임은 그간 박 전 대표의 말 한마디에 대오를 형성하며 움직였던 것에 비하면 매우 다른 모습이란 게 정가의 반응이다. 

이 같은 친박계 의원들의 행보는 당내 권력 빅3 중 하나인 차기 당대표가 2012년 총선의 공천 자리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세종시를 비롯해 그간 친이계와 불편한 관계를 유지, 사실상 청와대와 당의 관계에서 소외됐기 때문에 이번 박 전 대표의 당권 획득으로 당·청 관계를 재정립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지난 1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 뉴시스

친이계도 ‘박근혜 역할론?’

친박계 의원뿐만이 아니다. 이미 지난 15일 차기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 선언한 정두언 의원 역시 박 전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지난 16일 SBS라디오 <서두원의 SBS전망대>에 출연, "박 전 대표가 나오면 내가 당선되긴 힘들겠지만 박 전 대표의 출마를 간절히 원한다"면서 "지도력과 영향력을 갖춘 분들이 전당대회에 나와야 역동적인 선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때 친박계 좌장이었지만 세종시 문제 이후 친이계의 지지를 받으며 원내대표 자리를 차지한 김무성 원내대표도 지난 15일 친박계 모임에 참석, 박근혜 전대 출마론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친박계와 사생결단하며 권력암투를 벌였던 친이계는 왜 박근혜 역할론에 동조하고 있을까.

표면상으로는 지난 2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예상 밖 참패를 겪었던 한나라당이 현재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박 전 대표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

정몽준 대표의 재선 도전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친이계의 구심점인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 7.28 재보선으로 방향을 틀자, 이명박 집권 후반기를 안정적으로 이끌 인사가 친이계에서 마땅치 않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친이계 역시 지방선거 참패 이후 당정청간 갈등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이명박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불식시키지 못한다면 2012년 총선뿐 아니라 정권재창출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박상병 시사평론가는 이에 대해 “친이계가 박근혜 전 대표에게 전대 출마를 요구하는 이유는 MB의 레임덕을 조기에 차단하려는 의도”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친박계 역시 친이계의 이런 의도를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에 홍사덕 의원 등 일부 친박계는 찬성하고 있지만, 친박계 실세들은 반대하고 있다”면서 그 이유에 대해 “MB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친박계 실세들은 박 전대표가 지금 당 대표직을 수행한다 해도 박 전 대표가 내려올 길만 남았다는 판단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박 전 대표는 원칙을 정하면 끝까지 지킨다"면서 "전당 대회 불출마를 여러 차례 밝힌 만큼 출마할 가능성은 없다"며 박근혜 역할론을 일축했다.

박근혜 선택은?

그렇다면 왜 박 전 대표는 계파를 막론하고 출마를 요청하고 있는 상황을 애써 외면하고 있을까. 

박상병 시사평론가는 박 전 대표의 행보와 관련, “그간 박 전 대표가 불출마 얘기를 지속적으로 했는데, 당내 출마를 요청이 있다고 해서 불쑥 나간다면 그간의 원칙주의자의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다”면서 “설사 당 대표가 된다하더라도 지방선거 패배의 원인으로 꼽히는 수직적 당청관계가 향후 개선될 여지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금 한나라당은 권력의 힘이 친이계 쪽으로 급속히 쏠리고 있다”며 “박 전 대표도 전대 출마에서 당선 가능성을 낮게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친이계 일부의원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박근혜 대항론이 실제 친박계 무력화 시나리오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박 전 대표를 전대에 끌여 들여 낙마시키고 '박근혜 대세론'을 주저앉혀 2012년 대권 경선에서 박근혜 바람을 조기에 차단하려는 포석이라는 것.
 
또  친박계 내부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세대교체 발언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홍사덕 의원이 지난 16일 <서두원의 SBS 전망대>에서 청와대 세대교체론과 관련, "대통령이 그럴 리가 있겠느냐"면서 "이번 지방선거의 민심이 당과 청와대의 국정운영 방식을 바꾸라는 건데 민심과 동떨어진 처방을 내놨다"며 청와대를 겨냥했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도 "특정인을 염두 해 둔 세대교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이 같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결국 박 전 대표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차기 전당대회에 나가면 그간 불출마 얘기를 했던 원칙주의자 행보에 흠이 가고 세대교체론을 둘러싼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전대 불출마 원칙을 지킨다면 지방선거 참패 이후 당이 어려울 때 외면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설사 전대 출마를 통해 당권을 잡는다 하더라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드러났듯이 MB정권 심판론이 그의 대세론을 무력화시켜 2012년 대권을 앞두고 청산대상으로 지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선거의 여왕’ 박 전 대표는 어디로 갈까. 그녀의 행보에 정가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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