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영원한 지젤, 문훈숙 단장의 아름다운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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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영원한 지젤, 문훈숙 단장의 아름다운 변신
  • 박정숙 자유기고가(KOICA명예홍보대사)
  • 승인 2009.04.15 1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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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여자아이라면 누구나 토슈즈를 신고 하늘거리는 발레복을 휘날리며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발레리나를 꿈꾸며 마루를 굴러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80년대 여학교시절을 보낸 나에게는 참으로 부러운 친구가 있었다. 
 
이웃집 사는 동갑내기 소꿉친구였는데 그녀가 어느 날부터 ‘토슈즈’라는 것을 가지고 다니더니 자신이 배운 발레동작들을 내게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어린 내 눈에는 그 모습이 신기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그리도 근사해 보일 수가 없었다. 후에 그 친구는 선화에 입학해 발레리나의 꿈을 키우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문훈숙 단장은 발레에 문외한인 나에게도 ‘프리마돈나’라는 이름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알게 해준 사람이다.

어린 시절 나는 그녀의 ‘지젤’을 보고 발레는 사람이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무대라고 생각했다. 아마도 한국인의 가슴 속에 간직하고 있는 발레리나, 프리마돈나의 모습은 문 단장의 지젤일지도 모른다.

그만큼 문 단장의 발레는 우리 모두에게 신선하게 다가온 문화적 충격이었고 또한 영원한 로망이다. 문 단장의 지젤은 서정적이면서도 강렬했다.

프리마돈나 시절 그녀의 무대를 바라보는 관객들은 그녀의 몸짓이나 표정하나에 매료돼 발레를 사랑하게 되었다. 나도 그 중의 하나였고 시간이 지나 이제는 존경하는 친구로 그녀를 만나 또 다른 그녀를 발견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녀의 묘한 매력은 그녀와 발레는 일심동체라는 점이다. 그래서 일상에서 함께 대화를 하거나 식사를 하고 돌아서서 생각나는 것은 대화내용이나 상황보다는 그녀가 이야기하며 펼쳤던 손끝의 움직임이나 어린아이 같이 큰 눈으로 표현한 마음의 울림이다.

2001년 이후 그녀가 무대에서 날아오르는 모습을 볼 수 없는 것이 아쉽고 여전히 그립다. 그렇지만 가끔씩 무대에서 발레를 읽어주는 그녀에게서, 그리고 발레를 열심히 설명하는 강의에서, 그리고 유니버설발레단을 강렬하게 이끄는 부드러운 그녀의 리더십에서 난 그녀가 다시 무대 위에서 하늘로 날아오르는 듯한 열정을 발견한다.

문 단장이 CEO로서 보여주는 리더십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힘을 솟게 만드는 마력이 있는 듯하다. 상대에게 강요하거나 큰소리로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사람들은 가만히 그녀에게 귀 기울이고 그녀의 움직임에 눈길을 멈춘다.

언제나 부지런하고 다른 이를 배려하고 주위를 부드럽고 따뜻하게 만드는 그녀는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향기와도 같다.

화술로 다른 이들의 맘을 사는 재주 밖에 없는 나에게는 어린 소녀의 가슴 속에 놀라움과 경이로움으로 고이 담겨있던 그녀가 지금도 여전히 프리마돈나며 로망이다. 그런 그녀가 또 다른 모습으로 아름다운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25주년을 맞이하는 유니버설발레단과 문 단장의 앞으로의 행보를 생각하면, 밤잠을 설쳐가면서 기다리던 작품이 마침내 극장에 올려져 관람하러 들어갈 때와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

유니버설발레단과 문 단장이 또 어떤 모습으로, 어떤 무대로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할지 사뭇 기대가 된다.
 
박정숙 (KOICA명예홍보대사,경희대국제교육원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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