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리 대출 활성화…대손률 對 수익성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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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금리 대출 활성화…대손률 對 수익성 ´딜레마´
  • 박시형 기자
  • 승인 2015.07.31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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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금융단층 심화 우려…전문가들, ´업권별 균형´ 강조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시형 기자)

최근 금융권은 ‘중금리 대출’이라는 당국의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상품들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근시안적인 처사’라며 금융단층이 심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금리 문제를 당장 해결하기 보다 업권별 균형을 유지해 해결하는 것이 옳다고 입을 모았다.

31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신한, KB, 하나, NH 등 9개 금융지주회사  전략담당 임원들을 불러모아 10%대 중금리 대출을 공급해달라고 요청했다.

저축은행이나 캐피탈 사 등이 취급하고 있는 20%대 후반의 고금리 서민 대상 대출을 시중은행으로 가져와달라는 취지였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속속 기존 대출보다 금리가 높은 상품을 내놓고 영업에 나섰다.

하나은행은 지난 8일 연6~10%대 금리로 2000만 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는 '하나 이지세이브론'을 출시했고, 신한은행도 지난달 500만 원까지 빌릴 수 있는 모바일 전용 '스피드업 직장인대출'(연5~6%대) 상품을 출시했다. 지난 5월 우리은행은 모바일전문은행 '위비뱅크'(연5~9%대)를 통해 1000만 원까지 대출해주고 있다.

그런데 이들 상품은 대출 한도가 낮고, 거절률이 높은 편이라 금융당국이 기대했던 수준의 중금리 대출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금융당국은 지난 7월 23일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하며 "은행과 민간 서민금융사 간 연계영업을 확대해 중금리 대출을 활성화 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를 놓고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시장의 특성을 고려하지 서민금융 지원 차원에서만 접근해 시장을 왜곡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금융당국이 중금리 시장의 특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금융권만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은행권에서 10%대 중금리 상품을 취급한 경험이 없어 신용평가 모델이 없는 상황에서 중금리 대출 확대는 리스크 요인"이라며 "저금리 기조에 수익성도 줄고 있어 중금리 대출의 높은 부실률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중금리 상품 이용 대상인 5~6등급 고객은 상하위 등급에 비해 신용정보 분석을 위한 충분한 정보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특히 일부는 관련 정보가 없어 중간등급으로 분류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그렇다보니 신용등급을 보수적으로 살피는 은행들은 평판 하락 우려와 판매 경험 부족, 리스크 관리 문제 등이 겹쳐 중금리 대출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

반대로 제2금융권의 경우 고객 특성상 대손율이 10% 안팎인데다 조달금리, 인건비, 대손율 등 원가구조를 고려하면 이미 20%를 넘나들기 때문에 중금리 대출 상품 운영이 어려운 실정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중금리 대출을 출시할 수는 있지만 사업을 영위하기 어려울 정도로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인 실적을 위해 중금리 대출을 강행할 경우 은행은 대손률 문제로, 제2금융권은 수익성 문제로 모두 손을 놔버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2~3년 전부터 당국의 압박을 받으며 수차례 시도됐던 중금리 대출이지만 당시에만 보여주기 식으로 일부 출시하는데 그쳤을 뿐 현재까지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것.

오히려 양극화가 심화돼 은행들은 4~5%대, 제2금융권은 20%대에 몰리며 금리 단층 현상이 나타났다. 

▲ 개인 신용등급별 인원 분포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전문가들은 중금리 대출을 활성화 하기 위해서는 업권별 균형발전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저축은행의 경우 10% 중반~20%중반, 은행은 10%대 전후를 중금리로 분류하는 상황을 고려해 권역별로 시장을 세분화 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법정 최고금리를 업권별로 다양화하되 업권별 칸막이 설정 등으로 금리 차등화를 유도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백종호 수석연구원은 "은행의 중금리 대출 확대로 일부 고객들이 은행으로 이탈 시 저축은행의 영업에 차질이 우려된다"며 "소비자 선택의 폭을 확대하는 시장기능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담당업무 : 시중은행 및 금융지주, 카드사를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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