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압과 낙하산①>외압에 흔들리는 기업, 낙하산에 휘둘리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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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압과 낙하산①>외압에 흔들리는 기업, 낙하산에 휘둘리는 한국
  • 홍세미 기자
  • 승인 2015.07.25 12: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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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이 나올 수밖에 없는 환경"…끊을 수 없는 악순환 고리
낙하산 근절 없이 '공공기관의 정상화', 가능할까?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홍세미 기자)

▲ 낙하산 인사는 정부마다 논란이 됐다 ⓒ시사오늘
#. 절대 망할 수 없는 공기업에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A사장. 박근혜 대통령과 친한 관계라고 알려져 ‘박피아’로도 불렸다. 
 
A사장은 임명된 이후 ‘공기업의 경쟁력’을 위해 사업을 벌였다. A사장이 벌이는 사업은 그 회사와 전혀 무관했다. 사업에 투자된 돈은 수천억 원이다. A사장은 진행하는 사업 주요 요직에 자신이 이전에 몸담고 있던 단체 사람들을 대거 임명했다. 
 
회사에 다니는 한 직원은 “20년 넘게 회사에 다녔지만, 요즘은 회사가 좋지 않은 쪽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마음이 아프다”고 언급했다.
 
낙하산 인사의 폐해는 전문성이 없어 회사가 산으로 갈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성이 없을 뿐더러 충성심도 없다. 낙하산은 보통 그 회사를 잘 알지 못한다. 회사의 발전을 위하기보단 자신의 안위에만 관심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자신을 위해 조직을 희생시키는 경우도 있다. 낙하산은 또 다른 낙하산을 부르기도 한다. 
 
공공기관은 이미 빚더미에 올랐다. 2013년 말 기준으로 공공기관의 부채규모는 무려 523조6천억 원을 기록했다. 국가채무 482조6천억 원을 넘어선 규모다. 공공기관의 부채증가 속도도 빠르다. 재정건전성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채가 증가한 가장 큰 이유로 기관장들의 방만 경영을 꼽는다. 특히 비전문가들은 경영 효율성이 떨어진다. 이런 경영이 부채를 심각하게 증가시킨다는 주장도 나온다.
 
임기마다 사장이 바뀌니 임원들도 갈팡질팡이다. 동아줄을 잡기 위해 청탁이 자연스러워진다. 회사의 영업이익 확대를 고민하는 시간이 줄 수밖에 없다. 줄을 잘못 선 직원들은 ‘물갈이’ 희생양이 되기도 한다.
 
회사 구조가 이렇게 굳혀지면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진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장이 바뀌어 진행하는 사업도 달라 회사 분위기와 달라진다. 직원들은 이제까지 자신이 몸담았던 회사가 사장이 바뀔 때마다 변하는 기분을 느낀다.
 
‘낙하산 사장’은 새롭지 않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공공기관을 비롯해 일부 금융사, 일반 기업은 외압에 흔들린다. 친정부 인사가 사장으로 임명되는 일은 흔하다. 대통령 측근이라는 이유로 사장에 임명돼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와도 관행은 깨지지 않는다.
 
박 대통령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올해 초 임기 3년차를 맞이하면서 가장 먼저 제시한 것은 ‘공공기관의 정상화’였다. 
 
공공기관 정상화를 천명한 박 대통령도 낙하산 논란은 피할 수 없다. 박근혜 정부 들어 ‘관피아’(관료+마피아), ‘정피아(정치인+마피아)’, 심지어 박피아(박 대통령 측근+마피아)라는 용어도 생겼다. 
 
낙하산 사장은 이명박 정부 때도, 노무현 정부 때도 늘 있었다. 앞으로 정권이 바뀐다 하더라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 논란은 왜 끊이질 않을까.
 
 ‘한자리 주겠지’…목 빠지게 기다리는 공신들
 
정치는 세 싸움이다. 조직을 마련해야 세가 확장될 수 있다. 그 조직의 우두머리가 대통령으로 당선돼 정권 창출을 이루고 나면, 정치권에선 ‘이 정부의 1등 공신’을 찾는다. ‘콩고물’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많다.
 
정권을 창출한 공신들에겐 어떤 ‘상’이 주어질까. 우리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낙하산 인사’, ‘보은 인사’가 그들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정권 창출을 옆에서 물심양면으로 도운 인사는 한자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것이 해묵은 관례였기 때문이다. 보직에 앉지 않으면 내심 서운한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사장은 그 기업의 예산을 주무른다. 예산으로 임기 내에 어떤 사업을 하는지는 사장의 자유다. 예산만큼 매력적인 ‘플러스알파’는 인사권이다. 임명된 사장은 자신이 입맛에 맞는 사람들을 내정할 수 있다. 낙하산 인사는 쉽게 끊을 수 없다.

대통령은 정권 창출을 도운 1등 공신을 모른척하기 어렵다. ‘의리’가 중요한 정치권에서 자신의 곁을 지켜 물심양면으로 도왔던 ‘자기 식구’를 지나칠 수 없다. 그러지 않으면 주변 사람이 떠난다. 조직이 뿔뿔이 흩어진다면 정치 세력은 약해진다. 한자리라도 챙겨 줘야 한다. 끊을 수 없는 악순환의 고리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역대 정부는 왜 낙하산 인사를 강행했나. 그리고 그것이 왜 이제까지 뿌리 뽑지 못하는 ‘관행’이 됐나”라고 반문하며, “어쩔 수 없는 구조기 때문이다. 정치 특성상 대통령이 자신을 도왔던 공신을 모른 척할 수 없기 때문에 낙하산이 근절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기관의 개혁을 위해선 낙하산 인사를 근절해야 하고,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기 위해서 정치가 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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