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민의 엔터법>저작권, 나만의 글자체도 보호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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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민의 엔터법>저작권, 나만의 글자체도 보호될까?
  • 양지민 변호사
  • 승인 2015.07.11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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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양지민 변호사)

평균적으로 여학생들은 남학생들보다 학창시절 글자체 예쁘게 쓰기에 더 주력한다. 나 역시도 그랬고, 한 때는 예쁜 글씨체 쓰기를 연습하며 ‘나만의 글자체’를 만들고자 했었다. 생각해 보면, 친한 친구들끼리는 ‘이건 누가 쓴 글자체다’라고 한 눈에 알아봤던 것 같다.

그 때 그 시절이야 취미로, 장난으로 글자체를 만들어 쓴 것이라 쳐도, 요즈음 같이 캘리그라피 전문 학원까지 생기며 사람들이 예쁜 디자인으로 예쁜 글자체를 쓰기 원하는 때에 글자체를 단순히 글자들의 조합으로만 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일까? 아니면 글자체도 하나의 창작물 또는 디자인으로 보아 보호해줘야 할까?

글자체를 법적으로 보자면, 글자 하나하나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글자들 간 조화를 이룬 글자들의 패키지로 보는 것이 적합하다.

이러한 글자체에 대하여 1996년 인쇄용 서체도안의 저작권 등록을 신청했다가 거부당했던 사건이 있었다. 그 당시 글자체의 저작권을 주장했던 원고들은 ‘이 사건 서체도안들은 저작권법상 응용미술 작품으로서의 미술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이 사건 서체도안들은 우리 민족의 문화유산으로서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하여야 할 문자인 한글 자모의 모양을 기본으로 삼아 인쇄기술에 의해 사상이나 정보 등을 전달한다는 실용적인 기능을 주된 목적으로 하여 만들어진 것이다’라고 판단하였다.

즉, 우리 저작권법은 서체도안의 저작물성이나 보호의 내용에 관하여 명시적인 규정을 두지 않고 있고 응용미술 작품은 거기에 미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저작물로서 보호될 수는 없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흔히 말하는 ‘글자체’, 종이에 글을 쓸 때 사용되는 글자체의 경우에는 위와 같이 저작물로서 보호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와 다르게 컴퓨터에서 사용되도록 개발된 ‘컴퓨터 글자체’는 프로그램의 일종으로 보아 보호된다는 입장이다.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 생각해볼 만한 점이다.

즉, 법원은 기본적으로 ‘프로그램은 특정한 결과를 얻기 위해 컴퓨터 등 장치 내에서 직접 또는 간접으로 사용되는 일련의 지시, 명령으로 표현된 창작물’이라는 입장이다.

그런데 컴퓨터 글자체 파일은 ‘① 그림을 그리는 논리, 연산 작용에 해당하는 지시, 명령이 포함되어 있고 ② 서체 1벌을 컴퓨터 등 장치 내에서 편리하고 반복적으로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실행으로 인하여 특정한 결과를 가져오며 ③ 결국 컴퓨터 등의 장치 내에서 직접 또는 간접으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프로그램에 해당한다’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일반 글자체와는 달리 ‘컴퓨터 글자체’는 저작물로서 보호받을 수 있으며, 컴퓨터 글자체 파일을 무단 복제하여 사용하는 경우에는 당연히 복제권의 침해가 되는 것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아무리 디지털 시대라 하더라도 컴퓨터 글자체와는 달리 일반 글자체가 저작물로서 보호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디자인보호법에 의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디자인보호법에 따르면, 글자체를 디자인의 범위에 포함시켜서 디자인권으로 설정, 등록된 글자체를 보호한다.

결론적으로, 일반 글자체와는 달리 컴퓨터 글자체는 프로그램으로서 저작권법에 따라 직접 보호받을 수 있다. 다만 일반 글자체는 저작권법에 따라 보호받을 수는 없다. 디자인보호법에 따라 보호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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