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호의 시사보기>메이 퀸과 야생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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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호의 시사보기>메이 퀸과 야생마
  • 강상호 시사평론가
  • 승인 2015.07.10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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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강상호 시사평론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여당 원내 지도부에 대한 격정적인 질타로 당정 간의 갈등이 심화되어 왔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의원총회에서 사퇴 권고안을 채택하고, 유승민 원내 대표가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여권의 내분은 일단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유승민 정국과 관련하여 지난 2주 동안 많은 패러디 물이 SNS에 등장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유승민 밀어내기를 북한 장성택의 처형 과정으로 비유하기도 했고, 아나콘다가 고슴도치를 삼킨 것으로 묘사되기도 했으며, 악어가 전기뱀장어를 공격하다 함께 치명상을 입는 것으로 비유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심리적인 측면에서 땅콩 회항 사건의 조현아와 박창진을 박근혜 대통령과 유승민 원내 대표로 대치시키기도 했다.
 
아무튼 메르스 정국에서 우울했던 국민들은 해설을 곁들인 한 편의 정치 드라마를 보면서 잠시 시름을 잊었고, 정부와 새누리당은 성완종 사태와 메르스 악몽을 벗어나고 있다.  6월 25일 국무회의에서 행한 대통령의 발언이 매우 부적절 했다는 분석이 많지만, 국면 전환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놀랄만한 반전을 이룬 셈이다.  
 
이 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2 가지 리더십을 생각해 보았다.   하나는 대통령의 리더십이고 다른 하나는 여당 원내 대표의 리더십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아직 반환점을 돌지 않은 시점에서 대통령의 리더십과 여당 원내 대표의 리더십을 분석하고 문제점을 찾아낸다고 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정부 조직법과 인사 파동, 세월 호 참변, 메르스 정국을 거치면서 많은 사람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이 실종되었다고 말한다.  대통령 후보시절 선거를 도왔던 많은 사람들이 이미 박근혜 대통령을 떠났다.  이 시점에서 박 대통령 당선에 크게 기여했던 두 교수의 인터뷰 대화가 눈길을 끈다.   이 모 교수가 ‘국민에게 사과를 한다’고 하자, 김 모 교수가 ‘사과로 되겠는가 광화문에 나가 석고대죄를 해야지’라고 되받는다.   대통령 후보 박근혜와 대통령 박근혜가 다르다는 것이며,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수행 능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남은 대통령의 임기가 걱정된다.  
 
일부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철학과 정치행태를 지적한다.   민주주의와 의회정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전제 군주제하 제왕적 리더십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박근혜 대통령이 제왕적 인식을 갖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제왕적 리더십의 문제라기보다는 박근혜 대통령 특유의 메이퀸 리더십이 문제라고 본다.
 
메이퀸 리더십의 특징은 논리적이라기보다는 감성적이며 실무적이기보다는 상징적이고 개방적이기보다는 폐쇄적이며 전제 군주와는 달리 선출된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의원시절 선거 여왕으로 위기의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구해낼 수 있었던 것은 선거가 감성정치에 기반 한다는 점에서 가능했지만, 대통령의 직무 수행은 감성보다는 고도의 전략적 사고가 요구된다는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메이퀸 리더십은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분권형 대통령제라면 대통령이 외교, 안보, 통일 등 외치를 맡고 총리가 교육, 경제 등 내치를 맡는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메이퀸 리더십은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바꿔 말하면, 박근혜 정권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치력을 갖춘 실세 총리와 책임 장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전반 동안 실세 총리와 책임 장관은 물론 능력이 돋보이는 참모도 보이지 않았다.   수도원이 되어가는 청와대와 십상시 논쟁의 비서 정치만 인구에 회자될 뿐이다.
 
그래도 나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아직도 많은 국민들이 대통령의 진정성과 순수함 그리고 그 단정함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을 되돌아보고, 선거 과정에서 지지를 이끌어 낸 통합 정치 행보와 포용력을 보여주기 바란다.
 
정치인은 본질적으로 야생마의 특성을 갖는다.  야생마는 초원을 달리며 힘을 기르고 마음껏 가고 싶은 곳을 간다.   그러나 책임 있는 자리에 가면 정치인은 더 이상 야생마처럼 행동할 수 없다.   특히 여당의 주요 당직을 맡는다는 것은 마차를 끄는 것이며 마부는 물론 승객과 교감하면서 달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승객은 가깝게는 여당 의원이 될 수 있고, 궁극적으로 국민이 된다.
 
유승민 전 원내 대표는 좋은 말이었지만 마차를 끌기에 길들여지지 않았고, 박근혜 대통령은 야생마로 마차를 끌기에 버거웠던 것이다.   말과 마부가 호흡이 맞지 않으면 마차에 타고 있는 승객은 불안하고 불편하다.    박근혜 정권 남은 임기 동안 마부와 승객은 상수이고 말은 변수가 된다.   새누리당, 이 번에는 어떤 말로 마차를 끌게 할 것인가?    말을 선정함에 있어서 마부와 승객을 다 함께 고려하기 바란다.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 정치학 박사
-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
- 행정자치부 중앙 자문위원
- 경희 대학교 객원교수
- 고려 대학교 연구교수
-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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